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사람들
배달(配達): 물건을 가져다가 나누어 전달하는 것
말 그대로 '배달기사'란 누군가에게 주문한 물건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번 주제는 물건을 가져다주는 분들을 통칭하는데, 배달과 배송 중 어떤 단어를 쓸지 고민하였습니다.
배달과 배송은 거리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가까우면 배달, 멀면 배송이라고 합니다.
거리 외에는 큰 차이점이 없어서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익숙하게 듣던 배달기사로 모든 직업을 칭하겠습니다.
치료를 하다 보면 심심찮게 배달기사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보통 첫인상은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차가워진 몸'을 가진 사람입니다. 업무 특성상 주로 밖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전반적인 컨디션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배달업무는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합니다. 때문에 체력이 한 번 떨어졌을 때 체력 회복이 쉽게 되지 않습니다. 또, 어딘가 아파지게 되었을 때 그 증상이 오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한 번 상처가 생기면 초기에는 아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배달 업무를 하면 그 시간을 쉽게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한 초기에 가능하면 활동량을 줄여주는 것이 통증을 빨리 없앨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업무상 운전을 많이 해요. 운전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는 데, 운전을 쉴 때 몸 이곳저곳이 아파요. 특별히 어디가 아픈지 잘 모르겠는데 몸에 힘이 계속 빠지는 느낌이 들어요."
"운전은 생각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적습니다. 우리 몸은 자주 움직여주지 않으면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주행시간이 짧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몸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몸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내렸다 타는 동작을 반복하면 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운전할 때는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에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세요. 또한 기지개를 켜듯 몸에 힘을 줬다 빼보세요. 억지로라도 근육을 사용하게 되면 장시간 업무를 했을 때 오는 피로감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등 잠깐 시간이 생긴다면 가볍게 하체운동을 해주세요. 다리의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 이동수단을 타고 내릴 때 조금 천천히 내려보세요. 평소보다 살짝만 느리게 움직여도 몸이 받는 부하가 줄어듭니다. 여유가 있다면 내리기 전에 가볍게 몸을 움직여 준 다음 내려주세요. 갑자기 움직일 때 받는 부하를 줄여주게 됩니다. 또한 타거나 내릴 때 허리를 비틀지 마시고 몸 전체를 움직여서 동작을 수행해 주세요. 허리를 비트는 것만 줄여도 통증이 많이 사라지게 됩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나면 항상 목이나 어깨가 결려요. 너무 많이 뭉친 날은 두통까지 생겨요. 업무가 많은 날엔 손에 힘이 빠지거나 저린 느낌이 들어요."
"자동차와는 다르게 오토바이나 자전거는 손으로 엑셀이나 브레이크를 조작하면서 동시에 팔 전체를 움직여 핸들을 조정합니다. 이 동작이 어깨나 목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주행할 때는 안전이 우선이므로 가장 편한 방법으로 운전해 주시고, 운전하지 않을 때 목이나 어깨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세요. 스트레칭 방법을 잘 모르신다면 기지개를 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운전할 때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중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중심 잡는 것이 힘들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을 것입니다. 익숙해져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중심을 잡는 행위는 신체에 있는 많은 근육을 사용하게 합니다. 따라서 장시간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면 피곤함이 느껴지실 겁니다."
"또한 다른 배달을 받기 위해 기다리거나 대기하는 시간에 편하게 쉴 곳이 없기 때문에 보통 앉아서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허리에 부담이 가게 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허리 쪽에 뻐근함이나 통증이 느껴지실 겁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앉아서 쉬기 전에 일어나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세요. 허리를 훌라후프 돌리듯 작은 원을 그리며 가볍게 돌려주세요. 많은 분들이 스트레칭할 때 앞쪽과 뒤쪽 방향으로는 잘하시지만 옆구리 스트레칭을 빼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을 위로 쭉 뻗고 옆구리 전체를 늘리듯 가볍게 스트레칭해 주세요. 제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하체의 혈액순환을 도와주어 허리에 부담을 줄여줍니다."
"계단을 자주 오르내리는데 이때 무릎이 너무 아파요. 특히 계단 내려올 때 많이 아파요. 일하다 보면 자주 부딪히게 되어 멍이 자주 드는데 어디서 부딪혔는지 기억도 안 나요."
"배달 업무상 계단을 많이 오르내리게 되는데 이때 너무 빠르게 오르내리거나 상체가 앞으로 숙여진 상태에서 계단을 타면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갑니다. 또한, 계단을 내려올 때 뛰어내리듯 빠르게 움직이면 무릎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됩니다. 처음엔 작은 통증만 느껴지지만 관절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면 관절염이 생기고, 나중에는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아프게 됩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최대한 천천히 해주세요. 일이 많거나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지속적으로 빠르게 계단을 오르내리면 일을 쉬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느리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보다 조금만 천천히 계단을 타려고 노력해 보세요. 무릎 통증이 훨씬 줄어든 것이 느껴지실 겁니다. 또한, 계단을 올라갈 때 상체가 너무 숙여지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너무 꼿꼿이 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앞으로 살짝 기울어진다는 느낌만 들면 됩니다."
