2부 성공이 남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2024년 10월 15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낡은 상가 건물 2층, 30평 남짓한 공간.
'망원동 리빙랩'이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있다.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주민 30명이 둘러앉아 있다.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
은퇴한 교사, 카페 사장, 부동산 중개사, 대학생, 프리랜서...
6개월 전,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제는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모인다.
"인사동은 문화지구 지정했는데도 망했잖아요."
"성수동은 뜨고 나서 3년 만에..."
"대전은 아예 정책 사각지대였대요."
좌절감이 묻어났다.
그때 진행자가 일어섰다.
도시재생 전문가 김현수 박사(45세)
"맞습니다. 다 실패했어요. 그런데 왜 실패했을까요?"
인사동 (1990-2024): 보호의 역설
김 박사가 스크린에 그래프를 띄웠다.
1990년대: 전통문화의 거리
2002년: 문화지구 지정
2004년: 부동산 거래 폭증 (2004년 거래가 정점)
2010년: 대형 상업시설 진입
2025년: 정체성 혼란
"인사동의 실패는 '박제화'였습니다."
인사동에서 30년간 화랑을 운영한 이 관장(68세)의 증언:
"문화지구 지정? 좋았죠. 그런데 그게 끝이었어요.
보호만 하고 진화는 막았어요.
2000년대 초반,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했는데 '전통 훼손'이라며 막았죠."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 2000-2004년: 소형 건물 → 대형 건물로 소유 이전 (변동피크)
• 개인 소유 → 법인 소유 늘어남
• 전통 업종: 줄어듬
• 외지인 방문객: 늘어남
"가장 큰 문제는 모니터링 부재였습니다.
문화지구 지정하고 끝.
누가 건물을 사는지,
임대료가 어떻게 변하는지,
아무도 추적하지 않았어요."
성수동 (2010-2024): 속도의 살인
2010년: 구두공장 밀집 지역
2015년: 예술가 유입 시작
2018년: '성수동 열풍' 시작
2021년: 프랜차이즈 50% 돌파
2024년: 원주민 90% 이탈
성수동 1세대 입주자, 가죽공방 김 대표(42세):
"2015년에 월 80만원에 들어왔어요.
싸니까 예술가들이 모였죠.
그런데 2018년 갑자기 뜨면서...
지금 그 자리 월세가 800만원이에요. 10배죠."
속도가 문제였다:
• 2015-2018년: 임대료 상승세 (가속)
• 2018-2021년: 급등 구간(보도·체감 다수)
• 결과: 3년 만에 생태계 붕괴
"천천히 변했다면 적응할 수 있었을 거예요.
너무 빨랐어요. 미디어가 부추겼고, 투기 자본이 들어왔고...
속도를 조절할 장치가 없었어요."
대전 원도심 (2016-2023): 사각지대의 비극
2016년: 청년 창업 시작
2018년: 언론 주목
2020년: 임대료 폭등
2023년: 공동화
대전시 도시재생과 P주무관:
"우리도 늦게 알았어요.
도시재생 지정 구역이 아니라서 모니터링 대상도 아니었고...
상인들 인터뷰하고 나서야 '아, 큰일 났구나' 했죠."
정책 사각지대의 문제:
• 공식 데이터로 포착 불가
• 도시재생 구역에서 제외
• 원룸 난개발과 동시 진행
• 대응 시점을 완전히 놓침
다시 망원동 리빙랩.
"그래서 우리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리빙랩 2.0을."
리빙랩 1.0의 한계:
• 일회성 프로젝트
• 전문가 중심
• 하향식 접근
• 지속성 없음
리빙랩 2.0의 혁신:
김 박사가 화이트보드에 그렸다.
1.0 → 2.0실험실 → 일상전문가 → 시민프로젝트 → 운영체제해답 찾기 → 계속 실험
"핵심은 '시민이 직접 운영하는 동네 관리 시스템'입니다."
2025년 4월: 시작 (가상 시나리오·재구성)
첫 모임 참석자 12명.
은퇴 교사 김순자 씨(67세):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냥 동네가 이상해지는 게 걱정돼서 왔죠."
카페 사장 박지민 씨(35세):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같이하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해서..."
1단계: 현황 파악 (4-5월)
자원봉사자 20명이 직접 조사.
조사 항목:
전체 상점 450개 매핑
업종 분류 (독립/프랜차이즈)
공실 현황
임대료 수준 (자발적 제공)
건물주 현황
대학생 자원봉사자 이준호(23세):
"구글 지도 들고 한 집 한 집 다 돌았어요.
처음엔 귀찮았는데, 하다 보니 우리 동네를 제대로 알게 됐어요."
발견한 것들:
• 프랜차이즈 비율: 38% (위험 수준 접근) (자체 집계)
• 최근 6개월 폐업: 23개
• 공실률: 12% (54곳)
• 평균 임대료 상승률: 연 10~12%
2단계: 시스템 구축 (6-7월)
IT 개발자 최민수 씨(29세)가 합류했다.
