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와 나의 다음 페이지

-에필로그





자카르타에서의 하루하루는

마치 비 오는 날 도로 위처럼 예측할 수 없었다.


계획대로 가는 날보다, 우연과 변수로 채워지는 날이 더 많았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게 버겁고 답답했다. 길이 막히면 조급해졌고, 언어가 막히면 괜히 위축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여기서 사는 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스콜처럼 쏟아졌다가 금세 그치는 비, 길모퉁이에서 구워지는 사떼 냄새, 그리고 현지인들이 건네는 “Apa kabar?"라는 인사.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느긋해졌고, 작은 일에 크게 화내지 않게 되었으며, 스스로를 달래는 방법을 배웠다.
이 도시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더 부드럽게도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자카르타는 ‘잠깐 머무는 곳’ 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자카르타는 ‘다음 이야기를 쓰게 하는 곳’이다.

자카르타, 고맙다. 너는 내게 ‘적응’이란 단어를 가르쳐줬고, 기다림’이란 시간을 선물했다.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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