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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과 롯의 선택

바벨탑을 떠난 사람들

by 무이무이

아브라함과 롯의 여정은 처음에는 함께였다. 그들의 출발점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의 우르성이었다. 그곳은 달의 여신을 숭배하며 문명과 풍요, 법과 신념이 응집된 도시였다.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규칙과 신화를 쌓아 올리며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했지만, 아브라함은 그 속에서 의문을 품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그 빛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그 질문이 그의 발걸음을 광야로 이끌었다.

롯도 처음에는 아브라함과 함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여정이 길어지고 가축과 자원이 늘어나면서 갈등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무리와 재산이 점점 늘어나면서 서로의 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갈라서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아브라함은 롯에게 말했다.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겠다.”
이 말은 어느 길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음을 보여준다. 선택은 각자의 의지와 내적 방향성을 반영하며, 그 의지를 가진 자에게는 어느 길이든 의미를 지닌다.


롯은 풍요의 땅을 선택하고 결국에는 소돔에 입성하게 된다. 롯은 풍요와 안전,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취를 택했다. 그는 자신만의 규칙과 기준 속에서 살아가며, 외부의 공감이나 배려보다 자기 강화와 자기 중심적 성공을 중시했다. 이 길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목격하는 삶과 닮아 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주변을 통제하고, 타인을 가스라이팅하며,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무가치하다고 판단하는 행위와 같다. 바벨탑으로의 회기이다.

반면 아브라함의 길은 풍요를 향한 유혹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물질적 풍요보다 내적 탐구와 가능성의 확장을 택했다. 오늘날로 치면, 부와 성취를 얻더라도 그것을 타인과 나누고 연결하며, 자신의 권력과 성공을 다른 사람과 사회적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삶과 같다. 아브라함은 외부 조건과 관계없이 자신의 의지를 중심에 두고 길을 걸었다.

이 분리는 인간 의식과 선택이 물질적 풍요와 맞닥뜨렸을 때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을 상징한다. 인간은 바벨탑을 떠나 본질을 탐구하지만, 물질적 욕구와 영적 탐구는 항상 갈림길에서 맞닥뜨린다. 롯이 선택한 길과 아브라함이 선택한 길은 어느 쪽도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 삶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목격할 수 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두 갈래 길로 나뉜다. 한쪽은 자기 강화와 규칙 속에 갇히고, 다른 한쪽은 연결과 확장을 선택한다. 그리고 어느 길을 가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결국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아브라함과 롯의 여정은 인간 의식과 선택, 물질과 가능성, 내적 탐구와 외적 성취가 교차하는 삶의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지금 당신이 속한 바벨탑 속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어느 길을 걸을지 고민할 때, 중요한 것은 선택의 순간 자신의 의지를 확인하고 그 길을 따라 나아가는 것이다. 그 선택 속에서 인간 의식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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