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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은 하늘에 닿은적이 없다 1

과학은 더이상 바벨탑을 쌓지 않는다.

by 무이무이

덧없이 쌓아 올린 하늘,

그리고 무너짐의 서곡


바벨탑은 결코 하늘에 닿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는 하늘이 너무 멀리 있었다.


아득히 펼쳐진 푸른 심연,

손 닿을 수 없는 꿈결 같은 공간.

인간은 그래서 돌을 쌓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모아 하나의 질서를 만들었다.

하나의 이론과 하나의 경전을 탑의 주춧돌로 삼았다.


그리고 그 탑을 세웠다.

탑의 기둥은 하나였고, 그 중심은 오직 하나의 진리만을 향했다.


그들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탑의 돌계단을 타고 울려 퍼졌다.


"이 탑이 마침내 하늘에 닿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높이로 닿는 곳이 아니었음을,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음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우주는 합창이었다.

하나의 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동시에 여러 방향에서 울려야만

그 본래의 화음이 드러나는 웅장한 교향곡이었다.


언어의 흩어짐, 인식의 확장

그 거대한 열정의 탑은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신이 내린 벌이 아니었다.

인간 스스로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 이 길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언어가 흩어져 탑의 질서가 산산이 부서졌을 때,

비로소 인식의 창문이 열렸다.


의식은 분열이 아니라,

무한한 확장의 방식으로 존재함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탑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하늘을 향해 높이를 겨루는 탑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재단이 되었다.

고대인들은 그 재단 위에 서서 눈을 감았다.

돌 대신, 온몸으로 느껴지는 진동과

내면의 고요한 침묵으로 우주를 엮었다.


그들은 말이 아닌,

서로에게 울려 퍼지는 공명으로 신과 연결되었다.

그 공명 속에서 신화가 탄생했고,

경전은 하나의 진리를 감추기 위한

수많은 이야기의 암호가 되었다.


무너짐 끝에 피어난 깨달음

그리고 마침내 소멸 끝에 그들은 깨달았다.

하늘은 높이에 있지 않고,

우주는 하나의 질서로 해석되지 않으며,

모든 것은 흔들리고, 겹쳐지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존재임을.


무너지지 않고는,

진정으로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바벨탑은 하늘에 닿은 적이 없지만,


그 덧없는 탑의 잔해 위에서,

인간은 비로소 하늘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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