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우리만 아는 신호

은하의 루틴(은나무)

by 유블리안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 몇 주는,
상대의 사소한 말투나 행동이 괜히 더 특별하게 보이는 시기라는데

딱 지금의 내가 그렇다.


도환 씨가 연락을 자주 하든, 말수가 잠깐 줄든,
이제는 그 사람이 어떤 리듬으로 움직이는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처음처럼 막 설레서 손이 떨리는 건 줄었는데…
이상하게, 더 편안해졌다.
그 편안함이 또 다른 종류의 설렘이었다.


오늘도 단골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가 앉을자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도환 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마음이 ‘톡’ 하고 기분 좋게 흔들렸다.


책상 위엔 이미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자몽 허니 블랙티가 놓여 있었다.


“어? 내 음료... 시켰어요?”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도환 씨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커피는 오후에 부담된다면서요. 얼음 많이 넣으면 맛없다고 싫어하고.”


순간, 가슴이 살짝 간질거렸다.
내가 무심코 흘린 말들—
그 작은 조각들을 이 사람이 진짜로 모으고 기억하고 있었다.


“와... 이러니 내가 안 반해요?”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그는 갑자기 컥컥 숨이 막힌 얼굴로 물도 없이 사레든 사람처럼 허둥댔다.
그 모습이 또 웃겨서,
나도 괜히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도환 씨, 방금 얼굴 빨개진 거 봤어요?
혹시… 그날 생각난 거 아니에요? 비 오는 날.”


“아뇨! 아니거든요!”
귀까지 빨개졌다.
푸하하. 이 사람, 정말 솔직해서 좋다.


우리는 카페에서 한참 수다를 떨었다.
회사 이야기, 맛집 이야기, 나의 오늘 고객 썰까지.
특별한 이야기보다는 그냥 서로의 일상을 조금씩 나누는 시간.
이런 시간이 정말 좋다.


해가 살짝 기울 무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저녁 뭐 먹을까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졌다.


“아니면… 우리 ‘그거’ 먹으러 갈까?”


내가 말하고도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거’라는 말만 했는데도
우리가 떠올리는 장면이 똑같다는 게 재밌었다.


도환 씨도 바로 알아들었다.


“좋죠. 딱 생각나던 참이었어요.”


이제는 메뉴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먹고 싶은 걸 바로 아는 사이가 된 거다.


카페를 나서는 순간,
내가 앞서 걷자 도환 씨가 내 걸음에 맞춰 뒤에서 조용히 따라왔다.
그 조심스러움이 여전히 귀엽다.


그리고 조금 지나,
갑자기 그의 손이 내 손을 감싸 안았다.


망설임은 단 1초.
나는 그의 손가락 사이로 깍지를 끼워 답했다.


이젠 도망칠 이유도 없고, 숨길 이유도 없다.


따뜻했다.
손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이 심장까지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도환 씨.”

“네?”

“우리… 이제 진짜 연인 같다.”


말하고 보니 조금 민망했는데
도환 씨는 잠시 멈춰 서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그 순간,
가을바람보다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 안쪽에서 부풀어 올랐다.


손을 잡고 걷는 길,
우리가 처음 만난 날보다 훨씬 가벼웠다.
앞으로 더 많은 ‘그거’를 함께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메뉴든, 장소든, 감정이든.


오늘의 루틴은 이렇게 완성됐다.


나를 알아가는 사람,
내가 알아가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거 먹으러 갈까?’ 한마디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


나는 속으로 가만히 혼잣말을 했다.


아… 이 사람.
정말 슬며시 사랑스러워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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