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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_오삼남의 엄마에세이
01화
1화. 엄마, 엄마!
by
마음리본
Oct 11. 2025
첫 자전소설
<착한 척하지 마, 오삼남>을 연재하며
우리 엄마가 조금 특별하다는 걸 알았다.
이전에도 엄마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 엄마니까, 나한테나 대단하겠지 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도 엄마는 특별한 사람이었나 보다.
엄마 이야기가 좋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그래, 엄마 이야기를 제대로 써 보자.
아직은 엄마가 건강하실 때,
함께한 시간들을 기록해 보자!
엄마는 늘 내게 영감을 주는 존재니까...
엄마는 올해로 한국 나이 팔십 세.
전라도 깡촌에서 55년,
경기도에서 25년을 사셨다.
18살에 시집와 시골에서
궂은 일을 많이 한 탓에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고,
진통제 없이는 하루도 못 살고,
뚱뚱한 배와 반대로
한없이 얇아져가는 다리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하신다.
하지만 아직도 도시 텃밭이라기엔 꽤 넓은 밭에서 매일 일을 하시고
일주일에 두 번 경로당에서 밥 해주는 알바도 하신다.
명절엔 다섯 남매 일용할 양식을 챙겨주느라 바쁘다.
참기름 있냐?
된장 있냐?
너는 지난 번에 준 김치 있지?
"이거슨 큰언니꺼, 이거슨 두짜,
이거슨 막내 니꺼
큰 언니는 식구가 없응께 째깐만 주고,
두짜네는 집에서
다 해먹응께 많이 갖고 가고,
너는 딱 중간이로 넣었응께."
째깐이래도 손이 큰 엄마는
보따리, 보따리 두 손 가득 들어도 모자랄만큼
엄마표 양념과 반찬, 음식들을 챙겨준다.
열무김치, 고구마줄기, 마른 가지볶음, 멸치볶음...
"엄마, 멸치는 우리도 볶을 수 있어."
말하며 멸치볶음을 한 입 넣어본다.
"어째, 내가 하믄 이 맛이 안 날까잉?"
"참기름잔 치고, 물엿잔 치고 그래서 또작또작해. 그라믄 되야."
엄마의 요리는 항상 또작또작, 그라믄 되야.
듣기엔 너무 단순하고 쉬워보인다.
'그거시 쉬운 거시 아니랑께. 이것 저것 쳐서 또작또작이...
엄마의 팔십년 내공이 묻어있응께.'
벌써 50대 중반이 된 큰 언니부터,
40대 중반 막둥이 다섯 째까지
그래도 엄마 눈엔 아직도 아이같은가 보다.
내 딸, 보기도 아까운 내 딸
을마나 이쁘게 키웠는디...
엄마는 내 아들들이 나를 힘들게라도 하면
늘 그렇게 말하곤 한다.
엄마의 눈엔 딸이 낳은 손주보다
본인의 딸이 우선이다.
"맨 아들들만 낳아갖고, 딸이 있시야 쓴디,
내 딸 무쟈게 고생한당께."
"엄마는~~ 딸도 딸 나름이고, 아들도 아들 나름이라잖아."
나는 아들만 둘을 낳았다.
엄마 눈엔 밥도 청소도 영 도움이 안 되는 아들들을 둔
내가 안쓰러운가 보다.
요새 살림 거드는 딸도 잘 없지않나?
"아들도 있시야 쓰고, 딸도 있시야 써.
다 있시야 써."
아들과 딸을 모두 둔 엄마의 말이니
맞을 것이다.
가끔, 아들이 서운하게 할 때면 말하곤 한다.
"너만 엄마있냐? 나도 엄마 있시야."
엄마 마음 알아주는 살가운 딸은 없지만,
나에겐 아직
뭐든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 안달하고,
나의 안녕이 가장 중요하고,
이 험한 세상에 온전한 내 편인,
엄마가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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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_오삼남의 엄마에세이
01
1화. 엄마, 엄마!
02
2화. 우리 엄마는 코미디언
03
3화. 인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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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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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할매와 20명의 자손들
2025년 12월 12일 금요일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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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딸로, 엄마로, 교사로 살며 상처를 품은 사람에게 가 닿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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