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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그런 메뉴 없습니다...

설마가 현실로...

by 마음리본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창작된 이야기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 9화에 계속 -


다음 날,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띠리리리"

"거기 미소김밥집이죠? 토끼김밥 메뉴 있다고 해서요. 저희 아이가 낼모레 소풍이거든요.”


'띵동, *팡 주문이 왔습니다!'

'- 주문서 요청사항 -

꼭 김밥은 토끼모양으로 부탁드려요!

저희 아이가 큰 김밥은 못 먹거든요.’


띠링. 가게 문이 열리고,

“저...여기 토끼김밥 사진 보고 왔는데요?”

토끼김밥 소통.png

토끼김밥 주문이 쉴새없이 밀려왔다.

인터넷 리뷰만 보고 이렇게 주문이 많을 리가 없는데?

알고보니 어제 그 지윤 엄마는

꽤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였다.

지역 맘까페에서도 활동하는.

그녀가 올리는 옷, 음식, 가방, 장소는 모두 광고 효과가 있었다.

어제 저녁, 그녀는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다음의 글을 올렸던 것이다.



인스타김밥.png
미소김밥의 신메뉴?? 토끼김밥,
까탈스런 우리 지윤이 입맛에 꼭 맞는
사장님의 센스만점 김밥!
#미소김밥#센스김밥#토끼김밥#사장님#센스쟁이#지윤이#김밥




“오 마이 갓!”

후엔이 정신없이 쏟아지는 토끼 김밥 주문에 어지럽다는 시늉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지완이 사태 수습을 위해, 급히 주문앱을 차단하고, 오신 손님에게 그런 메뉴는 없다고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와중에, 어떤 한 아기 엄마는 전화로 다짜고짜 주문을 한다.


“저희 아이가 내일 소풍이라 아침 8시에 찾아갈게요. 햄이랑 맛살 알레르기가 있어서 빼주시고, 같은 색깔의 다른 재료로 좀 넣어주시고요, 가격은 반값 맞죠? 재료도 적게 들어가는데?”


지완은 하루종일 기계적으로 말한 것을 다시 한번 빠르게 뱉어낸다.

“저희 메뉴에 토끼김밥이나 어린이김밥은 따로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휴....”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여보, 여러분.... 미안해요. 내가 괜한 짓을 해서...”

“지금 사과할 때가 아니고, 그 인플루언서 찾아서 게시물 좀 내려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모두들 초조히 소이를 바라본다.

“어, 지금 올라왔어요.”

유일하게 인스타 계정이 있는 소이가 인플루언서를 찾아 게시물을 확인했다.


‘미소김밥에 토끼김밥 메뉴없음’
여러분, 제가 그만 실수를 해버렸네요.
사장님께서 호의로 특별히 만들어주신 것을 그만,
메뉴가 있는 것처럼 혼선을 드려 죄송해요.


그래도 미소김밥집,
다른 음식도 다다다 맛있어요.
따뜻한 정성을 마는 미소김밥!
2번 가세요. 10번 가세욧!‘



그 아래 댓글이 달린다.


-토끼김밥은 없지만, 덕분에 맛집 알게 됐어요.

-먹어보니 메뉴 다 맛있더라구요.

-우리 동네 찐 맛집이에요. 지윤맘 땡큐

-토끼김밥 아니, 미소김밥 짱!

-맛집은 역시 믿고보는 지윤맘!

-까다로운 지윤이가 맛있었다면 찐 맛집이쥐!


“우와, 역시 우리 사장님 따뜻한 마음은 모두들 알아준다니까요.”

소이가 댓글을 소리내어 읽으며, 감격스러운 듯 말한다.

“그러네. 여보, 내가 생각이 짧았네. 역시 당신이 옳아.”

지완이 머쓱한 듯, 정숙을 향해 사과한다.

“크~~ 우리 사장은 뒤로 넘어져도 일이 잘 되네. 좋아, 좋아!”

“뿌린 대로 거두는 거지 뭐. 에구 참, 내 정신 좀...주방에 국물 올려놨었네.”


후엔과 춘심이 번갈아 말하며,

늦은 저녁 직원 식사를 준비한다.


인적이 드문 늦은 밤 지하철 역 앞,

가을의 냉기가 스며드는 한산한 도로를

미소김밥의 불빛이 다정히 녹이고 있었다.


-10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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