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저는 어른이 된 지 20년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마흔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은 그저 작은 행복에 웃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대답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국어 수업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너희들은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아이들은 각자 마음속에 담아둔 자신의 장래희망을 내비치며 다양한 직업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너희들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장래희망을 묻다 말고 갑작스레 되고 싶은 어른이라니.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선생님만 빤히 쳐다봅니다.
사실 오늘 국어는 자신이 꿈꾸는 삶을 표현해 보는 시간입니다. 책 속 예시처럼 자신의 장래희망을 소개해도 되지만 선생님은 좀 더 욕심을 내어봅니다. 한창 생각을 키워 나가는 열세 살이라면 한 발짝 더 나아가도 되지 않을까요?
소위 장래희망이라 불리는 직업은 언제나 바뀔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영원히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내일이라도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학교를 벗어날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정해 놓은 이정표는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삶의 이정표를 찾아보길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갑니다.
-직업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단다.
선생님도 영원히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진 않아.
내일이라도 학교를 벗어나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거든.
하지만 내가 살아온 길을 따라 만든 가치관은 거의 변하지 않아.
바로 그 가치관이 너희를 자신이 원하는 어른으로 만들어 줄 거야.
선생님은 어른이지만, 작은 일에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거든.
-자, 너희들은 어떤 어른으로 자라고 싶니?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질문이었던지 대부분의 아이가 골똘히 생각에 빠져듭니다. 한 아이가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손을 들어봅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한 아이의 대답을 시작으로 다른 아이들도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마음이 좀 더 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이어지는 답변이 선생님의 기대치를 훌쩍 넘어섭니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며 더 많은 경험과 생각이 녹아들겠지만, 아이들은 13년간 보고, 듣고, 느낀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나름의 철학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본인이 꿈꾸는 삶을 다양하게 나타내 봅니다.
여유롭게 흐르는 강물처럼
아픈 일도 흐르듯 넘기면
좋은 일만 남지 않을까. -전00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차00
누군가 나를 툭툭 쳐도
누군가 나를 던져도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야지.
내가 넘어져도
내가 힘들더라도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야지.
천천히 일어나도 되니까
나중에 일어나도 되니까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야지.
지나가면 아쉬운 시간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어딘가 사라졌을 때 누군가 아쉬워할 사람이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박00
태양 -이00
태양처럼
매일 다른 이들에게
빛을 나누어주는
태양이 되어
매일,
아침이 되어
반갑다고 말하는
태양처럼
태양처럼,
너의 앞길을 밝게
밝혀줄
태양이 되어
글 속에 녹아들어 간 아이들의 생각이 가을 햇살처럼 반짝거립니다. 글을 함께 나누며 아이들의 성장에 선생님은 연신 감탄을 쏟아냅니다. 철 없이 천방지축 뛰어다니고 장난만 치는 건 아니었네요. 아이들은 묵묵히 자신이 걸어온 삶 속에서 인생의 원칙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자라고 있는 단단한 의지를 보니 어느새 훌쩍 커버린 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제 손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하고 응원해야겠지요. 본인들이 적은 글처럼 모두 자신이 바라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도해 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