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맛있는 시 20화

백반

어필 전쟁

by 유블리안
점심 뭐 먹을까?
팀장님의 한마디에
분주해진 키보드 소리
서로 눈치만 살핀다

​결국 도착한 곳은
기름 냄새 자욱한
작고 허름한 백반집

​화려한 이름 없이
저마다의 맛을 뽐내는
작은 반찬들은
꼭 우리를 닮았네

​빨간 제육볶음 위로
오가는 수저들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밥상 위를 채운다

​선택되는 반찬과
외면당하는 반찬
그렇게 점심의 전쟁은
씁쓸한 밥 한술과 함께 끝이 난다.

작가의 말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점심시간, 그 평범한 밥상 앞에서 문득 회사 생활의 축소판을 보았습니다.


​백반집의 상차림은 마치 하나의 팀과 같았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각자의 맛을 내는 수많은 반찬은 평범한 우리 직원들을, 그리고 그 중심에 놓인 메인 요리 ‘제육볶음’은 팀장님을 상징합니다.


​메인 요리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쟁탈전은 팀장님의 인정을 받으려는 직원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젓가락이 자주 향하는 ‘선택받는 반찬’이 있는가 하면, 끝내 ‘외면당하는 반찬’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 시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우리 모두의 작고 치열한 마음을 담아본 글입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맛있는 시' 시리즈가 이번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당초 10회로 계획했던 이야기가 20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독자님들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사랑과 응원 덕분이었습니다.


​보내주신 마음에 힘입어, 앞으로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다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