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한 줌에서 피어나는 행복
제빵사는 빵, 케이크, 쿠키, 파이 등 다양한 제과·제빵 제품을 만드는 전문가입니다.
분야에 따라 파티시에, 쇼콜라티에 등 다양한 명칭이 있지만, 오늘 글에서는 빵을 주로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빵사의 하루는 아주 바쁩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해서 작업 준비, 청소, 반죽을 준비하고, 준비된 반죽을 발효시킵니다. 발효된 반죽은 오븐에 굽고, 완성된 빵은 진열, 포장합니다.
마감시간이 되면 청소와 냉장고 정리를 하며, 다음날 사용할 재료 및 반죽을 미리 준비해 둡니다.
업장의 규모에 따라 모든 절차를 혼자 또는 둘이서 하는 분들이 계시거나, 각 파트별로 맡은 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글은 각 파트에서 일했을 때 나타나는 통증의 양상이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빵을 만들 때 밀가루 등 가루를 많이 사용하는데 코가 자꾸 간지럽고 목이 건조해요. 하루 종일 빵을 만들다 보면 먹지도 않았는데 배부르거나 속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오븐에 빵을 구울 때 온몸에 열이 나는 게 느껴져요. 땀을 너무 흘려서 가끔 어지러울 때도 있어요."
"가루를 사용할 때 미세한 가루들은 호흡기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큰 가루들은 대부분 마스크나 코에서 걸러지지만 미세한 가루들은 호흡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와 기관지나 폐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꼭 마스크를 사용하세요. 그리고 숨은 웬만하면 코로 쉬어주세요. 우리 코 안에는 코털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1차적으로 내 몸으로 들어오는 이물질을 걸러냅니다. 또한 코 안쪽의 점막에서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 미세한 먼지들을 걸러내게 됩니다. 입으로 숨을 쉬면 위와 같은 작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목이 금세 아파지거나 건조해집니다. 때문에 코로 숨을 자주 쉬어주세요."
"빵을 만들 때 나는 향들을 자주 맡다 보면 속이 불편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뇌에 음식에 대한 정보가 저장될 때 향기만 기억되지 않고 맛, 촉감 등이 같이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향을 자주 맡으면 그것을 먹었거나, 먹기 위해 위가 반응하게 되는데 이때 속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식사를 가볍게 하시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드셔주세요. 속이 불편하다고 계속 먹지 않으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습니다."
"빵을 구울 때 오븐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때 우리 몸은 열을 많이 받게 됩니다. 일 자체가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이미 몸에 열이 많은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열이 가해지면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피로해지기 쉽습니다."
"가능하면 선풍기나 바깥바람을 자주 쐬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안된다면 호흡을 자주 해주세요. 호흡을 자주 하면 열을 내리는데 효과적입니다. 다만 빠른 호흡은 좋지 않고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해주세요. 또한, 열이 날 때 땀이 많이 나게 되는데 이때는 잃어버린 만큼 수분을 보충해주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머니에 사탕이나 초콜릿 등 당장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간식을 들고 다니세요. 먹기 거북할 수 있겠지만 힘이 들 때 에너지 보충은 필수적입니다."
"반죽을 기계에 넣거나 빵을 자르는 등 팔을 사용할 때가 많아서 항상 어깨랑 목이 아파요. 가끔 팔에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거나 손이 저릴 때가 있어요. 손목통증은 항상 달고 다녀요."
"팔을 사용할 때 어깨가 아픈 이유는 팔을 많이 쓴 것도 이유가 되지만, 팔을 사용할 때 고개가 숙여지면 어깨나 팔꿈치, 손목의 통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깨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부위보다 어깨의 통증이 유발될 때가 더 많을 것입니다."
"어깨에 통증이 느껴질 땐 고개를 들어주세요. 고개를 들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주는 건 1~2초 정도만 해주시면 됩니다. 잠깐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여서 일을 하세요. 다만, 최대한 고개가 숙여지지 않도록 눈을 아래로 내려다보거나, 무릎을 구부리는 등 신체의 다른 부위를 자주 이용해 주세요.
어깨 스트레칭은 팔을 돌리기보다는 '어깨를 으쓱'하는 동작을 자주 해주세요."
"팔에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든다면 양팔을 만세자세로 만들어주세요. 그 상태로 팔을 접었다 펴면 혈액순환이 됩니다. 주로 팔을 아래로 내리고 있기 때문에 여유가 생길 땐 팔을 위로 들어주셔야 합니다. 팔을 접었다 펼 때 주먹을 쥐었다 피는 동작을 같이 해주시면 더 효과적으로 혈액순환을 시킬 수 있고, 손목 통증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청소할 때 자세가 좋지 않다 보니 허리랑 팔이 많이 아파요. 가끔 청소를 오래 해야 할 때는 너무 아파서 잠깐 쉬었다가 할 때도 있어요. 청소가 끝나면 몸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대부분 청소를 할 때는 시선을 바닥이나 테이블 등 아래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고개가 숙여지면서 허리도 같이 숙여지게 되는데, 이 상태로 일을 하면 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무릎을 살짝 구부려주시거나, 다리의 폭을 넓혀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리를 주로 사용하면 목이나 허리가 숙여지는 정도가 덜 해집니다. 최대한 다리를 많이 사용해 주세요."