"간단한 웹앱을 만들었어요. 누구나 쓸 수 있게."
'우리동네 지킴이' 앱:
• 실시간 공실 제보
• 임대료 변동 추적
• 신규 입점 알림
• 주민 투표 기능
"처음엔 10명이 쓰더니, 입소문 나서 지금은 500명이 써요."
3단계: 첫 번째 개입 (8월)
경보가 울렸다.
"망원시장 입구에 대형 프랜차이즈 3개가 연속으로 들어온대요!"
긴급 회의 소집.
부동산 중개사 정 대표(48세):
"제가 건물주들 좀 아니까 한번 만나볼게요."
협상 과정:
건물주 A씨:
"프랜차이즈가 임대료를 더 줘요. 당연히..."
주민 대표단:
"다양성이 사라지면 망원동의 매력도 사라집니다.
장기적으로 손해예요."
3시간의 대화 끝에 합의:
• 3개 중 1개만 프랜차이즈
• 나머지는 개인 상점
• 주민이 추천하는 가게 우선권
세 자리 중 하나만 프랜차이즈, 두 자리는 동네 가게로 남기기로 도장이 찍혔다.
4단계: 상생 프로그램 (9-10월)
"규제만으로는 안 됩니다. 인센티브가 필요해요."
망원동 상생 패키지:
건물주 혜택:
• 구청 연계 세금 감면
• '상생 건물' 인증 마크
• 공동 마케팅 지원
임차인 지원:
• 창업 컨설팅
• 공동 구매로 원가 절감
• 온라인 마케팅 교육
주민 참여:
• '망원동 지킴이' 멤버십
• 지역 화폐 10% 할인
• 동네 축제 기획
6개월 후 (2025년 10월) (가상 시나리오·재구성)
정량적 성과:
• 공실률: 12% → 7% (54곳 → 32곳)
• 프랜차이즈 비율: 38% → 35%
• 신규 창업: 15개 (개인 12, 프랜차이즈 3)
• 참여 주민: 500명
정성적 변화:
김순자 씨:
"동네에 관심이 생겼어요.
새로 생긴 가게 사장님이랑도 인사하고.
예전엔 그냥 지나쳤는데."
박지민 씨:
"혼자가 아니라는 게 큰 힘이 돼요.
임대료 협상할 때도 리빙랩에서 데이터 지원해주니까..."
한계도 분명했다:
• 자원봉사 피로도: "6개월째 무보수는 힘들어요..."
• 전문성 부족: "법률, 부동산,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필요해요."
• 재정 불안정: "회비와 후원금만으로는..."
• 제도적 한계: "구청 협조는 받지만 법적 권한은 없어요."
망원동의 실험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상 시나리오·재구성)
2025년 9월, 전국 리빙랩 네트워크 출범
참여 지역:
• 서울: 망원, 성수, 해방촌, 연남
• 경기: 수원 행궁동, 부천 원미동
• 부산: 전포동, 광안리
• 대구: 대봉동, 삼덕동
• 광주: 양림동
• 대전: 대흥동
공유하는 것들:
• 데이터 수집 방법
• 협상 노하우
• 성공/실패 사례
• 정책 제안
전포동 리빙랩 김 대표:
"망원동 자료 받아서 우리 동네에 맞게 수정했어요.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웠죠."
오픈소스 프로젝트 '동네 지킴이 OS' (가상 시나리오·재구성)
개발자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참여.
프로젝트 리더 김태준(32세):
"깃허브에 올렸더니 전국에서 개발자들이 참여해요.
지금 30명 정도가 기여하고 있죠."
주요 기능:
• 상권 모니터링 대시보드
• 주민 투표 시스템
• 데이터 시각화
• 정책 시뮬레이션
"기술은 도구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시민의 참여죠."
2025년 10월, 서울시 조례 개정 (가상 시나리오·재구성)
'시민주도 상권관리 지원 조례'
주요 내용:
• 리빙랩 법적 지위 부여
• 예산 지원 근거 마련
• 데이터 접근권 보장
• 정책 참여 권한
서울시 담당자:
"시민이 먼저 시작했어요.
우리는 뒤따라간 거죠.
이게 진짜 거버넌스 아닐까요?"
중앙정부도 주목:
국토부 도시재생과:
"도시재생 뉴딜 2.0에 '시민 리빙랩' 항목을 신설했습니다.
의무는 아니지만 가점을 줍니다."
2025년 10월, 바르셀로나 스마트시티 컨퍼런스 (가상 시나리오·재구성)
망원동 리빙랩이 초청받았다.
김현수 박사의 발표:
"우리의 핵심은 'Low Tech, High Touch'입니다.
기술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반응은 뜨거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 관계자:
"우리도 비슷한 고민이 있어요. 한국 모델을 연구해보겠습니다."
일본 교토시 담당자:
"시민 주도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교류하고 싶어요."
