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샤인 코스트는 해변가가 아름답다. 해변가를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잘 형성이 되어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해변가를 홀로 산책 하는 것이 중요한 하루 일과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왜 항상 빠르게 타고 다닐까?’
‘느리게 타면 안 되나?’
물론, 자전거를 타는 주 목적은 빨리 가는 것일 것이다. 빨리 가지 않을 거면 걸으면 된다. 굳이 자전거를 탈 필요가 없다. 걷기,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은 매우 다양한 범위로 확장해 나아 갔다. 그리고 이렇게 확장해 갈 때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게 되었다. 우주로 향하는 우주선의 속도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기발한 발상이었던 것 같다.
‘빨리 가려고 타는 자전거를 일부러 느리게 간다?’
한번 해보기로 했다.
걷는 속도 보다 느리게 자전거를 타고 가 보기로 하였다. 페달을 천천히 밟으면서,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며 나아 갔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매번 바람이 휘날리도록 ‘쌩’하고 달려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곧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던 중, 어느 한 좁은 길을 지나치게 되었다. 어느 백인 부부가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계셨다. 이곳은 은퇴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주변에 노인분들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나이가 꽤 있어 보였다. 70-80대 정도로 추측을 한다. 그 두 분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걷고 계셨다.
이 주변 길이 넓지 않았다. 그 두 노인을 요리조리 피해 그렇게 나는 느린 속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아 나아 갔다.
그렇게 지나치는 순간, 한 노인 남성분이 갑작스레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오! 고맙네”
그냥 예의상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 고마워서 하는 말처럼 느꼈다. 거동이 불편한 자신들을 배려해서 내가 천천히 가는 것으로 알고 계신 것이랴.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러고는,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
라며 지나가셨다.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갔을 뿐인데, 한 노인 부부를 배려한 것이 되어 버렸다. 느리게 가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되어 버린다니, 희한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동안 너무 빠르게 달려오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도로에서 오랫동안 달려왔다. 반면, 지금은 시골길을 거닐고 있다. 차도 없이 그냥 걸을 뿐이다. 통행료를 낼 필요도 없고, 속도를 올릴 필요도 없다. 속도를 내린다고 해서 벌금을 물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많은 것이 보인다. 삶이 보이고, 자연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