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긴장의 레벨이 다르다, 수행경호의 세계
입사한 지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그저 "수행경호"라는 단어 자체가 멋져 보였고, 아티스트 곁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안에도 분명한 ‘레벨’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처음 맡았던 건, 규모가 작고 비교적 한산한 개인 콘서트였다.
공연장 자체도 작아서, 실질적인 위험 요소는 거의 없었다.
물론 처음이었기에 모든 게 조심스럽고 긴장이 되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수행경호 중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였다.
그다음은 그룹 콘서트.
아이돌 멤버가 여러 명일 경우, 수행경호 인원도 2명에서 많게는 6명까지 늘어난다.
이론상으로는 각 멤버마다 한 명씩 배치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호원 수는 한정되어 있고, 주어진 인원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헤드 팀장’의 존재다.
여러 수행경호원이 한 팀으로 움직일 땐, 가장 경험 많고 판단 빠른 사람이 헤드 팀장이 되어 모든 상황을 조율해야 한다.
경력이 많고, 돌발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눈치와 순발력,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 역할은 과장님, 차장님, 실장님급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분들이 부재할 땐 팀장 중 최고참이 맡는다.
나는 여전히 막내 팀장이었다.
같이 투입되는 다른 팀장님들은 다들 나보다 선배였고, 나는 언제나 그들의 뒤에서 배우는 입장이었다.
그룹 콘서트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큐시트, 공연 동선, 멤버별 동선, 무대 진입 타이밍, 차량 이동 시간, 대기실 위치까지…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는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돌아갔다.
그냥 ‘보호’만 하는 게 아니었다.
무대 뒤, 무대 위, 대기실, 이동 차량 안, 때로는 엘리베이터와 복도까지—모든 구간이 수행의 연속이었다.
눈치가 생명이었다.
“말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야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결국 사소한 실수를 하나 했다.
작은 실수였지만, 그 작은 실수조차도 용납되지 않는 세계였다.
바로 욕이 쏟아졌다.
“이게 사소한 거 같냐? 아티스트가 널 믿고 움직이는데, 네가 틀리면 어떡하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지만, 그런 여유조차 없었다.
나 하나 때문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난 다시 공부했고, 다시 준비했다.
경호는 단순한 ‘보호’가 아니었다.
공연의 전반을 이해해야 했고, 동선의 흐름을 읽어야 했고, 상황의 변수를 예측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아티스트의 심리까지 읽어야 했다.
이 단계가 중상위 레벨이었다면,
최종 단계는 ‘해외 투어’였다.
아티스트가 해외로 나가는 순간부터 모든 게 달라진다.
비행기 타기 전 공항, 도착 후 숙소, 리허설, 공연장, 그리고 귀국까지.
모든 순간이, 초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해외 공항.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다.
왜냐고?
사생팬 때문이다.
진짜다.
정신없이 몰려드는 인파, 공항이 마비되는 순간, 밀치고 당기고 욕하고 찍고, 심하면 손찌검까지.
유튜브나 기사로 본 적 있을 것이다.
“○○ 공항 마비”, “아티스트 밀려 넘어져”…
그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가, 우리다.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진짜 지옥은, 이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