"콜을 받거나 주소를 볼 때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야 해요. 이때 목이랑 눈이 너무 아파요. 통증이 심할 땐 머리까지 아픈 경우도 있어요."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면 거치대를 사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거치대를 사용할 땐 고개가 너무 숙여지지 않도록 시선을 아래로 두는 연습을 해보세요. 눈이 밑으로 향하면 고개는 자연스럽게 덜 숙여지게 됩니다. 만약 거치대를 사용할 수 없다면 스마트폰 잡은 팔의 팔꿈치를 몸통 쪽에 최대한 가깝게 붙여주세요. 팔이 받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는 헬멧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가벼운 제품이라도 장시간 착용하고 있으면 목에 많은 부담을 줍니다. 운행을 멈춘 뒤 여유가 된다면 헬멧을 자주 벗어주세요. 조금 귀찮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목의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장시간 스마트폰을 주시해서 눈이 아프다면 눈을 자주 감아주세요. 눈을 감고 있을 수 없다면 최대한 자주 눈을 깜박여 주세요. 눈을 자주 깜박이면 눈 안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미량의 수분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눈을 자주 깜박이면 뇌에도 많은 자극을 주어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저도 멍하게 있을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업무를 마치고 나면 항상 목이 칼칼하고 따가울 때가 많아요. 코를 풀면 까맣거나 노란 것들이 많이 묻어 나와요. 가끔 숨을 크게 쉬기 힘들 때가 있고,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어요."
"배달업무는 주로 야외활동을 하기 때문에, 특히 도로 위를 많이 다니기 때문에 매연과 먼지 등 이물질로 인해 호흡기가 타격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염된 공기를 자주 마시면 후두염, 기관지염이 잘 생길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감기가 쉽게 걸리는 등 호흡기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야외활동을 할 땐 마스크나 호흡기를 보호하는 장치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일반 마스크가 불편하다면 안면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도로를 다닐 때는 최대한 코로 숨을 쉬어주세요. 코 안쪽에 있는 점막들이 이물질을 걸러주고, 수분을 공급해 주어 기관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또한, 혀를 자주 움직여주세요. 혀를 움직이면 침이 나오는데 이것은 구강 안쪽의 수분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배달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유산소 운동이 필수입니다. 체력을 보강하는 이유도 있지만 약해진 호흡기를 단련하는데 유산소 운동은 많은 도움을 줍니다. 저는 달리기를 추천합니다. 처음엔 아주 천천히 뛰어주시고, 체력이 늘면 속도를 조금씩 빠르게 해 주세요. 또한, 가슴 앞쪽이나 겨드랑이 바로 밑에 있는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자주 두드려주세요. 안에 쌓여있는 객담(가래)이 쉽게 배출됩니다. 실제 병원에서 호흡기 문제가 있는 환자분들에게 사용하는 치료법입니다."
"항상 소화불량을 가지고 살아요. 공복 때 속이 많이 쓰리고, 밥을 먹고 나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항상 불편해요."
"업무상 밥 먹을 시간을 충분히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식사를 제때 못하거나 급하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위가 부담을 받게 되고 결국 소화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가능하면 비슷한 시간에 식사를 해주세요. 다른 사람들과 식사시간이 달라도 괜찮습니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최대한 그 시간즈음에 식사를 해주세요. 어쩔 수 없이 간편식을 주로 드시지만 여유가 있다면 한 끼 정도는 밥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이 바쁠 때면 간식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조금씩 드세요. 견과류나 초콜릿, 사탕이 좋습니다."
"물을 자주 드셔주세요. 물은 입을 적실정도로만 드시는 게 좋습니다.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소화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물을 자주 마시면 입안과 목안쪽의 수분 공급에도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에 언급한 것처럼 배달기사분들은 타인을 위해 정작 자신의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얼마 전 길을 걸어가다 오토바이 위에 앉아서 끼니를 때우고 있는 기사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녁시간 전 오후였는데 물도 없이 급하게 밥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아마 늦은 점심이거나 저녁을 미리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음식을 배달받거나 택배로 물건을 받을 때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분들의 노고와 그분들 덕분에 편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조금씩 그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의 노고를 다른 사람들도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직업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모든 직업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 직업을 선택한 것도 본인의 의지입니다.
간혹 "스스로 돈 벌겠다고 한 일인데 왜 걱정을 하느냐?"의 질문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속사정은 본인 외에는 알지 못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그분들 덕분에 편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내가 편할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만 가지려고 합니다.
저는 매번 배달을 받을 때 감사인사를 드리곤 했는데, 그것마저 기사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실 것 같아서 요즘엔 그냥 문 앞에 두고 가는 것을 요청합니다. 그저 요청사항에 '조심히 와주세요.'라는 말만 남깁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싶을 때 바로 먹을 수 있고, 가지고 싶을 때 바로 가질 수 있는 행복을 누리는 것은 기사님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주변에 배달기사님들이 계신다면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글이 배달 업종에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