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가는 날보다, 우연과 변수로 채워지는 날이 더 많았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게 버겁고 답답했다. 길이 막히면 조급해졌고, 언어가 막히면 괜히 위축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여기서 사는 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스콜처럼 쏟아졌다가 금세 그치는 비, 길모퉁이에서 구워지는 사떼 냄새, 그리고 현지인들이 건네는 “Apa kabar?"라는 인사.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느긋해졌고, 작은 일에 크게 화내지 않게 되었으며, 스스로를 달래는 방법을 배웠다. 이 도시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더 부드럽게도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자카르타는 ‘잠깐 머무는 곳’ 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자카르타는 ‘다음 이야기를 쓰게 하는 곳’이다.
자카르타, 고맙다. 너는 내게 ‘적응’이란 단어를 가르쳐줬고, ‘기다림’이란 시간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