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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정중하게 거절하기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저희 반에는 도움반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신체 기능은 다른 열세 살 아이들과 동일하지만, 사회관계성 지능은 유치원생 정도의 수준입니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라 항상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표현이 서툴러 친구를 좋아해 다가가고 싶어 하는 말과 행동이 몇몇 아이에게는 부담이었을까요? 도움반 아이이기에 당연히 해야만 하는, 어쩌면 의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배려와 양보가 힘들었나 봅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네 봅니다. 배려와 양보는 법에 쓰인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을. 그리고 알림장 한 꼭지를 채워봅니다.



2025년 8월 22일 알림장

둘. 다른 사람에게 예의 지키기
-싫으면 싫다고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거절하기



항상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양보와 배려는 서로에게 가시가 되어 관계를 망칠 수 있으면 알았으면 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양보라고 판단된다면 조심스럽게 자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속앓이 하는 사람으로 자란다면 누가 나를 보듬어 줄 수 있을까요? 상대가 누구라도, 친구라도, 선생님이라도, 혹은 부모님 일이자라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는 겁니다.


물론 본인이 당연히 할 일에는 저도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습니다. 학교에 등교해 공부하기 싫다고 4교시 내내 체육 활동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본인에게 선택권이 있는 경우, 저는 항상 본인의 마음을 우선하라고 합니다. 다만 우리는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기에 거절은 정중하고 예의 있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연습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거절을 할 수 있어야 거절을 당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에 우리 아이들이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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