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인 오늘
부제- 흘러가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여전히 따뜻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삶에는 끝이 자주 찾아온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관계가 멀어지는 것도,
마음이 식어버리는 것도
어떤 형태로든 끝의 얼굴을 하고 온다.
한때는 그 끝이 너무 두려웠다.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고,
그 공백 속에서 나는 나조차 잃을까 봐 불안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됐다.
끝이라는 말은 언제나 절반짜리 문장이라는 걸.
그 문장의 뒤에는,
늘 아주 조용하게 **‘다시’**라는 단어가 이어진다는 걸.
무언가가 끝난다는 건
또 다른 시작이 열린다는 뜻이다.
사람이 떠나면 그 자리에 그리움이 피어나고,
계절이 지나면 새로운 향기가 스며든다.
사라진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
모양만 달라질 뿐,
모든 것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모양을 바꾼 존재의 계속이었다.
나는 예전엔
무언가를 붙잡지 못하면 그게 실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느낀다.
놓아주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리고 그 용기 덕분에
삶은 다시 흘러갈 수 있다는 걸.
떠나보내는 손끝에 남은 따뜻함,
그건 슬픔이 아니라 감사였다.
그때의 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으니까.
오늘이라는 시간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지나감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그 모든 시간의 끝마다
나는 다시 살아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렇게 계속 시작한다.
계절이 끝나면 다음 계절이 피어나듯,
마음이 다치면 그 자리에 새살이 돋듯,
우리는 매번 무너지고, 다시 피어난다.
끝이란 결국,
삶이 우리에게 “다시 살아보자”라고 말하는 다른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흘러가는 것을 억지로 붙잡지 않고,
지나가는 것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대신 그 모든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따뜻하게 살아가기로.
오늘이 어제의 끝이라 해도,
나는 이 하루를 새롭게 살아낼 것이다.
내 마음의 온도만큼은
변하지 않게, 다정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