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의 민낯
그날은 중요한 행사 날이었다.
행사장은 내가 있던 백화점에서 차로 8분 거리. 믿고 보는 구글 맵, 화면에는 분명 이렇게 쓰여 있었다.
“8 minutes drive.”
행사 시작까지 아직 두 시간 남짓 여유.
지인들과 근처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행사 시작 30분 전.
우리는 백화점 로비로 내려갔다. 차를 기다리는데
왠지 심상치 않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도로는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막히기 시작했다. 비는 갑자기 퍼붓지도 않았고, 소리 없이 고요하게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차 안에 탑승한 순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그러게, 제자리네”
그렇게 백화점 앞 도로에서 1시간 넘게 대기.
그 뒤로 서서히 움직이긴 했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우리는 결국 3시간 만에 행사장 도착. 이미 사회자도, 기념촬영도, 케이터링도 사라진 후였다.
다음 날도 반복되는 교통 지옥
다음 날 지인이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20분 거리였는데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30분. 요약하면 이렇다.
자카르타에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버려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날만의 특수 상황? 아니면 자카르타의 일상?
그건 꽤 정교한 원인들의 도미노였다.
① 인구 밀집
2025년 기준 자카르타 인구는 약 1천163만여 명, 인구는 많고 밀집도는 심각하다
② 쓰레기 무단투기
생활 쓰레기가 도로변과 하수구에 무단 투기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쓰레기는 어디로든 쌓인다.
③ 막힌 하수 시스템
하수구는 쓰레기로 막히고, 비가 오면 빗물이 빠지지 않는다. 결국 도로는 순식간에 임시 수영장이 된다.
④ 침수 → 차량 정체
물이 찬 도로를 차량은 지날 수 없다. 모든 방향이 동시에 막히며, 시내 전역, 이어서 고속도로까지 “움직이지 않는 도시”가 된다.
⑤ 대중교통 대체 부족
KTX는커녕 MRT도 부족한 도시. 대부분 오토바이나 차량에 의존하면서, 혼잡은 더욱더 심해진다.
비가 오면 길이 잠기고, 길이 잠기면 도시도 잠긴다.
도시는 그대로, 우리만 지친다.
그날 이후, 나는 외출 전 일기예보를 꼭 챙겨본다.
‘강한 비’ 예보가 뜨면 중심가 약속은 재고한다.
비는 여전히 자주 내리고, 도시는 막히지만 내 일상만큼은 조금 덜 갇히기를 바란다.
이 도시에서는 '예측'이 '대비'다.
자카르타에선 경험이 최고의 생존 전략이 된다.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참고 및 사진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 Jakarta 2025
Macrotrends – Jakarta Metro Population
Straits Times – Jakarta Traffic
Noble Properties Asia – Why Jakarta Traffic Is So Chaotic
BBC Indonesia – Mengapa Jakarta sering banjir?
KOMPAS.com
RMOL.id
https://images.app.goo.gl/sY1WmvGv2RPsMADf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