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태백산 산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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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어디를 가든 강한 무속인으로 통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큼 기운이 강했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주는 힘이 있는 분이었다. 그런데도 엄마가 두려웠다고 말하는 경험이 하나 있다. 바로 태백산에서 새벽기도를 올리던 날의 이야기다.
그날 새벽, 엄마는 태백산 중턱쯤에 있는 큰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직 어둑어둑한 시간, 산속 공기는 차갑고 고요했다. 엄마는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뒤에서 심한 악취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느껴지는 시선들. 한두 명이 아니라, 최소 열 명은 넘는 듯한 무거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산 속에 숨어 지내는 귀신들이다.”
산속에서 지내는 귀신들은 대부분 ‘악귀’라고 불린다.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승천하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 사람과 동물들을 괴롭히며, 그들의 기운을 빼앗는 존재들이다.
엄마는 솔직히 말해, 악귀 두세 명 정도는 맞서 싸워볼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최소 열 명 이상 되는 강한 악귀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엄마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직감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가부좌 자세를 유지하며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공격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도 뜨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않고, 온 신경을 기도에만 집중했다.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엄마, 그럼 그렇게 무서운 악귀들이 있는데 왜 건드리지 않았어?”
엄마가 말했다.
“기도를 드릴 때는 하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악귀들이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괜히 건드렸다간 자신들이 신장들에게 들켜 바로 소멸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때문에.”
엄마는 그렇게 날이 밝을 때까지, 몇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다리와 허리가 저려오도록 기도를 이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뒤에서 느껴지던 시선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뭐지? 갔나?” 싶은 마음에 엄마가 실눈을 살짝 떴다.
그 순간, 엄청 큰 호랑이가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는 생각했다.
‘이제 정말 끝났구나. 이번엔 내가 죽겠구나. 그래도 좋은 곳이라도 갈 수 있게 기도나 계속해야겠다.’
눈을 감고 속으로 기도를 이어가는 동안, 호랑이가 얼굴을 핥았다.
그 느낌은 마치 수십 개의 바늘로 얼굴을 쓰다듬는 것 같았다.
엄마는 숨도 참고 가만히 있었는데, 호랑이는 얼굴을 핥고 나서 옆에 가만히 앉았다.
그리고 날이 밝자, 호랑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숲속으로 사라졌다.
엄마는 그때도 ‘꿈인가?’ 싶었지만, 꿈이 아니었다.
엄마는 호랑이를 태백산을 지키는 산신령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보호하러 내려온 산신령이었고, 악귀들은 산신령이 나타나자 도망친 것이다.
그날 이후, 엄마는 늘 말한다.
“기도를 올릴 때는 하늘이 듣고, 산이 지켜준다.”
그 말이 지금도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무명 흙 작가입니다!
무당의 아들은 오늘 13화로 마무리를 할려고 합니다ㅠ
아직 연재할 스토리들이 더 있습니다만 독자님들에 기대에 못미치는 거 같아 마무리를 할려고 합니다.
관심있게 봐주신 독자님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연재할 새로운 스토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관심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담은 경호원의 이야기 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여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