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사라진 날(4)

동화시

by 분촌

하얀 옷, 하얀 꽃, 하얀 울음바다.

눈물 흘리는 엄마 얼굴도 하얗고

사진 속 할아버지 미소도 하얗고

온통 하얀 세상 속에

오도카니 서 있는

승아 마음도 하얗지요.

무지개는 파란 띠 벗어두고

보라 띠도 벗어둔 후

하얀 꽃들을 오색 물들여요.

승아 입가에 고운 미소 번지고

엄마 눈가에도 놀라움이 번져요.

어디선가 파랑새들 날아와

무지갯빛 소리로 노래 불러요.

엄마는 몸 낮춰 승아를 껴안고

"승아야, 할아버지야."

속삭여요.

"엄마, 저기에도."

승아 조그만 손가락 끝에

보랏빛 제비꽃

마당가에서 하늘거려요.

엄마는 승아와 볼 부비며

"그래, 할아버진 어디에나 계신 거야."

기쁨의 눈물을 흘려요.

슬픔의 눈물 다 씻기어 사라져요.

무지개 흐뭇하게 승아를 보고 있는데

“무지개가 저기 있다! 잡아라!”

공기요정들이 번개처럼 날아와

무지개를 붙잡아요.

“내버려둬! 난 일을 할 거야!”

무지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요.

“하늘에 떠 있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세상 사람들이 한꺼번에 널 볼 수 있잖아.”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 마음에 희망이 생기지.”

무지개 고개를 푹 숙이며 슬퍼해요.

“비 온 후 갠 날, 어쩌다 아주 가끔 말이지?”

공기요정들 대꾸하지 못해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무지개, 이때다!

바람처럼 달아나요.

“요 말썽꾸러기!”

공기요정들도 다시 길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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