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통증과의 대화(생산직)

당연한 생활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사람들

by 피티대디
KakaoTalk_20250714_115028202.jpg

치료할 때 생산직에 종사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

일하면서 분명 통증을 느끼실 텐데 내원하지 않는 이유는 하지 않아서가 아닌, 하지 못해서 인 것 같습니다.

처음 생산직에 종사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흔히 알고 있는 완제품을 조립하거나 제품을 검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산직의 분야는 기계나 장비를 점검, 유지보수 하거나, 공정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도 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자재 투입 및 완제품을 조립하는 등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생산직의 각 분야에 대해 모두 설명하면 좋겠지만, 오늘은 조립 및 검수 등 한자리에서 서서 일을 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특징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다 보면 다리가 점점 무거워지다가 나중에는 감각이 없어져요. 발바닥도 항상 불타는 것처럼 아프고, 아침에 일어나면 통증이 심해서 걷지도 못해요."


"하루종일 서서 일하면 다리가 쉽게 부을 수 있습니다. 걸으면서 일하는 경우엔 좀 덜하지만, 지금처럼 한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일하시는 분들은 다리가 쉽게 붓습니다. 또한 하체의 움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통증이 생겼을 때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또한 장시간 발바닥이 체중에 짓눌리기 때문에 발의 아치가 무너지면서 통증이 생기고 심해지면 족저근막염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결법은 다리를 자주 움직여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서있을 때 한쪽 발 뒤꿈치로 같은 쪽 엉덩이를 차는 느낌으로 다리를 구부렸다 펴주세요. 일시적이지만 혈액순환의 효과가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양쪽 무릎을 살짝만 구부려주세요. 거의 편 것과 다름없도록 살짝 구부려주세요. 오래 서있을 때 허리가 받는 부담이 조금 줄어들게 됩니다. 발바닥이 아프다면 신발안에 쿠션을 추가해서 넣어주세요. 신발은 쿠션감이 있는 신발이 좋습니다. 거기에 깔창을 추가로 넣어주시면 좋습니다."


"팔을 자주 쓰니까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까지 안 아픈 곳이 없어요. 목은 항상 뻐근하고 딱딱한 느낌이 들어요. 심하면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요."


"팔을 자주 사용해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최대한 아껴 쓰고 효율적으로 팔을 사용해서 퇴근할 때까지 부상 없이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팔 통증이 있는 분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내용인데, 팔을 사용할 때 고개가 숙여지면 팔 쪽에 부담이 많이 가게 됩니다. 고개가 숙여지면 머리를 붙들고 있는 목 뒤쪽근육들이 과도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심하게 뭉치게 되는데 이는 두통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해결법은 팔을 최대한 틈이 날 때마다 힘을 빼고 차렷자세로 있어주셔야 합니다. 일과 중에 힘을 과도하게 주기 때문에 일단 힘을 빼는 것이 우선입니다. 여유가 조금 있다면 팔을 만세 자세로 올린 후 주먹을 쥐었다 펴주세요. 아래로 쏠린 혈액들이 순환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또한 팔을 사용할 때 고개를 조금이라도 들어주세요. 고개를 드는 방법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다보면 고개를 조금만 숙일 수 있습니다. 틈이 날 때 고개를 잠시라도 들어주면 목 부분의 긴장이 완화됩니다. 이것을 통증이 생기기 전에 최대한 자주 해주세요! 통증이 생기고 나서 대처하면 늦습니다."


"통증과는 별개로 손가락 관절은 관절염이 생기면 손가락 마디가 두꺼워지는데, 이는 류머티즘 관절염이 왔을 때의 손가락과 형태가 비슷합니다. 혹시라도 손가락 관절이 많이 부었는데 통증이 심하다면 바로 병원에 내원해주셔야 합니다."


"하루종일 일하는데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거의 쉬는 시간이 없어요. 한가할 땐 조금 쉴 수 있지만 바쁠 땐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일만 해야 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밥시간이랑 퇴근할 때 알게 돼요."


