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자, 문제가 보이고 해결책이 보인다.
수요일 아침, 유 대리의 마음은 무거웠다. 박민희 매니저의 감정을 살펴야 한다는 부담감과, 막상 그녀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함 때문이었다. 에**** 매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두려워지는 이유였다.
"매니저님. 일찍 나오셨네요. 커피 한잔 하세요."
"네."
박 매니저의 대답은 짧았다. 저번 일로 감정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이른 시간에 방문한 유 대리의 진심을 조금은 느끼는 듯했다.
"매니저님. 그전에 일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매니저님이 상처를 입을 거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못했어요. 오늘 저와 같이 한번 문제를 풀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매니저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유 대리는 피하지 않고 핵심으로 파고들었다.
"매니저님.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 주세요. 제가 보니 체화재고가 너무 많아요. 매장에 재고는 많이 잡혀있는데 팔릴 만한 상품이 없다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체화재고... 요?"
"네. 창고에 오래된 옷들 많이 보관하고 있던데요. 본사에서 반품을 안 받아 주고 있는 거 아닌가요?"
박 매니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이거였군.' 유 대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매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재고 시스템 자체였다. 시**매장처럼 재고 순환이 잘 되어야 신상품이 들어오는데, 에**** 매장은 안 팔리는 재고만 쌓여있으니 신상품이 들어올 공간조차 없는 악순환이었던 거다.' 유 대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매니저님. 우리 그 체화재고 처리 방법부터 같이 고민해 볼까요?" "... 안 그래도 처치곤란이라 고민 중이었어요."
"좋습니다. 그럼 오늘 오후 이팀장님 오시면, 이 재고 처리 문제부터 확실히 매듭짓죠."
박 매니저와 1차적인 논의를 마친 유 대리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자 비로소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오후 3시 이팀장과의 미팅을 위한 전략 준비에 몰두했다. 점심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오후 3시,에**** 본사 이팀장 미팅.
회의실 분위기는 썰렁했다. 하지만 유 대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팀장님. 혹시 우리 점포 재고 보셨습니까?" "네, 봤습니다."
"3년 지난 상품도 있고 체화재고들이 너무 많습니다. 재고가 쌓여있으니 신상품이 안 들어오고, 몇 번 오신 고객들도 찾는 신상품이 없으니 발길을 끊고... 당연히 매출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아니었을까요?" "네, 그렇긴 한데... 그 체화재고를 지금 와서 본사가 다 떠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팀장은 난처해했다. 유 대리는 답답했지만 참았다. '여기서 감정적으로 나가면 끝이다.' 그가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 뇌리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스쳤다. 바로 땡처리 행사, 아웃렛 매장으로 재고를 넘기는 방법이었다. "팀장님. 그럼 2~3년 된 재고는 아웃렛으로 넘길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안되면 파격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20% 기본 할인에 50% 한정 세일 들어가면 어떨까요?"
이팀장은 당황했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때 유 대리가 쐐기를 박았다. "박민희 매니저님이 체화재고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하시는 줄 모르시죠? 많이 좀 도와주세요." "네, 대리님이 잘 챙겨주시는데 제가 소홀했습니다." 그제야 박 매니저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유 대리의 진심이 전해진 것이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을 위해 어필해주고 걱정하는 모습이 고마웠던 것이다.
결국 2~3년 체화재고는 아웃렛으로 돌리고, 1년 상품은 매대 행사를 전개해 재고를 소진하기로 했다. 재고 회전이 되다 보니 당연히 신상품이 계속 들어오고 매출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박 매니저와의 껄끄러웠던 관계도 자연스럽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진정성'이었다.
하지만 유 대리는 문득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고 무작정 좋은 게 좋은 것일까?' 그는 '무조건 공감'만 해주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은 전달하되 '공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리더의 '당근과 채찍'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