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경주 (1)

헬로, 앤디 2

by SY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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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이었다. 새파란 하늘에 가볍게 붓질한 듯 흰 구름이 떠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꽃나무 사이를 지나갔다. 분홍 꽃잎이 회색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져 또르르 굴러가다 물 고인 곳에 멈췄다. 물 마시던 참새가 꽃잎을 바라보았다. 높은 나뭇가지 틈으로 비추는 햇볕이 늘어진 금실처럼 반짝였다. 혜진은 주차장 한편에 있는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이곳은 첨성대와 대릉원 사이에 있는 주차장으로,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주차장 한쪽에선 간식과 음료를 팔았다. 그 옆엔 자전거를 빌리는 곳도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주차장엔 차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9시만 지나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할 거라고 주연이 말했었다. 혜진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자동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검은색 고급 세단이었다. 혜진이 차를 보았다. 검은 차는 넓은 주차장을 여유 있게 돌았다. 참새가 하늘로 날아갔다. 그 차는 한 나무 그늘에 멈췄다. 시동이 꺼지고 문이 열렸다. 흰머리와 금발 머리, 갈색 머리를 가진 외국인 남자 3명이 차에서 내렸다.



‘어, 저 사람들인가 보다.’



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그들을 향해 조심히 흔들었다.



‘에그머니나, 아니네.’



혜진이 손을 잽싸게 내리고 뒤돌아섰다. 그 사람들이 보기 전에 그녀는 나무 뒤로 걸어왔다.



‘외국인이 많이 온다더니 진짜인가 보네…아침에 들어오는 첫 차에 웬 외국인이여…’



혜진이 한 번 더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무 연락이 없었다. 혜진은 아까 그 외국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혜진이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그들을 보았다. 그들은 자전거를 빌리고 있었다.



[“하이!”]

“헬로! 굳모닝! 어떤 거? 바이씨클? 오얼 바이크?”



대여점 주인은 활기찬 목소리로 능숙하게 그들을 맞았다. 세 명의 외국인이 자전거와 전기바이크를 보고 무엇을 고를지 고민했다.



[“이건 전기 바이크인가요?”]

“응. 전기. 배터리, 배터리.”

[“오, 알겠습니다.”]



외국인들은 서로 오랫동안 말을 주고받았다. 혜진이 모르는 언어였다. 어쩌면 러시아어인 것 같았다. 셋 중 한 명이 대여점 주인에게 천천히 말했다.



“나 다리 아퍼. 아임 올드. 나이가 많아요.”

“아하! 그럼, 유 니드 전기 바이크.”

“왓?”

“배터리 달린 거. 배터리. 디스 원. 디스 원.”



주인이 가리키는 바이크를 보고 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혜진도 그들이 고르는 전기바이크를 신중히 보았다.


부릉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무거운 배기음 소리에 혜진이 고개를 돌렸다. 새로운 차 한 대가 주차장 안으로 들어왔다. 하얀색 컨버터블이었다.



‘이야, 좋은 차네…’



혜진은 차를 잘 몰랐지만, 저 차는 방지애 여사님이 태워준 것과 같은 종류인 듯했다. 게다가 저 차는 컨버터블이고 더 컸으므로, 혜진은 저 차가 분명 엄청나게 비싸리라 생각했다. 앞 유리가 꽤 높았고 짙은 색으로 선팅되어 있어, 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차는 주차장 구석 자리에 멈췄다. 열려있던 지붕이 천천히 닫혔다. 두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설마…’



혜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두 남자는 혜진이 아는 그 둘이 맞았다. 하지만 그 차림은 혜진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앤디는 하얀 바지와 하얀 셔츠 위에 얇은 베이지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햇볕 아래 흰색 옷이 눈이 아프도록 빛났다. 하얀 여름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도 썼는데, 그걸로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가뜩이나 키가 큰 그의 존재 자체가 너무 눈에 띄어, 도리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앤디 옆에 걸어오는 사람은 조쉬였다. 그는 파란 바지 위에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또한 하얀 여름 모자를 쓰고 있었다. 혜진 옆으로 전기 바이크가 느리게 지나갔다. 아까 그 외국인들이었다. 그들은 작은 바이크에 붙어 앉아 조그만 핸들을 붙잡고 신나게 출발하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쓴 운전자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방향을 살폈고, 옆에 앉은 사람은 바람에 날아갈까,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안고 있던 가방에 접어 넣었다. 청바지나 면 반바지 위에 반소매 셔츠를 입은 평범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혜진이 다시 앤디와 조쉬를 보았다.



‘다르다. 달라. 겉모습이 다른 게 아니라 그냥,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아…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과 완전히 다른…다른 차원에서 온 것 같은…’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런 생각하지 말자. 이것도 다 편견이야. 저게 가장 평범한 옷일 거야. 오늘 너무나 편하게 하고 온 거야. 평소에 저렇게 다니는 거야.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깊게 생각하지 말자…생각하지…’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오던 앤디가 나무 아래 서 있는 혜진을 발견했다. 그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이!”]

[“헬…하이!”]



당황한 혜진은 말이 헛나왔다. 그녀는 손을 들어 둘에게 인사했다. 웃는 입술이 떨렸다. 앤디와 조쉬가 혜진 앞에 멈춰 섰다.