"근무시간이 길어져 장시간 지속적으로 근육을 사용하다 보면 통증이 생기게 됩니다. 특정 근육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그 근육이 지치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근육들이 작용하는 보상작용이라는 것이 일어나게 됩니다. 보상작용이 일어나는 예로, 팔로 일을 할 때 팔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엉뚱한 목이나 어깨에 힘을 더 주게 됩니다. 결국 일의 효율도 떨어지고 통증이 생기는 부위도 많아집니다."


"해결법은 틈이 날 때 앉아주세요. 만약 바빠서 앉을 시간도 없다면 호흡을 중간중간 크게 해 주세요.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몸이 더 피로해지기 때문에 호흡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세요. 가끔씩 길게 숨을 뱉어주시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됩니다. 너무 자주 하면 어지러우니 조심하세요."


"그 외에 식사를 하더라도 장시간 움직이면 당이 떨어지게 됩니다. 가능하면 사탕이나 초콜릿을 가지고 계시다가 하나씩 드셔주세요. 또한 여름이나 실내 작업인 경우 땀이 많이 납니다. 잃어버린 만큼 다시 수분을 보충해 주셔야 합니다. 가능할 때 물을 조금씩 자주 마셔주세요."


"교대근무를 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잘 때가 많아요. 가끔씩 멍해질 때도 많고 너무 피곤하니 기분까지 우울해져요."


"앞서 발행한 '통증과의 대화(간호사)'편에서 설명드린 내용입니다. 생활 패턴이 깨지면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게 됩니다. 또한 체력도 상당히 크게 소모됩니다. 교대근무를 자주 하다 보면 몸이 익숙해져서 괜찮아졌다고 느끼시겠지만 실제로 몸이 받는 부하가 조금씩 늘고 있는 중입니다.

교대근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체력관리입니다. 물론 교대근무를 하고 나면 너무 힘이 들겠지만, 적당한 휴식을 취한 후 운동을 해주는 것은 필수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몸이 아파지지 않았을 때부터 운동을 해주시면 좋습니다. 몸이 너무 아프다면, 치료를 먼저 받으시고 그 이후 운동을 시작하시면 됩니다."


"일하다 보면 코가 너무 간지럽고 목이 따끔거려요. 침 삼킬 때도 아프고 목이 자주 부어요."


"작업 환경 자체가 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평소 작업할 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마스크 쓰는 것이 불편하다면 최대한 코로 숨을 쉬어주셔야 합니다."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숨을 얕고 빠르게 쉽니다. 호흡이 얕고 빨라지면 교감 신경이 흥분하거나, 순환에 문제가 생겨 근육의 경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최대한 코로 숨을 쉬면서 심호흡을 해주셔야 합니다. 또한 여유가 생겼을 땐 작업장을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먼지,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일을 하면 기관지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후두부나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목을 건조하게 만듭니다. 이때는 물을 조금씩 마셔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을 마시지 못하는 경우에는 침이 나오도록 사탕을 드셔주세요. 만약 사탕도 먹지 못한다면 혀를 자주 움직여주세요. 혀를 움직이면 혀 아래에 있는 침샘이 자극되어 침이 나옵니다. 침이 잘 나오고 그것을 잘 삼켜야 구강이나 기관지가 건조해지지 않습니다."



대학생 때 창틀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 친구분의 부탁으로 한 달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을 했었는데, 첫날부터 몸이 너무 아팠습니다. 일주일정도 지났을 땐 젓가락질을 못할 정도로 손이 아팠었습니다. 저는 고작 한 달 일했을 때 이렇게 많이 아팠는데, 오랜 시간 이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어떨까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창문을 보면 그때 기억이 떠오르고, 작은 창문 하나지만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가장 위험하고 힘든 곳에서 만들어내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쉬는 날도 짧아 밀렸던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올 엄두도 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10화통증과의 대화(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