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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돈, 돈, 그놈의 돈 때문에.

by 마음리본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은 창작된 이야기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돈, 돈, 그놈의 돈 때문에...


점심 장사가 한창이었다.

소이는 김밥을 말고, 후엔은 우동을 끓였다.

춘심은 튀김기 앞에서 납작 만두를 튀기고 있었다.

정숙은 손님이 먹고 나간 식탁을 빠르게 치우고, 테이블 위를 소독했다.

지완은 빠른 손으로 그릇을 애벌 설거지 후 대형 식기세척기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모든 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음악을 튼 듯 규칙적이고 빠른 손놀림으로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한 명이라도 없으면 안 될 것처럼,

마치 환상의 오케스트라팀처럼.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였다.

“엄마!”

가게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소이가 놀라 김밥을 말던 손을 멈췄다.

문 앞에는 헝클어진 머리에 트레이닝 차림의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한두식이었다.

“엄마, 전화 왜 안 받아?”

“여기가 어디라고 와?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나중에 얘기하자.”

춘심은 서둘러 납작 만두를 튀김기에서 꺼내놓고,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두식은 물러서지 않았다.

“나 이번엔 진짜 돈 벌 수 있는 기회라니까, 이번만 돈 좀 빌려줘. 딱 삼천만 원이면 돼.”

“두식아, 엄마한텐 이제 그런 돈 없어. 여태 가져간 돈만 1억이 넘는다, 1억이.”

“에이 씨 X, 그럼 아줌마한테 빌리면 되잖아. 여기 사장님 돈 많아 보이는데.”

“그만해라, 두식아! 어서 가. 집에 가서 얘기해.”

춘심은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앞치마를 벗었다.

정숙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방 안쪽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인가요, 춘심 이모?”

춘심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사장님. 그냥 우리 애가 또 헛소리 좀 해서요.”

두식은 더 크게 소리쳤다.

“헛소리? 엄마는 평생 일만 하고 돈도 없잖아?

내가 성공만 하면, 엄마도 이제 이런 데서 일 안 해도 된다니까!”

“그 성공만 하면이 몇 번째냐, 두식아. 네가 말아먹은 사업이 벌써 세 번째다.”

“이번엔 다르다니까! 이번엔 진짜 확실해!”

후엔이 눈치를 보며 조용히 국자를 내려놨다.

정숙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식 씨, 지금은 장사 중이에요.

손님들 계시니까, 일단 나가서 이야기하시죠.”

두식은 더 언성을 높였다.

“나가라고? 나도 사람인데, 사람 취급을 안 해주네. 아니, 사람을 이렇게 쫓아내도 되는 거야?

돈을 주면 나간다니깐. 엄마가 돈 좀 주면 안 돼? 자식이라면서! 나한테 해준 게 뭐냐고?”

춘심은 이마를 짚었다.

“두식아, 제발 그만해라. 너한테 누가 돈 벌어오라디? 제발 사고만 좀 치지 마.”

두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알았어. 역시 엄마도 나 버리는구나.”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놀라 쳐다보았다.





두식이 나간 자리, 주방 안은 고요해졌다.

국물 끓는 소리만 들렸다.

춘심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정숙이 다가와 수건을 건넸다.

“이모… 괜찮아요?”

춘심은 겨우 웃었다.

“괜찮아요, 사장님. 자식이 다 그렇죠. 내 뜻대로 안 되는 게...그래도… 애가 잘 되면 좋겠어요.

이번만큼은 좀…”

정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춘심의 어깨 위에 조용히 손을 올렸다.

따뜻한 손끝에서, 오래된 한숨 같은 체념이 느껴졌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춘심은 결국 돈을 내주었다.

미소김밥에서 밤낮으로 일하며 모은 돈,

그리고 정숙에게 가불까지 받아 두식에게 건넨 돈.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다, 두식아.”

“알았어, 엄마. 이번엔 진짜야.

엄마, 나 성공하면 진짜 효도할게.”

두식은 눈을 반짝였고,

춘심은 그 눈 속에서 오래전 어린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빛나던

어린 아들의 얼굴을...



“차트는 인생처럼 오르락내리락”



두식은 사업을 3번째 접은 뒤에 완전히 의욕을 잃었다.

하지만 우연히 본 유튜브에서 희망을 찾았다.

주식과 코인 영상이었다.

‘10분 만에 수익 300%’, ‘단타의 신’ 같은 영상들을 밤새 보았다. 눈 밑은 시커멓게 패였고, 손에는 늘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다.


“이번엔 진짜야.

이건 그냥 감이 아니고, 데이터야.

내가 이번에 잡은 코인이 반등만 하면—”

“두식아, 제발 그만 좀 해.

일은 안 하고 그런 걸로 돈을 벌겠다고?”

“엄마, 세상이 바뀌었어.

요즘은 머리를 굴려야지, 땀 흘려선 못 살아.”


그렇게 시작된 ‘한탕의 굴레’.

처음엔 수익이 났다.

계좌가 빨간색일 땐 세상이 자기편 같았다.

하지만 하락은 잔인했다.

100배 간다던 코인은 폭락했고, 두식은 선물 거래로 모조리 청산을 당했다.

“아, 이거 잠깐 조정이야. 곧 반등해.”

하지만 반등은 오지 않았다.

그는 매일 떨어지는 계좌에 가슴이 덜컹였고,

마지막엔 손에 쥔 폰을 던지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두식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기도 꺼져 있었다.

춘심은 이번에도 일이 잘 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두식은 투자금을 모조리 청산당한 후, 자취를 감추었다.


- 1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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