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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끝에서 다시 내 길을 선택하다.

17화. 일의 끝에서, 다시 내 길을 선택하다

by 무명 흙



다시 돌아와서.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투어 일정이 없을 때엔 국내 콘서트장에서 팀원들을 관리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상황을 통제하고 보고하는 총괄 팀장 역할을 맡게 되었다. 반대로 투어 일정이 생기면, 나는 국내를 떠나 아티스트와 함께 해외를 도는 투어 전담 경호원이 되었다.

말 그대로, 여기서 나는 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직책을 부여받았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 팀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 나를 지켜보던 선배들과 직원분들의 기대도 커졌다.
참고로 나는 정직원이 아니었다.
그 당시 이 회사의 정직원은 과장급부터였고, 나를 포함한 팀장급 이하는 모두 프리랜서였다.

내가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일당은 7만 원이었다.
12시간을 꼬박 근무하고, 거기에 오버타임까지 했다. 물론 OT 수당은 따로 나왔지만, 기본급은 변하지 않았다.
솔직히, 너무 적었다.

하지만 나는 돈보다 일을 배우고 싶었고, 이 일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돈보다는 나의 경험과 능력치를 쌓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점점 내 페이도 올라가기 시작했고,
프리랜서 경호원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페이를 받는 위치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해외 투어에 나가면 추가 페이가 더 붙었다. 그걸 월급으로 계산하면 그냥 평범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나에겐 충분히 의미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배울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국내외를 오가며, 나는 진심으로 이 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투어 일정 중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 마스크를 나눠주기 시작했고, 이어 예정돼 있던 해외 일정들이 줄줄이 취소되기 시작했다.

코로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으로 인해 모든 해외 투어, 국내 콘서트 일정이 모두 취소되거나 보류됐다.
일거리가 끊긴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우리를 놀게 두지 않았다.
다른 경호 업무 일정들을 배정해 줬고, 우리는 계속 일했다.

다만, 콘서트 업무가 전부 사라지다 보니 근무할 수 있는 자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우리 인원들은 돌아가면서 교대로 일에 투입됐고, 자연스럽게 수입도 줄어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돈도 벌어야 했고,
무엇보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없게 된 현실이 답답했다.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다시 우리의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날이 올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한두 명씩 회사를 떠나가기 시작했고,
나 역시도 긴 고민 끝에 차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퇴사를 결정했다.

나는 돈을 벌어야 했고,
무엇보다 내 커리어를 다시 만들어가야 했다.

이 상황 속에서, 나는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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