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하루입니다. 2025년의 추석은 방학에 버금가는 10일간의 긴 연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년의 교직생활 중 가장 긴 연휴입니다. 아이들도 10일간의 연휴를 가을방학이라 칭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에 서늘함이 묻어납니다. 10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10일간의 긴 연휴를 보내고 오면 성큼 다가온 가을처럼 한 뼘씩 또 성장해 오겠지요.
학창 시절, 학교에는 세 번의 방학이 있었습니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봄방학.
겨울방학을 마치고 나면 한두 주간 수업을 한 후, 2월 중순 즈음 봄방학을 앞두고 학년을 마무리했습니다.
요즘 제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만 있습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년을 마무리합니다. 그래서 1월 초부터 3월 새 학기 전까지 두 달여간의 긴 겨울방학을 맞이합니다. 이런 상황에 방학 숙제를 제시해도 따로 확인할 수 없기에 어느 순간부터 방학 과제가 사라졌지요.
7월, 여름방학을 앞두고 제가 아이들에게 내 준 숙제는 단 하나였습니다.
사랑스러운 6학년이 되어 돌아오기
그 외에는 본인이 스스로 과제를 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방학 숙제에 도전합니다.
사실 저 말을 또 쓰게 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올해에는 짧은 방학이라 부를 만큼 긴 연휴가 있어 다시 한번 알림장에 쓰게 되었습니다.
2025년 10월 1일 알림장
열일곱. 내가 정한 추석 연휴 계획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기
1. 사랑스러운 6학년이 되어 돌아오기
2.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아오기
8개월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항상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희는 존재 자체로 가치 있기에, 본인 자신을 제일 먼저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나눠줄 수 있습니다.
말과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앵무새처럼 선생님이 쓴 알림장을 따라 쓰고, 따라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지요. 내 손으로 또박또박 따라 쓴 글귀와,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읽은 자신들의 말이 결국 아이들 마음에도 녹아들어 갈 거라 믿어봅니다.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나는 사랑스러운 6학년이야'라는 문장을 마음 한편에 봄눈 내리듯 담아보길 바라봅니다.
사랑스러운 6학년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은 본인을 충분히 사랑해 주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과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보듬으며 10일간의 긴 연휴를 보내고, 가을 햇살을 잔뜩 묻혀 누구보다 해맑고 사랑스럽게 돌아올 수 있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