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환의 질투 대폭발(유블리안)
우리의 데이트 루틴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평온한 주말, 맛있는 저녁,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달달한 눈빛.
오늘의 데이트 장소는 분위기 좋은 퓨전 레스토랑이었다.
“도환 씨, 여기 스테이크 샐러드 진짜 맛있대요.”
“그래요? 그럼 그거랑 파스타 하나 시킬까요?”
우리는 나란히 앉아 메뉴판을 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때였다.
“어? 지은하 선배님 아니세요?”
갑자기 누군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훤칠한 키에 딱 벌어진 어깨,
아이돌 뺨치게 생긴 훈남이 서 있었다.
뭐야, 이 비현실적인 생명체는?
“어머! 민호야? 이게 얼마 만이야!”
은하 씨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선배님 진짜 오랜만이네요. 졸업하고 처음 뵙는 거 아니에요? 여전히 미인이시네요.”
“호호, 너야말로 대학 때보다 훨씬 멋있어졌는데? 요즘 뭐 하고 지내?”
둘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민호’라는 저 녀석, 눈웃음이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은하 씨, 나한테만 보여주던 그 반달 눈웃음을 왜 저 녀석한테도 보여주는 거지?
‘대학 후배인가 본데... 되게 친해 보이네. 아니, 근데 팔은 왜 저렇게 자연스럽게 터치해?’
내 심장에는 ‘질투’라는 이름의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 참. 여기는 내 남자친구야. 인사해.”
그나마 다행인 건 은하 씨가 나를 잊지 않고 소개해 줬다는 점이다.
“아, 안녕하세요! 강민호입니다. 취미로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선배가 남자 보는 눈이 있어서 역시 멋진 분을 만나셨네요.”
녀석이 싹싹하게 인사를 건넸다. 칭찬을 들었으나, 내 입꼬리는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자꾸만 내려갔다.
“아... 네, 반갑습니다. 구도환입니다.”
나는 최대한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노력) 했다.
민호는 “다음에 식사 한번 해요, 선배!”라는 멘트를 날리고 사라졌다.
다시 우리 둘만 남았다. 은하 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을 마셨다.
“학교 후배인데 인기 진짜 많았거든요.”
굳이 안 해도 될 정보(인기 많음)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아... 그렇군요. 인기가 많게 생겼네요. 키도 크고.”
나는 쿨한 척 대답했다. 하지만 내 손은 내 마음과 따로 놀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웃어? 쟤를 보고 그렇게 환하게 웃어? 나는 온갖 재롱을 다 떨어야 한 번 웃어주더니, 쟤는 그냥 웃음이 나오나 보네?’
물컵이 팽이처럼 돌아갔다. 컵 바닥으로 테이블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였다.
“도환 씨.”
“네?”
“컵... 뚫어지겠어요. ^^”
은하 씨가 내 손을 보며 물었다.
“아뇨? 전혀요. 그냥 손이 심심해서요. 하하.”
그때, 내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징- 징-
화면을 보니 회사 동료인 ‘최수지 대리’였다. 주말에 웬 전화지? 급한 업무인가?
“여보세요? 어, 최 수지대리님. 주말에 무슨 일이에요?”
“아, 네. 그 파일은 제 공유 폴더에 있어요. 네네, 월요일에 봬요. 푹 쉬어요.”
업무 관련된 짧은 통화였다. 전화를 끊고 나니, 은하 씨의 포크질이 멈춰 있었다.
“누구예요? 최 수지대리님... 이면 여자분이신가?”
은하 씨가 무심한 척 물었지만, 신경 쓰고 있는 게 보였다.
“아, 네. 회사 동료예요. 급하게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흐음... 주말에도 연락할 만큼 친하신가 봐요? ‘푹 쉬어요’라고 다정하게 말도 하고.”
어라? 이 반응은?
은하 씨가 포크로 샐러드 속 방울토마토를 콕 찍었다. 나만 질투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뭐야, 은하 씨도 질투하는 거야? 나 때문에?’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은하 씨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애꿎은 샐러드만 뒤적이고 있었다.
“은하 씨.”
“네.”
“질투해요?”
은하 씨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네? 무슨 질투요? 참나, 그냥 물어본 건데? 도환 씨야말로 아까 민호 만났을 때 표정 안 좋았거든요? 물컵으로 테이블 갈아버리는 줄 알았네.”
“제가 언제요. 전 그냥 손 운동한 건데요.”
“거짓말. 입이 이만큼 나와 있었는데.”
은하 씨가 내 입술을 흉내 내며 킬킬거렸다.
서로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우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알았어요, 인정. 아까 그 후배 너무 잘생겨서 좀 쫄렸습니다. 은하 씨가 너무 예쁘게 웃어주길래 질투 좀 났고요.”
내가 먼저 항복 선언을 했다. 그러자 은하 씨도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인정. 최 수지대리님인지 뭔지,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짜증 났어요. 도환 씨가 너무 친절하게 받으니까 더 샘나고.”
우리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서로의 손을 잡았다. 유치하고 소심하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질투 대잔치였다.
“앞으로는 딴 남자 보고 그렇게 웃지 마요. 내 심장 건강을 위해서.”
“도환 씨도 주말에 딴 여자 전화 너무 다정하게 받지 마요.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귀여운 휴전 협정을 맺었다. 질투마저도 설렘으로 바뀌는, 우리는 지금 한창 뜨거운 연애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