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그룹의 최고위급 인사가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짧고도 밀도 높은 일정 중, 단 2시간짜리 "따만 미니" 투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투어의 가이드 역할, 내 몫이었다.
내 인생에서 손에 꼽힐 만큼 진심을 다해 준비했던 순간이었다. 모자라고 창피한 건, 정말 싫으니까.
주어진 시간은 단 2시간. 그 두 시간을 위해 나는 3주 동안 따만 미니를 들락날락하며 완벽한 안내를 준비했다.
“인도네시아를 하루 만에 여행하고 싶다면, 따만 미니로 가라!” 는 말이 있다.
"Taman Mini Indonesia Indah" (따만 미니 인도네시아 인다) "아름다운 작은 인도네시아 공원"이라는 뜻이다.
1975년, 당시 32년 동안 장기 독재 집권을 했던 수하르토 대통령의 부인인 티엔 수하르토(Ibu Tien Suharto)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인도네시아의 축소판이다.
자카르타 동부에 위치하며, 약 3.2 km² (320헥타르) 규모의 대형 문화 테마공원이다. 하루에 다 돌아보는 건 불가능하다.
이곳에는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전통가옥 33채가 실제 크기로 재현돼 있고, 역사·과학·기술·문화·자연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20개 이상의 박물관이 있다. 전통 의상, 무용, 공예, 민속 공연은 물론, 코모도 같은 희귀 동물들까지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생태 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인도네시아의 다채로운 문화와 자연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외국인이라면 꼭 한 번은 방문해야 할 인도네시아 대표 문화 명소다.
따만 미니 지도, 출처: Taman Mini 웹사이트
오늘의 주제는 ‘파푸아’인데 이야기가 길어진 이유는, 따만 미니 안의 전통가옥 중 하나가 바로 ‘파푸아’이기 때문이다.
사전 답사차 다시 찾은 파푸아 전통가옥. 예전에도 몇 번 다녀갔지만, 이번엔 달랐다. 더욱 꼼꼼히, 더 진심으로 기록했다.
관리 사무실에 들러 파푸아 부족 출신 가이드를 요청했고, 그와 함께 파푸아 전통가옥 안, 박물관 전시품들을 촬영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파푸아는 크게 세 부족으로 나뉘고, 그들 각각의 특성, 전통가옥 "호나이(Honai)" 내부에서 모닥불을 사용하는 이유는 고지대의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함과 동시에 해충 방지를 위해서 이고, 일부 부족에서 여성은 가축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등, 심각한 성차별적 관행이 존재했었고. 약으로 쓰이는 흰개미 집의 성분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하루 종일 들어도 모자랄 만큼 방대한 정보였다.
파푸아 전통가옥 호나이(Honai) 사진출처:konstruksi.kilat.com
하지만 무엇보다 강하게 기억에 남는 건, 손가락을 자르는 "이키 팔렉(Iki Palek)" 풍습이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박물관 유리 속에 전시된 작은 칼을 보고 “기괴하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풍습의 의미를 듣고 나서는 오히려 내가 더 숙연해졌다.
그들은 부모나 자식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자신의 손가락 한 마디를 자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고통은, 내 손가락을 자르는 고통과 같기에 그 고통을 몸에 새기며, 마음 깊이 간직하겠다”는 뜻이란다.그리고 그렇게 잘린 손가락은 사랑하는 또 다른 남은 이에게 건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유리 속의 칼은 단순한 날붙이가 아니었다. 그 안엔 사랑과 상실이 담겨 있었다.
출처 : goodnewsfromindonesia
이처럼 배경을 알고 보면, 똑같은 물건도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그저 오래된 금속일 뿐인 칼이, 깊은 문화와 감정을 전하는 도구로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어디를 가든, 미리 알고 가면 더 많이 보이고 더 깊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또 갔다. 솔직히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이후에도 계속 따만 미니를 찾았다. 갈 때마다 새롭게 보이고, 새롭게 배웠다.
이 땅의 복잡하고 깊은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고, 그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