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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미소김밥의 신메뉴????

토끼김밥 먹어봤어?

by 마음리본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창작된 이야기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띠링~!

오후 2시 30분.

한바탕 썰물처럼 점심 장사가 지나간 시간,

가게문이 열렸다.

앳되어 보이는 엄마와 5살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

토끼를 좋아하는지

토끼인형을 한 손에 꼭 쥐고, 토끼핀까지 꽂았다.

“어서 오세요. 어머, 토끼네. 너무 귀엽다.”


바쁘지 않은 시간엔 정숙이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이거 토순이에요. 제가 지은 이름이에요.”

“그래, 토순이구나.”


아이 엄마는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 고민 후 음식을 주문한다.

옷차림을 보니 아이 엄마답지않게 꽤 세련돼보인다.

김치콩나물우동과 제육김밥.

아이가 매운 걸 좋아하나?

정숙은 아무래도 아이가 먹기엔 매울 것 같은 주문에 의아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매콤한 제육 양념이 들어간

어른 입에도 커다란 김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모조리 흘리고 있다.

매운 김치콩나물우동은 겨우 물에 씻어

몇 가닥만 먹고 있었다.


마침 손님도 없겠다,

정숙은 솜씨 발휘를 하기로 한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소풍을 갈 때면 정숙이 싼 도시락이 가장 예뻤다.

토끼, 곰돌이 모양, 문어 소시지, 병아리 주먹밥...

솜씨 좋은 정숙의 엄마표 도시락은 아이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였다.



정숙은 가끔 한가한 시간,

꼬마손님이 있으면 토끼 김밥이나 문어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

모양틀을 준비해 두었다.

“드디어 이걸 사용할 때가 왔군.”


우선, 재료를 모두 잘게 잘라야 했다.

김, 햄, 맛살, 당근을 2분의 1 크기로 자른다.

김에 밥을 얇게 편 후 양쪽 귀가 될 햄을 놓고,

가운데 맛살과 당근으로 코와 입을 올린 뒤 말아서 썰어주면

단면이 웃고 있는 토끼 모양이 된다.


귀여운 토끼 얼굴 여러 개가

접시에 가득 담겼다.


“이거, 서비스예요. 아이 먹을 게 없는 것 같아서요.”

“네? 어머! 너무 이뻐요. 감사해요.

안 그래도 제가 잘못 시켜서 아이가 먹을 게 없었는데.”

아이 엄마는 화들짝 놀란다.

아이는 토끼처럼 눈이 동그래져서 팔짝 뛸 듯 좋아한다.

“우왕, 귀여워. 이 토끼 아까워. 음, 안 먹을래.”

“못 먹는 게 마음 쓰여서 만든 거니까, 맛있게 먹어줘.”

기뻐하는 모녀를 보니, 정숙도 덩달아 기쁘다.

“엄마, 이거 사진!”

“그래, 사진 찍자. 너무 이쁘다. 우리 지윤이 얼굴처럼”


‘아이 이름이 지윤인가 보네.’

정숙은 한없이 뿌듯해진다. 자신이 만든 것에 누군가 즐거워한다는 것이.




그날, 한 개의 리뷰가 올라왔다.


‘대박, 사장님! 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제가 우리 딸 먹을 메뉴를 못 시켰는데,
서비스로 토끼 김밥을...
이런 김밥집이 또 있을까요?
미소김밥은 사랑입니다.
사장님,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아이와 행복한 점심 먹었습니다.
자주 올게요.’

리뷰를 본 춘심 이모가 한 마디 한다.

“사장, 이제 어쩔 거야? 또 와서 해달라면 어떻게 하누?맨날 해줄 순 없잖아? 저게 어른 거보다 시간이 몇 배 더 걸리는데?”


“에휴, 설마요. 그냥 한 번이라고 생각하겠죠. 어느 김밥집에서 저런 메뉴를 한다고 생각하겠어요?”



- 10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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