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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by 마음리본

요즘 <우리들의 발라드>가 핫하다.

가을은 발라드의 계절이라더니,

스산한 바람이 귓볼을 스치고, 옷깃을 여미는 늦가을에

스무 살도 안된 출연자가 부르는

김광석의 <그날들>에 가슴 한 켠이 에인다.


미술 시간, 가을 풍경 꾸미기를 하며,

가을 노래를 선곡해 본다.

내가 아는 가을 노래 중

나름 최신곡이라고는, 잔나비의 <가을밤에 든 생각>밖에 없다.

나에게 '가을'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아이유의 <가을아침>-원래는 양희은 노래-정도다.


틀어주니, 별 반응이 없다.

- 대체로 초등 아이들은 발라드를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선생님, 신나는 곡 틀어주세요."

"가을엔 발라드지. 이 노래 몰라? 여의도 불꽃 축제에서도 나왔는데?

가사가 정말 시적이야. 한번 들어봐."


https://youtu.be/5FfjPUgGflc?si=vmBQoXOfR7qm_8jU

유튜브 jklovely1004 영상, 가을밤에 든 생각 여의도 불꽃축제
머나먼 별빛 저 별에서도
노랠 부르는 사랑 살겠지
밤이면 오손도손 그리운 것들 모아서
노랠 지어 부르겠지
새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마저
불어오는 바람 따라가고
보고픈 그대 생각 짙어져 가는
시월의 아름다운 이 밤에


별이 총총한 10월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늘 생각나는 잔나비의 노래다.

저 별에도 노래 부르는 사랑이 살겠지,

밤이면 오손도손 그리운 것들을 모아서

노래를 지어 부를 거야.

아마도, 작사가인 잔나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부르다 보면 어제가 올까
그립던 날이 참 많았는데
저 멀리 반짝이다 아련히 멀어져 가는
너는 작은 별 같아

다신 오지 않을 어제, 그립던 날들을 추억하며,

잊힐까 봐 두려운 화자는

예쁜 추억을 고이고이 10월의 밤하늘에 묻어두려 한다.


"너무 좋지 않니? 얘들아? 노랫말이 예술이야."

나 혼자 신이 났다.

"네... 좋네요. 선생님이 좋아 보여요."

아이들은 감성에 취한 나를 감상 중이다.


대학 기숙사에 있던 둘째 아들이 주말이라 집에 왔다.

"아들, 아들은 가을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뭐야?"

글을 쓰려고, 노트북에 앉은 내가 물었다.

"이맘때 생각나는 노래는 로꼬의 <시간이 들겠지>죠!"

"오~~ 역시!"

어렸을 때부터 둘째는 황금귀의 소유자다.

5살쯤인가? 내 옆에서 블록놀이를 하며 놀던 아이가 갑자기

"저 노래 좋다!"라고 했다.

당시 시청률 50%가 넘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OST

이승철의 <그 사람>이었다.

드라마에는 내내 관심 없던 아이가

노래가 좋다며 TV앞에 한참 서있었다.

지금도 함께 여행 갈 때 둘째 아들이 선곡한 곡이 가장 마음에 든다.


https://youtu.be/Mocj91WMiRw?si=H4OlzisjYC8frTV5

지나간 여름밤 시원한 가을바람
난 여전히 잠에 들
기가 쉽지 않아 뒤척이고 있어
내가 계획했던 것 유난히 뜨거웠던 너
뭐 하나라도 내 걸로 만들기 어려워
또 시간이 들겠지
또 시간이 들겠지


들어보니, 허전하고 쓸쓸한 게 딱 이맘때 들을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어떤 추억이 떠올라? 생각나는 게 있어?"

"이 노래를 들으면 어떤 전학생이 떠올라.

전학을 왔는데 새로운 학교에 적응은 안 되고,

이전 학교 친구들이 그립지만, 어쩔 수 없는 기분?

그냥, 뭐 시간이 가면 괜찮아지겠지 체념하고 쓸쓸해하는?"

아들 이야기에 갑자기 눈물이 고인다.

"......... 너, 그랬던 거야? 5학년 때 전학 갔을 때 그런 기분이었구나?"

"아니, 뭐. 나는 전학 가서 처음부터 적응 잘했어."

"그래도, 이전 학교 친구들이 얼마나 그리웠겠어. 낯선 곳에서..."

그때는 말로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으니, 안쓰러워진다.

엄마의 욕심, 어쩔 수 없는 전학, 체념, 외로움, 쓸쓸함...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도
여전히 난 그 자리에 서있어
흩어져 있는 시간 속
우리와 다시 마주칠 순 없을까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그때야 우린 알겠지
지나간 시간들, 아름다웠던 기억
추억 속으로 묻어야


'전학'이라는 낯선 이름이 갑자기 찾아왔을 때,

이전까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어제까지 함께 웃었던 친구들과 더 이상 같은 교실 안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전학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고 아픈 일이다.
낯선 교실의 공기, 이름이 불리지 않는 자리,
웃음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멈칫하는 순간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상이, 아이에게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처럼 어렵고 외로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교사로서, 아이의 표정을 오래 본다.
문제를 푸는 속도보다, 눈빛 속 리듬을 먼저 읽는다.
어른들은 종종 말한다.
“금방 친구 생길 거야.”

하지만, 마음이 자리를 잡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괜찮아지려면, 시간이 든다.


정작 다른 아이들의 마음은 헤아리면서,

내 아이의 눈빛은 제대로 읽어주지 못했다.

무심코 던진 아들의 추천곡 하나에

마음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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