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소김밥의 진상손님 2_갖가지 진상들, 흔들리는 마음

by 마음리본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은 창작된 이야기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정숙은 김밥집을 하며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고, 착하고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특히, 음식점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상식 밖의 진상들이 넘쳐난다는 걸 새로 알았다.


한 번은 60대 아주머니 둘이 와서 라면 하나를 시켰다. 배가 많이 안 고픈가 했더니, 라면이 나오자 주섬주섬 가방에서 김밥을 꺼냈다. 산악회에서 받은 건지, 남은 김밥을 라면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정숙이 얘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

춘심이 손님에게 다가갔다.


“손님, 여기 김밥집인 건 아시죠? 김밥집에서 외부 음식은 드시면 안 되지요.”

“에휴, 참, 인정머리도 없네... 남은 거라, 곰방 먹고 갈게.”

막무가내로 김밥을 끝까지 다 먹고서야 일어났다.



하지만 이 정도는 진상 축에도 못 낀다.


50대 아저씨 한 분이 들어왔다. 기본 미소 김밥 1줄을 주문한 후, 가방에서 참치캔을 꺼낸다.

“이거 제가 가져온 참치예요. 김밥 안에다가 좀 넣어주세요.”

참치 김밥 메뉴가 버젓이 있는데, 자신이 가져온 참치로 김밥을 싸 달랜다.

“손님, 저희 외부 음식 반입이 안 됩니다.”

“왜 안 돼요? 내 돈으로 산 건데. 정 그러면 재료만 주면 내가 김밥 쌀테니 자리 좀 비켜 주시죠.”

이것도 그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적극적인 트러블 메이커야말로 진상 중 진상이다. 아침 공기가 아직 눅눅하게 남아 있던 늦여름의 어느 날. 정숙은 김 위에 밥을 평평하게 펴고 있었다.

그때 가게 안으로 손님이 들어왔다. 아침부터 햇빛이 따가운지 선글라스를 낀 30대 여성.

실내에서도 여전히 선글라스를 낀 채, 키오스트로 김밥 3줄을 주문한다.

여자는 한 줄을 빠르게 먹더니, 나머지 두 줄을 포장해 달라고 했다. 정숙은 남은 김밥을 포장해 봉투에 넣어 건네며 말했다.

“손님, 요즘 같은 날씨는 음식이 쉽게 상하니 바로 드시지 않을 거면 시원한 곳에 두셔야 해요. 아직 날이 더워서…”

여자는 대꾸도 하지 않고 나갔다.


그날 저녁 7시, 저녁 손님이 한창일 때쯤,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났다.

손에는 김밥 한 줄을 들고.

하루 종일 바깥 활동을 했는지 선글라스 벗은 얼굴이 안경 모양을 빼고, 벌게져 있었다.

딱 봐도 뙤약볕에서 야외활동을 했던 게 분명했다.

“이거, 김밥이 쉬었어요. 제가 이걸 먹고 배탈이 나서요. 손해배상 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손님… 아침에 포장하신 거 아니에요?

여름이라 몇 시간만 지나도 변질될 수 있어서 빨리 드시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재료가 싱싱하지 않았으니까 하루도 안 돼서 상한 거죠. 음식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지금 속이 울렁거리는 게 김밥 때문이라고요.”

정숙은 CCTV를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

영상 속에는 아침 8시 12분, 여자가 김밥을 받아 들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도로로 걸어가는 모습이 분명히 찍혀 있었다. 정숙이 조심스레 말했다.

“손님… 가져가신 뒤엔 보관 상태까지 저희가 책임지긴 어렵—”

“그래서 손해배상을 안 해주시겠다?”

“저희 보험이 있으니까 보험회사랑 이야기하시죠.”

정숙은 업체에 연락을 넣었다.

조사원은 김밥 보관 문제라고 단정했다.

“손해배상 사유 안 된다네요, 손님.”

여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고요? 구청 환경위생과에 신고할 거예요!

재료 상태가 엉망이라고. 당신네 가게, 바로 조사 들어갈 줄 알아요!”

“네, 그러세요. 신고하세요.”

정숙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술이 마르고, 손에 힘이 빠졌다.

후엔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정숙을 지켜봤다.

사실 신고하는 건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진상 손님을 겪을 때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게 겁났다.

진심은 통한다는 마음, 내가 먼저 정성과 호의로 상대를 대하면 상대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할 거라는 오래된 믿음. 그 믿음이 가게를 한 후 점점 깨지고 있었다. 그게 두려웠다.

사람에 대해 일단 불신하고 경계를 세워야 하나? 자신의 믿음이 잘못된 것인가?

여전히 정숙은 헷갈리고 있었다.


- 다음화에 계속 -





keyword
이전 12화12화. 손 끝에 닿는 일의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