"청소를 할 때는 반복적인 동작을 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문제는 청소를 빠르게 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빠르게 움직일 때 몸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근육이나 관절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최대한 천천히 움직여주세요. 당장 할 일이 많고 바빠서 빨리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저도 청소를 자주 하고 있는데, 몸에 부담이 안 되는 적당한 속도나, 빠르게 움직이는 속도나 일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비슷했습니다. 나는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분들은 그래도 빠르게 움직여질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움직이는 속도를 늦춰보세요. 생각보다 몸이 많이 편해질 것입니다."
"창고를 정리하거나 부족한 재료를 가지러 갈 때 무거운 것을 많이 들어요. 엄청 무겁진 않은데 자주 들다 보니 허리가 너무 아파요. 들고 이동할 때 무릎도 시큰거리고 쑤시듯이 아파요."
"무거운 것을 들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옷이 더러워질까 봐, 혹은 드는 물건이 더러울 때 우리는 몸에서 최대한 떨어뜨려 그것을 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세가 엉성해지고 이것이 목, 허리, 어깨, 무릎 통증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것을 들 때는 최대한 몸에 가깝게 붙이세요. 배꼽 위쪽 부분에 물건을 바짝 붙여서 들어주세요. 팔꿈치는 최대한 몸통과 가까워지게 하거나, 몸통에 붙여주세요. 팔이 받는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그리고 물건을 들고 이동할 땐 배에 힘을 줘보세요. 배에 힘을 주고 움직이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지만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입니다. 배에 힘을 주고 걸으면 허리나 다리의 통증이 경감됩니다."
"또한 서서 일하기 때문에 다리가 잘 붓고 종아리가 많이 뭉칩니다. 다리가 붓게 되면 다리를 움직이는 게 어색하거나 힘이 듭니다. 또한 종아리가 뭉쳐 있으면 걸을 때 제대로 힘을 낼 수가 없습니다."
"다리를 자주 접었다 펴주세요. 서있거나 앉아있는 상태에서 무릎을 자주 구부려주시면 됩니다. 종아리는 퇴근 후 공이나 여러 도구들을 사용하여 자주 풀어주세요. 다리에 힘을 빼고 종아리를 만져 봤을 때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풀어주시면 좋습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서 메뉴 개발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일 끝나고 쉬고 싶은데 메뉴 개발을 해야 해서 제대로 못 쉬는 경우가 많아요."
"창의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 소모와,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활동입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에서는 신메뉴 개발, 고객의 취향 반영, 계절별 메뉴 개발 등의 일을 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육체적 피로가 가시기 도전에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우리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때문에 다른 관리보다 스트레스 관리를 우선으로 해주셔야 합니다."
"스트레스 조절하려면 휴식을 취해주어야 합니다. 휴식은 육체적 휴식과 정신적 휴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육체적 휴식을 취하려면 퇴근 후 쉬어야 합니다. 잠시라도 지친 몸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내어주세요. 그 이후에는 가벼운 운동을 해주세요. 몸을 쓰는 일을 하면 운동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노동과 운동을 다릅니다. 초반에는 격한 운동보다 가벼운 맨손 운동을 통해 혈액 순환을 시켜주세요. 그래야 몸이 쉴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휴식은 즐거운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감상, 게임, 독서, 꽃꽂이 등 예전에 즐겁게 했거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간을 조금이라도 내어해 주세요. 내가 무엇인가를 만들고, 완성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과정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감정적인 자극이 중요한데, 저는 이것을 희열, 전율이라고 표현합니다. 쉽게 말하면 감동받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움직여지는, 감동을 받는 활동들을 자주 해주세요. 머리가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제빵사는 이렇게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합니다.
모든 직업은 힘듭니다. 그렇지만 나의 일이 아니면 그 힘듦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이유도 직업으로 인해 생기는 통증을 해결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서로의 힘듦을 알게 하고, 서로 위로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매일 먹는 빵, 쉽게 중독될 정도로 맛있는 빵들은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우리 손에 쥐어집니다.
우울해서 빵 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빵이 주는 행복감은 큽니다.
먹는 것은 정말 쉽지만, 만드는 것은 정말 노력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주변에 제빵사가 있다면 정말 고맙다고, 항상 수고한다고 한마디 건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글이 제빵사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