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지옥의 공항, 그 시작
해외투어는 공항에서부터다.
아티스트가 오늘 몇 시에 출국을 하는지, 사생팬들은 대체 어떻게 정보를 알아내는 건지 참 신기하기도 하고 의문이다.
공항에는 아티스트가 도착하기 두 시간 전, 우리 수행팀이 먼저 도착해 출국 수속을 밟고 대기한다.
팬들이 이미 게이트에 몰려 있기에, 먼저 도착한 우리는 팬들의 동선을 살피며 대략적인 인원 규모와 분위기를 파악한다.
지원팀은 아티스트 도착 한 시간 전쯤 도착해 본격적인 팬 정리에 들어간다.
입구를 막지 않도록 팬들에게 뒤로 물러나 줄 것을 요청하고, 위치를 조정해 자리를 잡아준다.
공항을 이용하는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고, 아티스트가 도착했을 때 상황이 아예 통제 불능이 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무전기가 울린다.
“아티스트 도착, 곧 하차합니다. 모두 준비 바랍니다.”
그 순간, 수행팀과 지원팀 모두 극도의 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히 알고 있다.
문제는, 아무리 알고 있어도 그 상황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차가 멈추고, 아티스트가 내린다.
다행히 이번에는 처음 공항 입구까지는 큰 사고 없이 클리어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지는 않다.
팬들은 어떻게든 말을 걸기 위해, 손끝이라도 닿기 위해, 또는 선물을 쥐여주기 위해 아티스트에게 다가가려 한다.
그럼 입구부터 막혀버린다.
우리는 인원을 배치해 몸으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수십 명이 동시에 몰려들면, 아무리 체격이 좋고 힘이 센 경호원이라도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렵다.
일종의 집단 압박이다.
아티스트의 이동 동선은 정해져 있다.
출국 수속 → 이민국 통과 → 라운지 대기 → 탑승구로 이동.
그 사이사이 팬들은 사방에서 몰려든다.
우리 수행팀은 아티스트 바로 옆에서 최측근 밀착 경호,
그 바깥을 지원팀이 둘러싸서 이중 방어벽을 형성해 이동한다.
유튜브 영상으로 보면 이해가 빠르다.
그야말로 지옥이다.
지원팀 인원들은 손을 모두 맞잡고 뒤로 눕듯이 자세를 취하며 팬들의 압박을 막는다.
그런데도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단 한 마디라도 말을 걸기 위해서라면, 경호원이 다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쪽이 더 많이 다친다.
사방에서 수십 명의 팬들이 덮치듯 몰려들고, 우리 몸을 밀고 짓누른다.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다.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출국장까지 이동한다.
정말 짧은 거리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 세 번은 탈진하고 나서야 도착하는 거리다.
이게 바로 해외투어 출국 당일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