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시쳇물

by 나루터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가 있다. 어두운 밤, 원효대사는 어느 한적한 곳에 머물렀다. 그곳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차, 그는 목이 마르기 시작하였다. 마침, 근처 바가지에 물이 담겨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바가지에 있는 물을 벌컥 마셨다. 매우 시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가지가 없는 것이었다. 보이는 것은 해골이었다. 그가 머물던 곳도 집이 아니라 무덤이었다. 결국, 해골에 담긴 물을 마셨던 것이다. 해골에 담긴 물을 마셨다는 것을 알고, 그는 구역질이 나기 시작 하였다. 해골바가지를 보지 않았더라면 구역질을 했을까? 해골이라는 프레임이 얹혀지자 거의 반사자동적으로 반응을 한 것이다. 해골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이것이 내가 아는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다. 이 경험을 빗대어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라 하기도 한다. 보통, 이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 한다.


나도 원효대사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나는 해골물이 아니라, 개미의 시쳇물 이다. 물론, 원효대사와 같이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다.


태국 코팡안 (Koh Phangan) 방문하였다. Koh는 태국어로 섬, Phangan의 “ngan”은 sandbar(모래톱)의 의미다. 이 섬에는 모래톱이 많으므로 이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 코팡안 섬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라면, 풀문파티 (full moon party)일 것이다. 한국말로 하면, 보름달 파티다.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면 매우 큰 파티가 열린다. 보름달에는 매우 영적인 기운이 가득한 날로 알려져 있다. 늑대 인간도 보름달만 되면 늑대로 변한다고 하지 않나? 또한 보름달은 여성의 생리 주기와도 관련이 있다. 하타요가 (hatha yoga)에서 하 (ha)는 태양을 타 (tha)는 달을 의미한다. 여성의 신체는 달의 주기와 조화를 맞추어 왔다고 한다.


내가 그곳에 방문한 목적은 파티보다는 명상 때문이었다. 마침내 한 위빠사나 명상센터에서 매월 10일마다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의 정식 명칭은 왓 카오 탐(Wat Khao Tham)이다. 왓 (wat) 이란 태국어로 사찰을 의미한다. 어느 장소의 명칭이든 태국에서 wat이 이름의 앞에 들어가 있다면, 그것은 거의 사찰을 의미할 것이다.


어느 명상센터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곳도 물의 공급은 필수다. 일상생활과 명상 리트릿의 차이라면, 물의 공급보다는 먹는 것의 공급 조절에 대한 현저한 차이일 것이다. 명상은 매우 정적인 활동에 속한다. 앉아서 하는 명상의 가장 적극적인 생존 활동 중 하나라면 숨쉬기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물의 공급에 있다. 다만, 먹는 것은 최대한 줄인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명상센터에서 삼시세끼를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대부분이 하루에 두 끼를 제공하고, 좀 더 진지하게 명상을 하는 곳은 하루 한 끼만 제공한다.


명상 리트릿에 참여할 경우, 먹는 것은 줄이더라도 마시는 것은 평소보다 더 섭취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함이기도 하다. 실제로, 허기진 상태에서 무엇을 마신다면, 허기짐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물로 배를 채운 다’는 말도 있지 않나?


그곳은 여행자들이 머무는 숙소와 스님들이 머무는 장소 사이에 식당 같은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언제든지 물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물은 큰 쇠통에 담겨 있었다. 한동안, 그 안에 있던 물을 계속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잘 마셨다. 물맛이 괜찮았다. 나는 물에 좀 민감한 편이다. 특히, 특정한 물을 마시면 바로 이상한 느낌을 받곤 한다. 허나, 이곳의 물은 괜찮다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물이 담겨있는 쇠통의 뚜껑이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물통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을 자극했다. 굳이 볼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 안을 보고 잠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개미의 시체가 물속에 둥둥 떠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안을 보라고 그렇게 열어 놓은 것 같다. 나는 꽤 오랫동안 채식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아침마다 스님들의 탁발로 모은 음식을 먹을 때면, 고기가 들어간 음식만을 쏙 빼놓고 먹곤 했다. 이를 거기 계신 스님들과 봉사자들이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개미의 시쳇물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마셨던 것이었다. 원효대사처럼 구역질이 나고, 큰 깨달음을 얻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겨준 경험이었다.


개미의 시쳇물인줄 모르고 마셨을 때는, 그냥 물이었지만,


수많은 개미 시체 떼 가 물에 떠다니는 것을 보고는,


물을 마시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런데, 고깃물과 개미 시쳇물의 차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 후 나는 탁발로 모은 음식들 중에서도,


고기를 골라 먹는 시범을 보였다.


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내 마음이 더러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설사로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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