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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그 첫걸음.

18화. 새로운 시작, 그 첫걸음.

by 무명 흙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나와, 나는 처음으로 '개인'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팀도, 조직도 없었다. 오롯이 나 혼자였다.

개인 경호원을 매칭해 주는 플랫폼에 내 정보를 등록했다.
경력과 커리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 넣으며 의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며칠이 지났을까.
첫 번째 의뢰가 들어왔고,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작은 일감들을 하나씩 받아가며 나는 다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건당 수입은 안정적이지 않았고, 생활을 이어가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나는 다시 책을 폈다.
모자란 부분들을 채워가며, 나의 부족했던 능력을 보완해 갔다.
‘이젠 회사에 소속되어, 제대로 된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싶다.’
그 생각 하나로 다시 발로 뛰기 시작했다.

기업 대표, 회장님, 고위 임원들…
그런 분들을 1대 1로 모시는 개인 경호원이 되고 싶었다.
내 이름을 걸고 움직이고 싶었다.

여기저기 사이트에 연락처와 이력서를 남겼다.
이제는 나를 소개할 줄도, 팔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각 회사와 연봉 협상을 시작했고, 마침내 가장 조건이 좋은 곳에 입사하게 되었다.
젊은 대표님이었고, 경호원을 직접 고용하는 건 처음이라는 분이셨다.
나 또한 개인으로, 누군가를 전담하여 1:1로 모시는 건 처음이었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과 공부한 것들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처음엔 대표님도 반신반의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를 믿어주기 시작했다.
그 신뢰는 내 인생의 첫 번째 ‘연봉 최고치’로 돌아왔다.

그 나이 스물여섯.
주변 또래 중, 사업하는 친구가 아닌 이상 나와 같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정해진 연봉 외에도 더 많이, 더 따뜻하게 챙겨주셨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선물도 사고,
“오늘 뭐 드시고 싶으세요?” 묻고 식사도 대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뿌듯했다.
어릴 적엔 눈치만 보며 살던 내가
이제는 내가 지켜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나도 이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내 손으로 이룰 수 있는 삶.

명품도 사기 시작했다. 그것도, 많이.
그만큼 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이 바빠 놀러 갈 시간은 많지 않았다.
사실, 내 성격 자체가 어디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술도 좋아하지 않았고, 말 그대로 ‘집돌이’였다.
그런 나에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백화점 쇼핑.

일하고, 사고, 입고.
그렇게 나는
한 사람의 경호원이자,
나를 지키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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