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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의 현실, 그 누구도 몰랐던 이야기.

16화. 경호원의 현실, 그 누구도 몰랐던 이야기

by 무명 흙



유튜브 영상이나 뉴스 기사 속에는
‘○○ 경호원, 팬에게 폭언’
‘경호 중 폭행 논란’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이 자주 보인다.

나도 가끔 그런 영상을 보면
“아, 이건 좀 심했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저렇게까지 안 하면 정말 사고 나겠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그래서 이 얘기를 꺼내려한다.
내가 왜 그런 장면들이 벌어지는지를,
직접 본 사람으로서,
현장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으로서,
정확히 알려주고 싶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너도 경호원이니까 편들어주는 거 아니냐?”
의심할 수도 있다.
믿든 안 믿든 그건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지금까지 난 내 인생을 털어놓으며
부끄러운 얘기, 말하고 싶지 않은 얘기까지
모두 솔직하게 써왔다.
그런 내가 여기 와서
경호원들 편 들어준다고 뭐가 달라질까?
무슨 이득이 생기는데?

참고로, 난 지금 소속된 기획사도 없다.
엔터에서 나와 개인으로 활동 중이다.
누구 눈치 볼 일도, 부탁할 일도 없다.
그러니까 더더욱
굳이 경호원 편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하는 거다.
지금 이 글도,
내 인생 얘기를 솔직하게 전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처럼.
그 연장선일 뿐이다.


다시 이어나가겠다.
경호원들의 폭행? 폭언?
편집된 영상만 보면 그래, 나빠 보이지. 쓰레기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 순간의 영상만 보고 비난하는 사람들한테 묻고 싶다.
‘그 이전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 이후엔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
이런 생각, 해본 적은 있나?

왜, 무엇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걸 조금이라도 상상해 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몇 년 전이었다. 대기업 엔터 소속의 경호원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폭행 논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멋있다”, “저게 진짜 경호원이지”, “잘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도 그 현장에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팬 한 명이 아티스트가 있는 방향으로 갑자기 돌진했다.
그걸 본 가장 앞줄에 있던 경호원이 즉시 반응해 몸으로 막아섰다.
누가 봐도 잘한 행동이었다.
그 경호원은 피지컬이 좋았고, 팬은 여성으로 비교적 체구가 작았다.
몸으로 저지하면서 팬은 쿵 하고 부딪혀 넘어졌는데…

만약 그 팬이 다쳤다면, 그건 경호원의 잘못일까?
그게 과잉진압이고 폭행으로 성립이 되나?

현실에선, 가능하다.
그게 대한민국 법의 구조다.
손도 안 댔고, 단지 몸으로 막았을 뿐인데, 팬이 다쳤다고 하면 우리는 조사를 받고,
합의를 요구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 다시 묻겠다.
정말 경호원이 잘못한 걸까?

만약 그때 그 경호원이 없었다면,
그 팬이 단순히 싸인을 원한 선의의 행동이었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악의를 품고 있었더라면?
손에 흉기가 있었더라면?

그 아티스트는 다쳤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경호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함이다.

경호원은 자신이 보호하는 사람의 생명, 재산, 정신적인 안전까지 지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기 몸을 희생해서라도.
그렇기에 위험이 감지되면, 우린 움직인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영상에 나오는 ‘그 순간’만 보지 말자.
우리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그 전후 상황까지도 같이 봐달라는 것이다.

공항에서 팬들을 상대할 때?
말이 안 통한다.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비켜주세요, 다칠 수 있어요. 조심해 주세요.”
수없이 외친다. 매번 그렇게 한다.

그런데 듣는 팬은 거의 없다.
개가 짖는다고 무시하듯,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제멋대로 달려들고, 말을 걸고, 선물을 내밀고, 만지려 하고…
자기들만 생각한다.

우리는 경호원이다.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 일이다.
그 좁은 공간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의도로 달려들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언제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팬이 있다면, 우리는 먼저 제지한다.
말로 한다.
“위험하니 다칠 수 있으니, 너무 가까이 가지 말아 주세요.”
“아티스트도 사람입니다.”
그렇게 부탁한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달려든다면?
이젠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팔을 펴서 길을 막고, 몸으로 차단한다.

“계속 그러시면, 직접 제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까지 한다.
그런데도 밀고 들어온다?
그땐 직접 떼어내야 한다.

몸으로 막으면,
“성추행이다.” “폭행이다.” 말이 많아진다.
실제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경호원들이 손바닥으로 막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게 여성 팬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손을 뻗을 때도 손바닥을 안쪽으로 돌려,
손등과 팔등, 팔 바깥쪽으로 막는다.
절대 만질 생각도 없고, 만지고 싶지도 않다.
그럴 여유조차 없다.

우리는 아티스트를 지키는 일로 이미 충분히 벅차다.

그런데 팬들은 우리를 싫어한다.
왜?
자기들을 막으니까.
아티스트와 대화하고, 가까이서 보고, 터치할 수 있는 기회인데 우리가 막으니까.
그래서 싫어하고, 심지어 괴롭히는 팬들도 있다.

물론, 정말 예의 바르고 통제를 잘 따라주는 팬들도 많다.
그런 분들께는 언제나 감사하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팬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건 다 실제로 내가 겪었던 일이다.
실화다.
참고로 나는 신고당한 적은 없다.
하지만, 다른 팀원이 여성 팬에게 “자기를 만졌다고” 고함치는 장면은 직접 본 적 있다.

이제 다시 생각해 보자.
정말 우리가 너무한 걸까? 우리가 잘못한 걸까?

물론, 과하게 제지한 장면도 있다는 것 나도 알고 있다.
그런 경우엔 나조차도 “그건 좀 과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달라.
왜 우리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진짜 이유를 생각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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