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의 질문

-인도네시아 녹차는 무슨 맛이에요?



Teh Tawar



한 구독자님이 댓글을 남겼다.

“인도네시아 녹차는 무슨 맛이에요?"


한국 식당에서는 보리차나 생수를 기본으로 주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차(Teh, 떼)를 낸다. 예전엔 무료였지만, 요즘은 유료가 많다. 도네시아에서 주로 마시는 차는 생각보다 단출하다.



-Teh Tawar (떼 따와르)-

아무것도 넣지 않은 순수한 차.

Teh Tawar, 사진출처 : JawaPos.com


-Teh Manis (떼 마니스)-

Teh Tawar에 설탕을 듬뿍 넣은 달콤한 차.

Teh manis, 사진출처 : KOMPAS.com


-Teh Botol (떼 보톨)-

국민 음료로 인기 많다.

The Botol, 사진출처 : Olenka, Jakarta


내 중국계 현지 친구는 식당에서 항상 뜨거운 Teh Tawar를 두 잔 시킨다.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는 ‘차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었지만, 곧, 한 잔에 포크와 숟가락을 담그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유를 묻자 친구는 “소독하는 거야.”라고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친구가 옛날 글로독 차이나타운에 모여 살던 그녀의 조상들이 했던 습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나도 오래된 지혜를 따라 한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속엔 지역의 문화, 조상들의 지혜, 생활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름은 '녹차'인데, 왜 색깔은 갈색일까?


이 질문의 답은 가공 방식에 있다.
차나무에서 딴 찻잎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차가 된다.

녹차(Green Tea)는 찻잎을 따자마자 바로 쪄서 산화를 막고 건조한다. 그래서 색이 연둣빛이고, 맛도 신선하고 부드럽다.

홍차(Black Tea)는 찻잎을 공기 중에 오래 노출시켜 산화시킨 뒤 건조한다. 색은 짙은 갈색, 맛은 진하고 떫다.

우롱차(Oolong Tea)는 두 방식의 중간으로, 절반 정도만 산화시킨다.


인도네시아에서 마시는 갈색 차는 홍차다.
녹찻잎을 그대로 산화시켜 만드는 전통 방식이 여전히 주류다. 찻잎을 오래 우리고, 미리 끓여두었다가 내놓기 때문에 색은 더 진하고, 맛은 쌉쌀하고 끝맛이 떫다.


Teh manis, 사진출처 : lifestyle.bisnis.com



왜 이렇게 만들게 되었을까?


그 배경엔 식민지 시대의 역사가 있다.
19세기,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 유럽 수출용 차 생산을 위해, 자바섬에 대규모 ‘플랜테이션’이 조성되었다.

플랜테이션이란,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특정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농장을 말한다.
네덜란드는 자바섬에 차, 커피, 사탕수수, 고무 등을 재배하는 플랜테이션을 운영했다.

이때 들여온 찻잎 품종은 인도 아삼 지역의 홍차용 찻잎(Assam variety). 녹차보다 산화(발효)가 잘 되고, 맛도 더 진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고온다습한 열대 기후라,
한국이나 일본처럼 찻잎을 찌는 방식보다
그냥 말려서 발효시키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이었다.

결국 인도네시아의 차 문화는
‘홍차 스타일’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네덜란드 VOC, 사진출처 : sma13smg.sch.id



그럼, 맛은 어떨까?


한 모금 마시면 입안에 떫은맛이 남는다. 끝맛은 살짝 씁쓸하다. 보리차처럼 구수하지도, 일본 녹차처럼 부드럽지도 않다.
대신 흙냄새 같은 깊이 있는 향과 은은한 탄 향이 스며 있다. 처음엔 낯설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달콤한 설탕이 들어가면 그 쓴맛과 조화를 이루며 묘하게 중독된다.

현지인들이 Teh Manis를 사랑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나도 좋아한다. 달콤하고 진하면서 얼음을 띄우면 더위도 가시고, 기분도 달달해진다.


뿐짝 차 밭 : 사진출처 : www.villabango.com


Teh Tawar + 설탕 두 스푼 = Teh Manis


이건 인도네시아식 공식이자,
오늘 같은 날 내게도 꼭 필요한 공식이다.

기운 없고 기분이 가라앉는 날에는
쓴 차 위에 단맛을 얹어보자.
입속도, 하루도, 조금은 괜찮아질 테니까.




by 23 년 차, 자카르타 언니





참고 자료

Tea Production in Indonesia – Wikipedia

History of Tea in Indonesia – Chai House

The Quest to Lift Indonesian Tea – Manual.co.id

Indonesian Tea Industry Report (PDF) – o-ch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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