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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능력자다 3

인간은 0의 시간과 0의 공간을 확장하는 초능력자다.

by 무이무이
나는 오늘 꿈을 꾸었다.
새벽에 잠이 깨었는데 시계를 보니 4시 33분이다.
눈이 너무 빨리 떠졌네… 다시 잠을 청한다.
그런데 정신은 점점 맑아지고, 잠은 오지 않는다.
사색을 하다가 다시 시계를 본다. 4시 58분이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시광이 번뜩인다.
어둠 속에서 이퀄라이저처럼 요동치는 시광 효과를 잠시 즐겨본다.
그러다 문득 눈을 떠보니 나는 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음? 지금 나는 자는 중이었는데?
아, 꿈이구나… 자각몽. 맞아, 지금 나는 자각몽을 꾸고 있구나.
이런 경험이 또 있었지.
자각몽일 때는 마음대로 잘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행동을 시도해 본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린다.
신나게 달리다가도 살짝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게 현실이라면 위험한데.’
하지만 곧 스스로에게 말한다. ‘아니야, 이건 자각몽이잖아. 꿈속이니까 안전해.’
다시 신나게 달린다. 한참을.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는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꿈에서 깼구나… 그런데 정신은 아직도 맑다.
최면 같기도 하고, 꿈같기도 한 자각몽의 잔향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시계를 다시 본다. 5시 00분.
이상하다. 최소 30분짜리 꿈을 꾼 것 같은데, 실제로는 내가 꿈을 꾸기 전보다 겨우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난 나는 문득, 예전에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었던 경험까지 떠올린다.
꿈이란 무엇인가.
꿈은 내가 잠든 동안 경험하는 또 하나의 가상의 세계다.


가상우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가상우주론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실제 실체가 아니라 컴퓨터처럼 시뮬레이션된 우주일 수 있다는 가설이다. 즉,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 물리 법칙, 심지어 별과 은하까지도, 우리가 속한 ‘프로그램’ 안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상상이나 이론으로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양자역학과 정보이론, 컴퓨터 시뮬레이션 가능성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탐구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관측자 효과나 양자 중첩 현상처럼, 현실이 관찰되는 순간에 결정되는 성질들이 있다는 점은, 현실 자체가 시뮬레이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논의로 이어진다.


가상우주론은 “우리가 보는 세계가 진짜냐?”라는 철학적 질문을 과학적으로 다루려는 시도이며, 인간 의식과 현실의 관계, 시간과 공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맞닿아 있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어색하게 들리겠지만, 조금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우리가 시간을 느끼는 방식부터 보자.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가 뜨고 지고,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흐른다’고 믿는 것일 뿐, 사실 시간 자체는 우리가 만든 개념일 가능성이 있다. 물리학에서는 빛의 속도로 이동하면 시간이 멈춘다는 상대성 이론이 있고, 양자역학에서는 관찰하는 순간에만 현실이 결정되는 현상이 있다. 이를 보면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빛은 공간을 느끼지 못하고, 빛의 속도로 이동하면 거리가 0으로 수축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공간’ 역시 우리 의식이 만들어낸 체험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쉽게 말하면, 우주는 하나의 점으로 존재할지라도, 인간의 의식이 그 점을 늘리고 펼쳐서 경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꿈을 떠올려보자. 꿈속에서 우리는 현실의 기억을 바탕으로 맛을 느끼고, 공간을 이동하며, 감정을 체험한다. 때로는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사건이나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깨어나면, 그 모든 경험이 두뇌 속에서 벌어진 뉴런의 전기신호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현실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세계는 실제로는 ‘의식 속 시뮬레이션’ 일 수 있으며, 인간의 의식이 그 안에서 시간을 늘리고 공간을 펼쳐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꿈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꿈속에서는 몇 시간, 몇 날, 심지어 몇 년에 해당하는 사건들이 일어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잠에서 깨어나 보면 그 모든 사건은 단 몇 초 안에 꾼 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꿈속에서 의식은 단 몇 초를 몇 시간, 몇 날로 늘려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꿈은 개인 의식이 꾸는 것이기 때문에 깨어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실이라는 ‘공동의 꿈’은, 모든 사람이 동시에 깨어나야만 사라진다. (그렇다고 우리 다 함께 꿈에서 깨어나자는 건 아니다. 그러면 우주는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지금 함께 경험하고 있는 이 세계는, 그런 의미에서 집단적 의식 속에서 유지되는 시뮬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우주는 거대한 기계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의식이 스스로를 체험하기 위해 만들어낸 장(場)]일 수 있다.

즉, 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아니라, 우주가 스스로를 인식하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관점이다. 우리가 별을 바라볼 때, 사실은 우주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상우주’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의 세계처럼 여러 캐릭터들이 같은 규칙과 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인간의 의식이 현실이라는 가상의 무대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공통의 가치와 목표를 경험하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이걸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150억 년의 우주 역사 역시 ‘찰나의 0초’를 인간의 인식이 확장시켜 본 결과일 수 있다.

즉,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0’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찰나의 연속이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그 찰나를 늘려서 시간으로, 그 점을 펼쳐서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우리는 ‘150억 년’이라는 긴 서사를 살아가지만,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그 모든 것은 한순간의 숨결일 뿐이다.

그 숨결 속에서 —
우리는 걷고, 사랑하고, 별을 바라본다.
우주가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기 위해, 우리를 통해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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