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뇌는 섹시하다

by 글날 스케치MOON

내 신체 중 거부감없이 살찜을 허용하고 싶은 유일한 공간이 있으니...

그건 바로 Brain.

매일 순도 높은 영양제로 책과 눈동자, 손을 분주하게 움직여본다.

새로운 입맛에 눈을 떠버린 40대 중반의 나는 오늘도 새로운 나를 꿈꾸게 됬다.


2년 전 어느 날부터,,, 일상이 건조했다.

소소하게 운영했던 온라인스토어의 매출이 하루하루 바닥을 향해 매일 하향곡선을 그려가며 나의 애씀을 썰물마냥 모두 쓸어갔고, 통장의 잔고는 점점 수위 낮음을 모르고 내려갔다.

어느 날부터 주문을 확인하는 즐거움도 사라져갔다.

쉽게 도파민이 나올 수 있는 것들에 점점 손이 가기 시작했다.

언제든 인터넷만 연결되면 볼 수 있는 Ne플릭s가 너무 재미있었고, 몰아보는 드라마가 미치게 매혹적이며, 손만 닿으면 접속하는 SNS 세계는 매순간 유혹거리가 넘쳐났다.

어느 날 헤어 나올 수 없는 미드에 빠진 채 남 주인공과의 말도 안되는 러브라인을 상상하며 그의 목소리와 그의 언어에 초집중하며 미드 속의 그를 흠모하게 되었다.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즉흥적이며 시각적인 즐거움은 강렬하게 나를 끌었고, Output 이 필요없는 Input만 허용되는 순간이 편했다.

누군가와 대화가 없어도 무료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각하고 말한다는것이 점점 귀찮았다.

매일이 단조로웠고, 오후 4시가 되면 하루가 모두 끝나서 이제 곧 자야 할 시간이 되는 것 같았으며,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순간을 지나고 있었다.

나의 뇌는 점차 슬로우푸드를 거부하고 패스트푸드만 섭취하는 초극한의 거꾸로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중이었다.


어느 날 누군가와 불편한 분쟁이 생겼다. 지속적인 의견 조율과 설득의 논리, 차분하게 생각하며 판단해야 하는 이성적 판단과 그 밑바탕에 놓여야 할 정서적 안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 인지보다는 감정이 우선 앞서고, 상황에는 즉흥적이며, 사리 분별력이 떨어져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깨닳았다.

내 머리가 생각을 못하는 바보가 되었구나.

뇌에 양질의 휴식과 영양분이 필요하고, 그리고 나도 도움이 필요하다.

SOS


훌륭한 사람들은 고민이 있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책에서 답을 찾는다고 하였지,

그렇게 나는 책이 떠올랐다.


책 한권을 읽기 못하던 나는 큰 용기를 내어 인근에 북클럽에 가입했다.

마침 신학기라서 다양한 공간에서 북클럽 신규회원을 모집했고, 나는 또래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여 그곳에서 나의 뇌에 영양수액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책읽는 공간에 나를 가입시켰고, 혼자 하기 어려운 숙제 좀 도와달라고 같이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1년 1권도 책을 못읽던 내가, 매월 한 권의 책을 읽고 1년동안 12권 읽겠다는것은 상당히 큰 용기였다.

다행히 북클럽 동기분들로부터 즐거운 영향을 받게되었고, 그렇게 4~9월까지 20여권의 책을 완독했다. 나의 손은 다른 책을 집어들수 있는 용기을 보였고, 인근 도서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접하던 게시판에서 강연을 찾아 책의 저자들의 이야기도 직접 듣기 시작했다. 참여 활동은 즐거웠고 내 삶에 새로운 활력이 돌기 시작했으며 매일 조금씩 가족들과의 대화가 풍성해져갔다.

나의 뇌가 살쪄가도록 도와주는 도서관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고, 더운 여름에 이런 시원하고 널찍한 공간까지 제공 받을 수 있어서 그것도 복이다.


몇년 전, 인근 문화공간에서 6개월 정도 잠깐 배우다 멈췄던 미술도 작년 여름부터 다시 시작했다.

마음이 많이 아팠던 오래 전 어느날, 나는 흰 도화지에 색연필을 올려 아름다운 꽃을 그려냈다.

당시 내 마음의 병원이었던 미술강좌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집합수업이 금지가 된 이후부터 한 동안 수업의 끈을 놓았으나, 몇 년간 시간이 흘러 다시 그림을 그리려고 찾았을 때는 색연필이 참 반갑기만 했다.

꽃그림과 더불어 수채화 그림 강좌도 신청해서 주 1회 어반스케치와 주 1회 보태니컬 아트를 배우고 색이 입혀지는 순간에는 힐링을 즐기는 중이다. 내가 그린 작품들을 통해 흰 도화지 위에 색을 입혀가는 과정의 반복은 나의 심리적 안정감을 키웠고 내 주변에서 보던 일상의 공간을 더 자세히 보도록 해주었다.

미술용품도 많아지고 나의 보물스러운 작품들도 늘어나고 있으니 이 또한 어찌 즐거운 배움이 아니겠는가.

식물과 꽃, 나무, 과일 등이 머무는 공간 앞에 마주하게 될 때면 작은 사물도 매우 세심하게 보는 관찰력은 자연스레 깊어지고 천천히 오래 바라보는 법도 배우다 보니 사람도 사물도 오래 바라보고 오래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내밀한 나만의 철학이 축적되고 내면의 성숙이 느껴지면서 나를 정돈해본다.

뇌는 조금씩 살쪄갔고, 내 몸에 채워진 다른 근육들도 꽤 단단하게 강해졌다.

건강한 음식을 통해 내 몸의 살을 뻬고, 건강한 배움으로 나의 뇌는 살찌워져 매일의 풍요로운 나를 만나는 중이다.


외출을 할때는 책장에 서서 손에 잡히는 얇은 책으로 집어 들고, 그 마저도 없으면 오늘 날짜의 신문을 쥐어 든다.

책을 통해 우리 가족의 대화 소재로 신선한 재료가 쌓여가고, 타인과 밀도 있는 대화는 더 나은 대화를 낳았으며, 새로운 말거리 또는 글감들은 어제의 청자였던 나를 오늘의 화자로 바꿔줬다.


나는 오늘도 나를 한 줄 기록하며 새로운 배움에 다가가보려 한다.

하루의 모든 순간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윤슬처럼 일렁이는 내 안의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그 흐름을 향해 나의 눈동자를 이동해본다.


내일의 나를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오늘의 시간이 설레게 두근거린다.


(이미지출처 : Pinterest)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