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감정을 연주하지만, 온 몸으로 음악을 버텨내는 사람들
Q. 기타리스트는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고요?
A.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음악을 연주하는 우아한 직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자세를 오랜 시간 고정하여 반복된 동작을 해야 하는 노동입니다. 특히 목, 어깨, 허리, 손목, 손가락 등 여러 부위에 부담이 누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자세나 동작이 문제를 일으키나요?
A. 우선, 기타리스트는 연습이나 공연 때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악보를 보거나 손의 위치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 자세가 장시간 지속되면 목이 굽고, 등이 둥글게 말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 자세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세가 무너지면 근육이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 전반적인 피로가 쉽게 쌓입니다.
Q. 기타를 메는 방식도 영향을 주나요?
A. 많은 영향을 줍니다. 대부분 왼쪽 어깨에 스트랩을 걸어 기타를 메는데, 이때 왼쪽 어깨와 허리, 발까지 지속적인 하중이 가해집니다. 특히 기타의 무게가 무겁거나 스트랩이 좁은 경우, 한쪽 어깨가 위로 들리거나 몸이 좌우로 기울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소위 말하는 '짝다리'를 짚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동작들이 척추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연주 동작 자체도 통증을 유발한다고요?
A. 네. 오른손으로 피크를 잡고 스트로크를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손목뿐 아니라 팔 전체, 그리고 연결된 목과 어깨 근육이 경직됩니다. 특히 박자나 속도를 맞추기 위해 반복적인 움직임을 빠르게 해야 하는 경우엔 미세한 충격이 쌓여 어깨 통증이나 목 결림 등이 발생하고 심하면 팔 저림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Q. 왼손으로는 코드를 잡는데, 그것도 부담인가요?
A. 그렇습니다. 기타의 프렛을 누르는 왼손은 계속해서 힘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때 근육의 정적인 사용을 하게 됩니다. 단순히 ‘힘을 쓰는 것’과는 다르게, 오래 지속되는 근육 긴장은 손과 팔의 피로와 통증의 주된 원인이 됩니다. 팔에서 오는 경직은 목과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합니다. 이 때문에 기타리스트 분들은 목 주변 근육이 항상 경직된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기타 연주 중간중간 어떤 관리가 필요할까요?
A. 스트레칭은 필수입니다. 연습이나 공연 중간에 짧게라도 쉬면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양팔을 위로 들어 기지개를 켜듯 켜어주거나, 목을 작은 범위로 천천히 돌려주는 동작, 허리를 훌라후프 하듯 작은 원을 그리는 동작 등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통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Q. 하루 종일 연습만 하다 보면, 그런 스트레칭을 잊기 쉽겠네요.
A. 그렇죠. 하지만 정작 큰 통증이 생기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예방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비대칭적인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칩니다. 장기적으로는 디스크나 만성 근육통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연습 중에도 의식적으로 자세를 점검하고 중간중간 움직여줘야 합니다.
Q. 어떤 기타리스트 분들은 연습할 때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도 하던데요.
A. 네. 앉아서 연주할 경우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자세가 되기 쉽습니다. 앞으로 굽은 상태에서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연주하는 것은 허리와 골반에 부담을 주고, 자연스럽게 목과 어깨까지 연쇄적으로 뻣뻣해지게 만듭니다. 가능하다면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사용하여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을 때 잠시라도 등받이에 몸을 기대면서 허리를 펴주세요. 주기적으로 엉덩이 위치를 바꾸며 자세를 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마지막으로 기타리스트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음악은 몸으로 만들어내는 예술입니다. 그래서 몸의 건강이 곧 연주의 질과도 연결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연주자도, 몸이 아프면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본인의 몸을 관리하는 것은 프로 음악인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입니다. 하루 중 10분이라도, 내 몸을 풀어주는 시간을 꼭 가지시길 바랍니다.
기타리스트는 단지 음악만 연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몸을 악기처럼 다뤄야 하는 직업입니다.
멋진 음악 뒤에 숨겨진 고된 신체적 노력을 이해하고, 그 노고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더해진다면 음악을 듣는 우리의 마음도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이 글이 모든 기타리스트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