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팀장이 된 나와 나를 시기하는 시선들.
어느 날, 차장님이 날 따로 부르셨다.
그리고 내게 말씀하셨다.
"너 이제 팀장 맡아."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 제가요?”
“벌써요?”
“왜죠?”
믿기지 않았다.
기쁘다기보다는, 얼떨떨했다.
하지만 이내 진심으로 기뻤다.
" 내가 팀장이 되는구나."
하지만 기쁨도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 하나.
‘내가 팀장이 된 걸, 과연 팀원들이 인정해 줄까?’
23살, 입사 3개월 차.
팀원들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짧은 내가 팀장이 되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쟤가 뭔데 팀장이야?”
“낙하산 아니야?”
“실력보다 아부 잘해서 올라간 거 아냐?”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눈빛과 태도에서 느껴졌다.
'너는 아직 팀장이 아니야'라는 메시지.
솔직히 이해했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입사도 빠른 그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나도 당당했다.
그 3개월 동안
나는 미친 듯이 노력했으니까.
새벽까지 현장에서 잤고,
노트에 팀장님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받아 적었고,
먼저 움직였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집에 가서 복습도 했다.
“내가 팀장이 된 이유는 그 결과일 뿐이다.”
선배 팀장님들과 차장님도 조언해 주셨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이제 네가 너의 자리값을 해야 해."
그래서 결심했다.
‘보여주자. 왜 내가 팀장인지.’
나는 일부러 까다로운 업무를 팀원들에게 나눠줬다.
누가 봐도 간단해 보이지 않는 일들.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들 경력이라면 말이다.
팀원들은 투덜거리며 일했다.
티 나게 짜증을 냈고, 날 무시하는 말투와 눈빛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결과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내가 나섰다.
조용히, 단호하게.
현장을 정리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가 못한 일을 내가 할 수 있으니까,
내가 팀장을 단 거야."
"나는 그동안, 어떻게 하면 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편한 곳으로 갈까
그런 생각하지 않았어.
오직 배울 생각만 했고, 그게 지금의 결과야."
"그러니, 이제는 나를 인정해 줘."
순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짧지만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날 이후,
팀원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입사도 빠른 선배 팀원들이
이제는 나를 '팀장'으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