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여행 3 | 도두봉 탐방기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로 가는 티웨이항공 808편이 곧 출발할 예정입니다.
OOO 손님 신속히 *번 게이트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공항 방송에서 울려 퍼지는 자신의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주 여행에서 돌아오는 어느 날, 비행기 시간에 쫓긴 적이 있다. 계획한 일정대로 여행을 잘 마치고 제주 시내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이제 렌터카만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제주의 퇴근 시간과 겹치면서 시작되었다. 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시간은 이륙 시간에 점점 가까워지고, 마음은 조마조마해졌다. 허겁지겁 렌터카를 반납하고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내리자마자 숨 가쁘게 공항을 질주하여 비행기가 문을 닫기 직전에 겨우 탑승에 성공. 휴우!
그 후로는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제주공항에 일찍 도착하려고 서둘렀다. 그러다 보니 또 한 번은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여유로운 것은 좋은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공항과 멀리 떨어진 관광지에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공항에서 마냥 몇 시간을 기다리기엔 지루하다.
그날 나의 선택은 도두봉이었다. 도두봉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오름이다. 제주 여행 첫날, 시간이 여유로우면 공항과 가까운 무지개 도로를 한 바퀴 돌면서 제주 여행을 시작하곤 했다. 그렇지만 도두봉에 올라가 본 적은 없다.
무지개 해안 도로를 달린다. 도로와 바다 사이의 방호벽이 알록달록 무지개 색이다. 원래는 회색 콘크리트벽이었는데, 여러 가지 색을 입히면서 '무지개 도로'라는 이름을 자연스레 얻게 되었다. 알록달록한 색도 예쁘지만, 그 덕분에 도로 너머 검은 색 현무암 바위도 대비되어 더욱 아름답다. 제주 바다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길이다.
가는 길에는 스타벅스 같은 카페도 많다. 제주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한다. 무지개 해안 도로가 끝날 무렵 도두봉 주차장이 나온다. 아주 넓지는 않지만 주차하기엔 충분하다.
도두봉을 걸어서 올라간다. 데크와 야자수매트로 잘 정비되어 있어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10분 정도 걸으니 벌써 정상이다. 도두봉은 높이가 70m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다. 제주도 오름 중에서 '봉(峰)'자가 붙는 경우는 대부분 그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솟아 있는 경우가 많다. 성산 일출봉이나 수월봉이 그 예이다. 하지만 도두봉은 제주 시내의 작은 오름이지만 바닷가 전망이 좋아서 그렇게 불리는 게 아닐까 싶다.
도두봉은 높이는 낮지만 제주시내와 바다 전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라산도 한눈에 들어오고,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정상에 올라오니 공항을 내려다보는 사람, 바다 방향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는 커플, 정상에서 다정하게 인증 사진을 찍으시는 노부부 등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도두봉을 즐기고 있다.
봄에는 벚꽃도 많이 핀다. 바다 구경, 산 구경, 공항 구경, 꽃 구경이 동시에 가능한 곳이 바로 도두봉이다. 공항 근처여서 부담도 없고, 근처에 식당과 카페도 많으니 탑승 전에 식사 해결도 가능하다. 또 대부분 렌터카 회사와 가까워서 차를 반납하고 바로 셔틀버스 타기에도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제주 바다와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한참 구경하다가 시간에 맞춰 내려와 차를 반납한다. 공항으로 가는 길도 여유롭다. 짧은 시간에 한 가지 여행 코스를 더 즐긴 기분이다. 이번 여행의 마침표를 잘 찍고 제주 하늘을 날아 오른다.
* 그 밖에 제주 공항 근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는
1) 동문시장에 들러 기념품 구입
2) 용두암과 용연구름다리 산책
3) 흑돼지 / 고기국수 맛집 탐방
4) 한라수목원과 야시장 방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