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늘 한 발 늦는 자신에게 건네는 편지
요즘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지나갑니다.
유행도, 말투도, 사람의 온도마저도.
하루만 지나도 ‘어제의 것’이 되고,
한 달만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세상이 되었어요.
나는 그 속도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다 쓰는 말을 늦게 배우고,
새로 나온 앱은 며칠을 망설이다가야 설치하죠.
유행하는 드라마를 볼 때쯤이면
세상은 이미 다른 이야기로 떠들고 있습니다.
한때는 그런 내가 답답했어요.
‘왜 나는 이렇게 느릴까’,
‘왜 나는 늘 한 발 늦을까’
남들이 빠르게 웃고 넘어가는 유행에
혼자 머뭇거리며 발끝만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바뀌었어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그 시간 동안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있었구나.
누군가의 말이 지나간 뒤에도
그 여운을 곱씹고 있었구나.
사람들이 휙휙 바꿔버린 유행 뒤편에서
나는 여전히 그 따뜻한 온도를 붙잡고 있었구나.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 것’이 되지 못해도 괜찮다고.
남들이 다 입는 옷을 입지 않아도,
모두가 보는 것을 보지 않아도,
당신의 세상은 여전히 충분히 아름답다고.
트렌드는 늘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오래된 것을 그리워합니다.
낡은 손 편지, 오래된 노래,
잊히지 않는 말 한마디 같은 것들요.
그건 결코 시대에 뒤처진 감성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을 알아보는 감각입니다.
당신이 지금 조금 느리게 걷고 있다면,
그건 세상을 한 번 더 느끼고 있다는 뜻이에요.
새로운 것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사람 —
그건 어쩌면 이 빠른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형태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것’이 되지 못한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당신은 늦은 게 아니라,
단지 다른 시간대에서 피어나는 사람이라고.
세상의 시계는 앞서가도,
당신의 시계는 여전히
따뜻한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고.
그러니 괜찮아요.
당신의 느림이,
이 바쁜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리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