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시간, 식당 저 멀리 두 명의 아이가 밥을 먹다 말고 수군수군 떠들어댑니다. 멀리서 봐도 쉼 없이 입을 놀리고 있습니다. 밥을 먹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 신나게 떠들어 대던 아이 하나와 마주칩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도대체 급식실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물어봅니다.
아이는 옆에 앉은 친구와 말장난하는 게 재미있게 자꾸 말을 하게 된다고 씩 웃어 보입니다. 때마침 함께 장난을 친 다른 아이도 옆을 지나갑니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급식실에서 했던 말장난을 선생님 앞에서 자랑스레 선보입니다.
-야!
-왜?
-수영장!
아이들은 본인들이 말하면서도 어이없는 말장난에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키득 웃어 보입니다. 장난으로 시작한 말놀이란 걸 알지만, 요즘 저희 반에서 자주 들리는 '야!'라는 소리가 선생님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2학기, 한 학기 동안 많이 친해진 아이들은 서로의 경계가 옅어져 갑니다. 1학기에는 하지 못했던 장난이 늘어가고, 그 수위도 높아져 갑니다. 옅어진 경계를 구분하는 첫 단계는 '말'입니다.
말과 글에는 힘이 있다고 항상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학기 초부터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구분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욕이 아니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모든 말은 욕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요.
존중하는 태도는 상대를 부르는 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상대의 이름을 정중하게 불러주는 것에서부터 관계는 발전해 갑니다. 물론 '야!'라고 편하게 부를 수 있지요. 다만 편해진 만큼 서로의 경계는 흐려져가고 기대감은 높아져 갑니다.
가족, 친구 사이라도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줄 때 관계는 더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를 '야!'라고 부를 때 어떤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단지 편해서, 친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요. 그렇기에 더 알려주고 싶어 오늘의 알림장 한 쪽지를 채워봅니다.
2025년 10월 15일 알림장
열아홉. '야!'가 아닌 친구의 예쁜 이름 불러주기
모든 관계는 소통에서 시작됩니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불러야겠지요. 존중하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합니다. 거창하고 멋들어진 선물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작은 미소와 더불아 '00아'라고 불러주는 따스한 목소리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질 테니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가장 단순한 일이지요.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사랑을 담아 상대의 이름을 예쁘게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