2026년 4월, 망원동 리빙랩 1주년 (가상 시나리오·재구성)
변화들:
• 상근자 2명 고용 (구청 지원)
• 전문가 자문단 구성
•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
• 수익 사업 시작 (컨설팅, 교육)
2세대 리더십:
대학생이었던 이준호 씨가 사무국장이 됐다.
"1년 전엔 그냥 자원봉사였는데...
이제는 제 직업이에요.
우리 동네를 지키는 게 직업이라니, 멋지지 않나요?"
새로운 도전들:
• 세대 갈등: "어르신들과 청년들의 생각이 달라요."
• 상업화 압력: "리빙랩도 유명해지니까 관광 상품화하려는..."
• 정치적 중립: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찾아와요."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김순자 씨:
"완벽하진 않아요. 실수도 많고, 갈등도 있고.
그래도 예전보다 나아요.
우리가 우리 동네 주인이라는 느낌? 그게 좋아요."
시작하기: 10단계 가이드
1. 동료 찾기 (최소 5명)
2. 첫 모임 (편한 장소에서)
3. 동네 진단 (함께 걸으며)
4. 우선순위 정하기 (투표로)
5. 작은 실험 설계 (2주 단위)
6. 실행과 기록
7. 평가와 수정
8. 확대와 네트워킹
9. 시스템화
10. 지속가능성 확보
자주 하는 질문들:
Q: 돈이 없어도 되나요?
A: 망원동도 초기 예산 0원으로 시작했습니다.
Q: 전문가가 없는데?
A: 주민이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Q: 실패하면 어떡하죠?
A: 실패도 자산입니다. 기록하고 공유하세요.
Q: 얼마나 걸리나요?
A: 변화는 대개 6개월부터 보이고, 진짜 변화는 2–3년
2025년 12월, 전국 리빙랩 컨퍼런스.
40개 지역에서 500명이 모였다.
기조연설을 맡은 김현수 박사:
"1년 전, 우리는 물었습니다.
'시민이 도시를 운영할 수 있을까?'
이제 답을 알았습니다.
'할 수 있다. 아니, 해야만 한다.'"
우리가 배운 것들:
• 도시는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다
• 작은 실험이 큰 변화를 만든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 함께하면 가능하다
• 지속성이 핵심이다
각 도시의 교훈:
• 인사동: 모니터링과 진화가 필요하다
• 성수동: 속도 조절이 생명이다
• 대전: 사각지대를 만들지 마라
그리고 새로운 교훈:
• 망원동: 시민이 답이다
마지막 장면:
컨퍼런스가 끝나고 뒤풀이.
각 지역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 동네는요..."
"그거 우리도 해봤는데..."
"아, 그렇게 하면 되는구나!"
도시재생 전문가도, 교수도, 공무원도 없다.
그냥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20대 대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카페 사장부터 건물주까지.
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도시.
전문가가 설계한 도시가 아닌, 시민이 운영하는 도시.
망원동 리빙랩, 밤 10시.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내일 있을 주민 워크숍을 준비하는 사람들.
화이트보드에 적힌 문구:
"도시는 영원한 베타버전 우리는 모두 개발자다.
실패해도 괜찮다. 다시 코딩하면 된다"
문득 누군가 말한다.
"이게 진짜 민주주의 아닐까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이것이 21세기 도시 민주주의다.
전문가가 만들고 시민이 사는 도시에서,
시민이 만들고 운영하는 도시로.
당신의 동네는 어떤가?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시작하라. 당신이 사는 곳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도시는 영원한 베타버전이다. 그리고 당신이 그 개발자다.
다음 3부(지속가능한 도시 운영) 예고:
이제 시작이다. 운영체제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고, 실패는 어떻게 극복하며, 미래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3부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 운영'의 모든 것을 다룬다.
마나월드 코멘트:
독자분들께서는 궁금해하실 수 있습니다.
왜 이토록 중요한 해법을 실제 사례가 아닌 가상의 '망원동 리빙랩' 이야기로 풀어냈는가?
답은 간단합니다.
아직 우리 현실에 이 모든 요소를 갖춘 완벽한 성공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단순히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인사동의 교훈, 성수동의 아픔,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와 교토의 지혜를 한데 모아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가상 시뮬레이션'이라는 형식이 필요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거짓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현실의 '예고편'입니다.
이 가상의 이야기가 전국의 수많은 동네에서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인사동 소유자 변화 패턴 연구
• 저자: 이재홍, 홍성조
• 논문: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에서 소유자 변화의 공간적 분포 -인사동을 중심으로-」 (2020)
2.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연구
• 저자: 김상현, 이한나
• 논문: 「성수동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특성 연구」 (2016)
3. 대전 원도심 젠트리피케이션 특성 연구
• 저자: 송복섭
• 논문: 「지방 광역시 도시재생사업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특성에 관한 연구」 (2023)
이 글은 실제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논픽션입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대화와 상황은 서사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