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드라마에서처럼 임신테스트기에 새빨간 두 줄이 떡하니 뜨는 줄 알았다. 현실은 드라마와 달랐다. 두 줄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아주 흐릿한 선. 어떻게 보면 한 줄로 보이고 어떻게 보면 또 두 줄로 보이는 매직. 맘카페에서는 이걸 "매직아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임신테스트기에 아주 흐린 두 줄을 확인하고는 고민에 빠졌다.
이걸 말해? 말아?
만약 임신을 하면 인스타그램에 있는 영상들처럼 임밍아웃 이벤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흐린 두 줄이니 임신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임신테스트기에 오류가 나는 경우도 꽤 자주 있는 일이었다. 괜히 임밍아웃을 했다가 아닐 경우 남편을 실망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남편에게는 일단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산부인과에서 아기집을 보면 그때 임밍아웃을 해야지 다짐하면서.
나 진짜 이상한 꿈을 꿨어
꿈이란 게 정말 무섭고도 신기하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내가 임신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확인한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나 진짜 이상한 꿈을 꿨어"라고 말하며 꿈 내용을 말했다. 딸기밭에 가서 주렁주렁 열린 딸기를 입안 가득 따먹는 꿈이었는데 그 꿈이 너무 생생하다고 말이다. "혹시 태몽 아니야?"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시, 내 20년 지기 친구이자 올케인 A도 임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공유했고 A도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을 보았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임신 사실을 가장 먼저 알렸다. 남편 또한 동생 부부가 임신 준비하는 걸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한 남편이 자고 있는 내게 물었다. "A 씨는 임신 어떻게 됐대?"라고 말이다. 나는 대답했다.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 떴대." 남편은 너무 축하한다며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나도 두 줄 떴어."
잠결에 한 임밍아웃
남편은 "진짜? 거짓말 아니고?"를 반복하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확신하기엔 이르다며 심장소리까지 들어야 안심할 수 있다고 너무 들뜨지 말자고 했다. 나중에 남편이 말하길 정말 무미건조한 임밍아웃이었다고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게 말하냐고 하더라. "둘째 때는 인스타그램에 있는 영상처럼 깜짝 임밍아웃해 줘"라는 말에 극현실주의인 나는 말했다. "둘째는 무슨. 하나부터 키워보고 말해".
낯설지만 따뜻한 하루들.
엄마가 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씁니다.
육아와 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엄마가 된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