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저울: 한 사람=한 고양이

노마드 비평 5. 『고양이 뜰』, 길지연

by nomadic critic

2021년 7월, 대한민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되었다.

수학과 교수 송용진은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브라이트, 2021)에서

“자국의 최고 인재들을 자국에서 교육시키는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까?


동화 『고양이 뜰』(현북스, 2022)에서는 선진국이란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존중해 주고 도와주며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나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길지연은

“4마리의 집고양이들과

밤마다 굶주린 채 밥을 기다리는 30여 마리의 길고양이들과

병원에서 생활하는 아픈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동화를 쓰는 작가답게

고양이와 살아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이야기 속에 담아 놓았다.

고양이가 기침을 하고 눈곱이 끼면 감기에 걸렸다거나,

고양이는 짜고 매운 사람 음식을 먹으면 간이나 위가 붓기 때문에

깨끗한 물과 사료를 주는 것이 좋다거나,

고양이마다 입맛이 다르고 좋아하는 장난감도 달라서

어떤 애는 동굴 장난감, 어떤 애는 박스나 캣닢 인형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

이 책의 모티프가 된 흉흉했던 건물은 멋진 상가로 거듭났다는데,

책에서는 시민 문화 광장으로 탈바꿈하도록 동화답게 마무리하였다.

그러면서 ‘고양이 탐정’처럼 실재하는

유기 동물 사이트 ‘포인핸드(pawinhand)’와 ‘다산 콜센터’를 안내하며,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어린 독자들이

정보를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이끌면서

책임감도 함께 주지하고 있어 좋다.


- 길에서 동물을 구조하면 먼저 동물 병원으로 가야 한다.

- 반려동물은 2마리 키우는 게 가장 좋아. 너무 많으면 사랑을 골고루 못 받잖아.

-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기 한 명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보다 희생이 더 필요하지요.


제목은 『고양이 뜰』이지만,

작가는 고양이만의 대변인이 아니다.

“개를 처음 대할 때 바싹 다가가면 공격하는 줄 알아.

시선을 마주치면 안 돼.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몸을 낮추고 부드럽게 말해야 해.”를 알려 주며,

더하여 식물에까지 눈길을 주는 듯하여 미쁘다.

주인공 이가이의 단짝 ‘우슬’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쇠무릎’의 한자말 이름이다.

게다가 슬이가 ‘나’를

“가이야.”라고 부를 때는

얼핏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로서의 지구,

‘가이아’처럼 읽히기도 한다.

『길지연 동화선집』(지식을만드는지식, 2013)에서

“나는 그 이야기를 쓴다.

공존, 생명 존엄, 인간만이 최고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존중해 주는

그런 문학세계를 가꾸어 간다.”라고 고백한 대로,

길지연은

‘지구=가이아’에 살아가는 생명 하나하나를

똑같은 무게로 여기는 것 같다.


슬이는

공원 하수구에 빠졌다가 구조되어

고양이 카페를 통해 입양된 고양이를 ‘자반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그 고양이를 기르던 시유네는 ‘시온’이라고 불렀다.

말썽꾸러기 쌍둥이 형제네 고양이는 이름이 셋이나 된다.

가이와 슬이는 ‘노랑이’,

쌍둥이 아빠는 ‘돈’,

고양이 쉼터 아저씨는 ‘수수’로 부른다.


이 책에서 작가는

고양이들에게 정성껏 이름을 붙인 것처럼

사람들 이름도 다정히 불러 준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야 굳이 ‘큰 개’를 장군이라고 부르면서,

커튼콜처럼 사람 이름까지 다 부른다.

쌍둥이 아빠 김부자, 쌍둥이 엄마 안순영, 떡볶이 아주머니 김명자.

심지어 전설의 할머니가 터키에서 노란 돌멩이를,

핀란드에서 하얀 돌을 가져왔다며

유럽 나라 이름들까지 불러들인다.


그런데 가이는

“아빠는 회사 일로 ‘아프리카’에 일하러 갔다가 돌아가셨다.”,

“아빠는 ‘아프리카’에서 화장을 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왜 아프리카 나라들을

대륙으로 부르는 데 익숙할까?


에드거 앨런 포는 『글쓰기의 철학』(시공사, 2018)에서

“비평가의 합당한 작업은

결점들을 지적하고 분석함으로써

그 작품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개별 문학인에 대해 부당하게 주목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학’ 일반의 존재 의의를 높이려는 작업이다.”라고 하였다.

포의 생각에 기대어

한 가지 바람만 보태고 싶다.

어린 독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인 동시에 세계 시민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많은 동화에서

아프리카 대륙에 자리 잡은 여러 나라 이름을 읽을 수 있기 바란다.

우리가 이태석 신부 덕분에

남수단을 가까이 여기게 되었듯이.


“동물도 재산이야. 돈이라고!

키우던 동물을 잃어버리는 건 우리 재산이 없어지는 거야.”라고 말하는 김부자 씨는

이 책에서 자린고비 악당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김부자 씨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돈’을 고양이에게 이름으로 지어 준 셈이다.

그렇게 ‘돈’과 김부자 씨는

B612호에 싹을 틔운 장미꽃과 어린 왕자처럼

서로를 길들였고,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김부자 씨가

작은 사료 한 포대를 들고 고양이 쉼터에 찾아와

‘돈’과 만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작가는 김부자 씨 사연을 열어 놓고 이야기를 맺는다.

어쩌면 고아로 자수성가한 김부자 씨는

이름처럼 진짜 부자가 되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어리고 여린 생명들 후원자가 될 수도 있겠지?


사람 한 명,

고양이 한 마리,

풀 한 포기를

생명의 저울에 올려놓았을 때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고 말하는 『고양이 뜰』을 덮으며,

일찍이 ‘한 사람’과

‘한 마리 울새’를

동등하게 바라보았던

시 한 편(강주헌 엮음, 『그 깊은 떨림』, 나무생각, 2015)을 읊어 본다.


내가 만약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내가 만약 한 사람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혹은 한 사람의 고통을 가라앉혀 줄 수 있다면

혹은 한 마리의 지친 울새가

보금자리에 다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 에밀리 디킨슨(1830~1886), 「내가 만약」


- 출처: 《시와 동화》 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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