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장을 기억하시나요?
알림장
1. (명사) 알려야 할 내용을 적은 글
-어머니께서는 알림장을 보시고 수업 준비물을 챙겨주셨다.
초등학교 시절, 내일 필요한 준비물을 알림장에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기억이 있으신가요? 돌이켜보면 아마 한 번쯤은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요. 이런 알림장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형태를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공책에 정성껏 써 내려간 알림장은 2025년 다양한 형태의 앱으로 진화해 '땡' 소리와 함께 학부모와 아이에게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저는 올해로 21년 차,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교사로 생활하는 20년의 시간 동안 시대가 급변했습니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점점 따라잡기 어려워집니다. 2025년 알림장은 앱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좀 더 단순화되고 편리한 방법으로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1995년의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연필을 쥐고 또박또박 한 글자, 한 글자 스스로 알림장을 써 내려가게 합니다.
동료선생님 중 누군가는 왜 번거롭게 알림장을 쓰냐고 되묻습니다.
학부모 중 누군가는 편하게 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이야기합니다.
학생 중 누군가는 다 기억할 수 있는데 왜 알림장을 써야 하냐고 볼멘소리로 투정 부립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는 참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손의 힘과 글의 힘을 믿습니다.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만들어 낸 문장보다, 연필을 꼭 쥐고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문장에 더 힘이 실릴 거라고.
팝업창을 통해 '툭' 하고 전달된 요약된 글보다, 비록 따라 쓴 내용이라 할지라도 내 글씨체로 쓰인 나의 글이 더 내 마음을 울릴 거라고.
저는 준비물을 안내하는 용도로만 알림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알림장은 '알려야 할 내용을 적은 글'이기에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을 적어둡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라고 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매일 써 내려갑니다.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말에는 힘이 있다. 내가 하는 말이 곧 내가 된다.
알림장을 통해 전하는 선생님의 한 마디가 가랑비에 옷 젖어 들어가듯 우리 아이들 마음에도 녹아들길 바랍니다. 알림장 속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제 자신이 저에게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알림장 속 한 문장이 아이들에게 혹은 제 자신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이자 위로의 말이 되길 바라봅니다.
어쩌면 너무 사소하고, 당연한 이야기들이 때론 누군가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길 바라며 저희 반 알림장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