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모습'의 매니저, 리더는 '응징'할 결심
유 대리는 지난번 김미소 매니저에게 '채찍'(지시)을 든 것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감'(당근)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명확한 지시'(채찍)가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여겼다.
그는 자신이 '당근'과 '채찍'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었다고 확신했다. 이제 그는 이 도구들을 더 잘 다루기 위해, '칭찬'과 '피드백'의 진짜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첫 번째로 이 방식을 적용할 대상은 '최숙희 매니저'였다. 얼마 전 지원 예산을 받았던 그녀는, 이번 달에도 전사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칭찬(당근)'을 실행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매니저님. 이번 달 매출 1위 하셨네요. 데이터 보니 깔끔합니다. 축하합니다. 계속 이렇게 해주세요."
유 대리는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 매니저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대리님." 유 대리는 의아했다. 얼마 전 "열정과 능력을 믿는다"라고 말했을 때 빛나던 그녀의 눈빛과 사뭇 달랐다. '데이터'만 언급한 칭찬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두 번째 대상은 '김미소 매니저'였다. 그녀의 보고서가 '또' 엉망이었다. '잘됐다.' 유 대리는 생각했다. '이번엔 피드백(채찍) 기술을 적용해 보자.' 그는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사람'이 아닌 '문제'를 지적하기로 했다. 감정을 누르고 회의실에서 김미소를 만났다.
"매니저님. 이번 보고서도 오류가 많네요."
그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이 오류가 왜 반복되는지 원인을 같이 찾아볼까요? 어떻게 하면 이 실수를 막을 수 있을까요?"
유 대리는 스스로 '완벽한 피드백'을 했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그녀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김미소는 그 특유의 '영업용 미소'를 싹 지웠다. 대신, 유 대리를 한심하다는 듯이, 혹은 경멸하듯이 빤히 쳐다봤다.
"원인이요? 대리님, 정말 몰라서 물으세요?"
유 대리는 당황했다. "... 네?"
"이 '보고서 A양식'이요."
김미소가 쌀쌀맞게 말했다.
"이거 지난번에 대리님이 '지시'하신 거잖아요. 이거 하나 만드느라 다른 중요한 일을 다 놓치고 있어요. 이 보고서 자체가 비효율의 '원인'이에요."
유 대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문제'를 지적했더니, '네가 만든 문제'라는 반격이 돌아왔다.
그가 멍한 상태로 회의실을 나와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 휴게실에서 여러 매니저들이 모여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중심에는 김미소 매니저가 있었다.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뻔하지."
김미소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내가 듣기론 지난번에 최숙희 매니저랑 둘이 따로 술 마시고 뭐 받아먹었다던데?"
다른 매니저가 속삭였다.
"어머, 정말? 그냥 편애가 아니라... 그런...?"
"그러니까. 그러니 'A양식' 같은 엉터리나 나한테 시키고, 최숙희한텐 '열정' 타령이나 하지. 무능한 데다 사심(私心)까지 있으니..."
유 대리는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을 느꼈다. '편애' 수준이 아니었다. '접대', '사심'. 이것은 자신의 리더십은 물론 인격 자체를 파괴하는 '독'이었다. 이것이 그녀의 '진짜 모습'이었다. 김미소는 유 대리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소문'의 발화점이었다.
유 대리는 더 이상 '기술'이나 '신뢰' 따위를 고민하지 않았다. 이것은 '반란'이자 '명예훼손'이었다. 그는 '응징'을 결심했다.
유 대리가 조용히 김미소 매니저를 불렀다.
잠시 후, 김미소 매니저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김미소는 유 대리의 굳은 표정을 보면서도, 'A양식' 건으로 따지려나 보다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방금 제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 대리가 김미소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최숙희 매니저에게 '접대'를 받고, '특별한 관계'라서 편애를 한다는 소문이 도는군요. 김미소 매니저님, 맞습니까?"
김미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사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유 대리가 그 자리에서 태블릿을 켜서 전체 화면에 데이터를 띄웠다.
"첫째, 최숙희 매니저 지원 결정은, 저와 팀장님, 점장님까지 3자 결재로 승인된 사안입니다. 여기 결재 라인 보이시죠. 제가 '접대'를 받았다면, 제 상사 두 분도 공범이라는 뜻입니까?"
"둘째, 최숙희 매니저가 성과를 낸 것은 VVIP 클레임을 막아낸 '과정'과 '데이터'가 명백합니다. 이것은 '편애'가 아니라 '성과 보상'입니다."
"셋째, 그리고 'A양식'. 매니저님이 '비효율'이라고 하셨죠. 여기, 이 양식을 쓰고도 매출 2위를 한 '이 매니저'는 뭡니까? 이 양식을 3주 연속 '오류'내고 '지연'시킨 건 매니저님이 유일합니다."
김미소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이건 '편애'의 문제가 아닙니다. '역량'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태도'의 문제고요."
유 대리가 마지막 통보를 했다.
"지금 당장 모든 매니저들에게 공개적으로 해명하시고, 저와 최숙희 매니저에게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세요. 다음 주까지 'A양식'을 완벽하게 제출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지금 바로 팀장실로 가서 '업무 지시 불이행' 및 '사내 명예훼손'으로 공식 법적 절차를 밟으시겠습니까?"
김미소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해명하고 사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결국 유대리는 매장 매니저들을 회의실로 불러들였다. 김미소 매니저는 "제가 유대리님과 최숙희 매니저에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유 대리는 회의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리더의 결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소문'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조직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오늘부로 그런 안 좋은 행위는 끝냅시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여기 계시는 모든 매니저님들 마찬가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 "네 대리님."
유 대리는 회의실을 나왔다. 그는 '착한 리더'가 아닌 '원칙을 지키는 리더'가 되었다. "신뢰가 무너졌다면, '공개된 사실'로 증명하고 '원칙'으로 응징한다." 그는 '김미소'라는 가장 큰 갈등을 끝냈지만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갈등 중재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