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의 딸 유나는 요즘 여느 초등학생이 그렇듯
유튜브와 넷플릭스 세계에 익숙했다.
특히 요즘 유나의 최애는
전 세계 스트리밍 1위를 찍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줄여서 “캐데헌”이라고 불리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애니에서 이슈가 된 장면 중 하나가 있었다.
주인공들이 공연을 시작하기 전, 김밥과 라면으로 허기를 해결하는 장면,
특히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들고 베어 무는 장면이 화제가 되어 한류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이 장면을 따라 하고 있었다.
유나는 그걸 보며 중얼거렸다.
“아, 우리 엄마 김밥이 진짜 맛있는데…”
유나는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우리 집이 한국에서 김밥집을 하는데 우리 엄마 김밥이 진짜 맛있어. 한국에 오면 우리 김밥집도 들려줘. 내가 김밥 먹는 방법 알려줄게.’
페이스북과 쇼츠 영상에도 같은 댓글을 달았다.
그냥 소통의 한 방법이었다.
설마 볼까 싶었다. 장난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늘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 법.
“Hi guys! We came to Korea… to try this gimbap!”
2주 후, 미소김밥 문이 열리고, 갑작스럽게 카메라를 든 두 명의 젊은 외국인 여성이
들어왔다. 유나 또래가 아닌, 2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차림이 아주 우스꽝스러웠다.
케이팝데몬헌터스 주인공을 흉내 낸 듯 한 명은 보라색, 한 명은 빨강 머리 가발을 쓰고 있었다.
“헬로! This is Smile Gimbap, right?”
정숙이 놀라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예… 그런데요?”
그들은 활짝 웃었다.
“유나’s comment! We came because of her!”
“케데헌 김밥 먹방 대유행이잖아요!
We wanna try REAL Korean mom’s kimbap!”
정숙은 어쩐지 학교에서 가게로 출근한 유나가 수상하다 했다.
“유나야,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네.”
유나는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그냥… 댓글 하나 남겼는데…”
카메라는 이미 돌아가고 있었다.
“This is the REAL thing!”
— 영상 속 먹방 장면
카메라는 정숙이 김밥을 말아 올리는 손을 클로즈업했다.
밥을 고르게 펴고,
잘게 썬 오이와 당근과 우엉, 햄, 어묵, 계란 지단을 가득 얹고,
김발로 꾹꾹 눌러 돌리는 손끝.
외국 손님들은 옆에서 어메이징~! 원더풀! 을 연발하고 있었다.
[자막] Korean Mom’s Gimbap – No CG. No Magic. Just Skill.
외국인 여성 둘은
케데헌 장면 그대로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들어 올리더니
“챱!” 하고 베어 물었다.
그 순간, 화면이 느려지고
둘의 눈이 동그래지며 자막이 떴다.
[자막] OMG… THIS IS WAY BETTER THAN IN THE ANIMATION
웃음, 감탄, 탄성.
그때 유나 등장.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과장된 손짓을 한다.
“노우노우, 코리안 김밥은 통째로 먹지 않아요.”
기계에 예쁘게 썰린 김밥 2줄이 식탁 위에 올려진다.
“자, 이렇게 손으로 김밥을 집어서 한 입, 베어 물면 음~ 진짜 맛있다!”
외국 손님들이 유나를 따라 비닐장갑 낀 손으로 김밥을 입에 넣는다.
“음~~ 마싰다!”
유나의 말투까지 따라 한다.
“원래는 젓가락으로 집어 먹어야 해요. 좀 고난이도긴 한데 한번 해 볼까요?”
유나는 젓가락으로 김밥을 능숙하게 집어 올려, 카메라 화면 앞으로 가져간다.
여러 번 촬영해 본 사람처럼,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
“소 디피컬트. 웁스.”
한 금발의 외국 여성이 젓가락질을 하다 김밥을 떨어뜨린다. 김밥 내용물이 접시에 떨어진다.
“안 돼. 유나. 나는 손으로 먹을게.”
외국인들은 한국말도 곧잘 했다.
정숙은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지완과 후엔, 춘심, 소이가 촬영 장면이 신기한지 쳐다보고 있었다.
- 16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