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새로운 위협
뉴욕은 순식간에 암흑에 잠겼다. 전력망이 마비되자 도시의 모든 불빛이 꺼지고, 거리는 혼란에 휩싸였다.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었지만, 바이러스 파장이 전력 시스템을 교란하며 이마저도 무력화시켰다. 사람들의 비명과 사이렌 소리, 그리고 도시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침묵이 뒤섞여 공포를 더했다.
"바이러스 파장이 전력망을 통해 증폭되고 있습니다." 선우가 자신의 패드를 보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바이러스는 이제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고대 문명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생명체가 된 것 같아요. 빅터가 주입한 고대 에너지가 바이러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바이러스는 그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윤하는 몸에 흐르는 푸른빛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녀의 몸속에 있는 시리의 의식은 바이러스의 파장이 증폭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에너지를 지배하려 했던 오만함….' 시리의 마지막 경고가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릿속에 울렸다. 바이러스는 고대 문명의 오만이 만들어낸 존재였고, 이제 그 오만을 그대로 물려받은 빅터에 의해 다시금 인류를 향해 반기를 들고 있었다.
"빅터는 도시의 전력망을 무력화시켜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고…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력을 과시하려는 겁니다." 강 박사가 말했다. "그들은 '오션프론티어'의 자체적인 전력 시스템을 이용해 일부 지역만 밝히고, 자신들의 치료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선전할 거야." 그의 예측대로, 암흑 속에서도 '오션프론티어'의 로고가 새겨진 거대한 비행선만이 불을 밝힌 채 도시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윤하는 눈을 감고 시리의 의식과 다시 교감했다. 그녀는 바이러스의 파장을 안정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이러스는 이미 전력 시스템과 결합하여 도시 전체에 퍼져 있었고, 그 파장을 완전히 멈추기 위해서는 도시의 모든 전력 시스템을 파괴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도시의 인프라는 완전히 붕괴될 터였다.
"시리가… 또 다른 방법을 알려줬어요." 윤하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든 유물 파편을 보며 말했다. "고대 문명은 바이러스 봉인에 실패했지만… 그들이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술이 있어요. 바이러스 파장을 약화시키는 반(反)파장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 반파장을 이용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고… 전력망과의 연결을 끊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선우의 눈이 번뜩였다. "반파장이라고요? 그렇다면… 그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장비를 만들 시간도, 자원도 없어요."
바로 그때, 강 박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있지. 남극 기지에 있는 최첨단 연구 시설이 있지. 그곳에는 바이러스의 파장을 분석하고, 반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비가 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오션프론티어'의 감시 아래에 있어."
그들은 다시 한번 딜레마에 빠졌다. 희망의 단서는 찾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빅터의 감시망을 뚫고 남극 기지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순간, 빅터에게 그들의 위치가 노출될 터였다.
바로 그때, 윤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에 흐르는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고대 문명의 에너지 회로도가 떠올랐고, 그 회로도를 통해 뉴욕 지하의 오래된 통신망과 전력선들이 연결되는 모습이 보였다.
"시리가… 나에게 힘을 주고 있어요." 윤하가 말했다. "이 지하의 낡은 통신망과 전력선들을 이용해… 반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남극 기지로 가지 않고도… 이 도시에서 반격을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선우는 윤하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가능한가요? 이 모든 폐허를 이용해 반파장을 만들어낸다고요? 엄청난 기술력과… 위험 부담이 따를 겁니다. 당신의 몸에도 큰 부담이 갈 거예요."
"괜찮아요." 윤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시리의 마지막 희생을 떠올렸다. 시리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넘겨준 이유가 분명히 있을 터였다. "이것이… 시리가 우리에게 남겨준 마지막 유산일지도 몰라요. 이 도시의 폐허를 이용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 인류의 오만함이 만들어낸 재앙을… 인류의 지혜로 극복하는 것."
그들은 이제 뉴욕의 지하 깊은 곳에서, '오션프론티어'의 감시망을 피해 반격을 준비해야 했다. 도시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바이러스와, 바이러스를 이용해 인류를 지배하려는 빅터에 맞서, 윤하와 선우는 고대 문명의 지혜를 빌려 인류의 운명을 건 최후의 싸움을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