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천 년 묵은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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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엄마는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무속인이었다.
어느 날, 강원도에 사는 한 할머니가 다급하게 연락했다.
“며칠 전부터 남편이 이상해요. 바닥을 기어 다니고, 몸을 베베 꼬아 동그랗게 만들고, 밥도 폭식해요.”
엄마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혹시 최근에 벌레나 동물 죽인 적 있나요?”
할머니는 없다고 했다.
“이상한 소리는 내지 않나요?”
“알 수 없는 쇳소리 같은 것만 내요.”
엄마와 아빠는 서둘러 강원도로 향했다.
노부부의 집 앞에는 넓은 논밭이 있었고, 그 사이에는 유난히 웅장한 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
그 나무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할아버지를 처음 본 순간, 엄마는 직감했다.
충혈된 빨간 눈, 초점 없는 눈동자,
“눈이… 이상해.”
엄마가 다가가자, 할아버지는 갑자기 화를 내며 몸부림쳤다.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속도로 기어 도망가는 모습은 마치 지네 같았다.
엄마는 순간 멈춰 주변을 살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논밭을 주의 깊게 둘러보며, 최근에 사고가 있었는지, 혹은 원인이 될 만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논 한쪽, 자이언트 지네의 다섯 배는 돼 보이는 거대한 지네가 반쯤 잘린 채 죽어 있는 모습이었다.
순간, 엄마는 깨달았다.
“아… 이게 원인이구나.”
엄마는 망설이지 않고 다시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다른 염주를 꺼내, 할아버지를 진 안에 가두고 힘을 쓰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염주를 목에 걸며 말을 걸었다.
“너… 왜 이러는 거야?”
그때, 놀라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지네는 1000년 묵은 지네로, 승천해야만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밭일을 하던 할아버지가 우연히 큰 지네를 찔러 죽이면서 승천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억울함과 분노로 지네는 악귀가 되어 할아버지의 몸을 장악하고 있었다.
엄마는 지네와 대화를 마친 뒤, 상황을 정리했다.
며칠간 제사 준비를 꼼꼼히 마친 뒤, 엄마는 지네가 승천할 수 있도록 제사를 올렸다.
제사가 끝나자, 지네 귀신은 할아버지를 놓아주었다.
그 후, 노부부는 매년 지네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리기로 약속했다.
할아버지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집 안 어딘가, 오래된 나무 주변에는 천 년의 기억을 가진 지네의 기운이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엄마는 안다. 승천을 막힌 1000년 묵은 지네의 분노는, 인간의 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힘을 다루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과 과감한 행동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또 그 순간들을 직접 본 아빠는 아직도 생생하다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