[“반가워요. 잘 지내셨나요?”]

[“잘 지냈어요. 잘 지내셨나요?]

[“네.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저도 반갑습니다.”]



혜진이 조쉬와 눈이 마주쳤다. 먼저 인사를 할지 고민할 때 앤디가 말했다.



[“이쪽은 조쉬에요. 제 일을 도와주는 친구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는 김혜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미세스 김?”]

[“네. 그렇게 부르셔도 되고, 혜진이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좋아요, 혜진. 저는 조쉬라고 부르세요.”]

[“네. 조쉬. 고맙습니다.”]



인사가 끝나자, 셋의 대화가 잠시 멈췄다. 혜진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언제 한국에 오셨나요?”]

[“이틀 전에 왔습니다. 첫날엔 서울에 있었고 어제 경주에 왔어요.”]

[“관광으로 오셨나요?”]

[“아니요, 일로 왔습니다. 지난번에 한국 홍보 영상을 제작하기로 해서, 그 약속을 지키러 왔어요.”]

[“아, 그러셨군요.”]

[“네. 그래서 어제는 경주의 유명한 절에서 촬영했습니다. 스님들도 만났고요.”]



앤디가 합장하며 인사하는 자세를 취했다. 혜진이 웃었다.



[“그리고 어떤 동굴에 가서 부다의 조각상도 보았어요. 음…조쉬, 그곳 이름이 뭐였지?”]

[“몰라요. 미안해요. 기억이 안 나요.”]

[“아…”]

[“하지만, 정말 예쁜 곳이었어요. 숲길을 걷고 물을 건너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그곳에 들어갔어요. 가는 길 내내 풍경이 참 아름다웠는데…미안해요. 이름은 기억이 안 나요.”]

[“미안해요, 혜진. 저도 기억이 안 나네요. 다만, 여기서 좀 더 동쪽으로 갔던 것 같아요. 동쪽에 어떤 산 위였던 것 같은…”]



그곳이 어디인지 혜진은 알 것 같았지만, 그녀는 고개만 끄덕였다.



[“어제 아주 바쁘셨겠어요.”]

[“밤늦게까지 촬영했어요. 그래도 잘 마쳤고 다 끝났습니다.”]

[“축하해요.”]



혜진이 주변을 살폈다. 아까보다 주차장에 차가 많아졌다. 차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 가볼까요?”]

[“좋습니다.”]

[“따라오세요.”]



혜진이 앞장서자 두 남자가 그녀를 따랐다. 그들은 열 걸음도 가지 않아 멈췄다.



[“자, 골라보시겠어요?”]



두 남자 앞에 자전거와 전기 바이크와 작은 전기 오토바이들이 쭉 줄 서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듯, 앤디와 조쉬는 말이 없었다. 혜진은 자신이 탈 자전거를 골랐다. 조쉬가 전기 바이크를 가리키며 혜진에게 물었다.



[“저걸 선택할 수 있나요?”]

[“저런 것들은 우리가 가려는 안쪽까지 들어가지 못해요. 유적지 주변만 돌 수 있고, 바깥쪽 산책길을 가는데 타요. 우리는 자전거를 타야 해요.”]



하지만 앤디와 조쉬는 계속 머뭇거렸다. 혜진이 물었다.



[“혹시, 자전거를 못 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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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다른 세상이었다. 반듯한 연두색 잔디가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펼쳐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딱 알맞은 곳이었다. 노란 흙이 덮인 넓은 길 위로 혜진이 자전거를 탔다.



‘너무 오랜만인가…’



앞바퀴가 흔들렸다. 자전거 손잡이를 잡은 손이 우왕좌왕했다. 길은 평평했으므로 문제는 자신이었다. 혜진이 팔에 힘을 실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 자전거의 움직임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자신감이 생긴 그녀가 페달을 서너 번 구르자, 자전거에 속도가 붙었다.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녀는 봄바람처럼 달렸다.



‘모자가 날아가겠네?’



빌린 모자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 혜진이 속도를 조금 줄였다. 그녀는 첨성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첨성대는 아까 건널목을 건너기 전에도 보일 정도로 가까웠고, 그녀는 금방 도착했다. 입구에 자전거를 세우고 그녀가 뒤를 보았다. 앤디와 조쉬가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었다. 앤디가 앞에, 조쉬는 뒤에 앉았다. 앤디는 말없이 열심히 페달을 굴렸다. 조쉬는 왠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가 앤디의 등을 보고 말했다.



[“앤디, 자전거를 잘 타시네요?”]

[“고맙네. 자네가 자전거를 못 타는 줄 몰랐군.”]

[“그러게요. 놀랍죠?”]



조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무 좋아요.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군요. 아주 동양적이에요.”]

[“……”]

[“오, 그녀가 저기 있네요.”]



조쉬가 혜진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앤디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혜진도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와우, 어릴 적에 소풍 가던 기분이에요.”]

[“그렇군.”]

[“날씨도 완벽해요.”]

[“그래. 그런데 너무 움직이진 말게. 자전거가 흔들...”]

[“헤이! 혜-진! 우리도 가고 있어요!”]



조쉬가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자전거가 첨성대 입구에 멈췄다.



[“자네, 먼저 내려보겠나? 자전거가 커서 저 끝에 세워야 할 것 같아.”]

[“네.”]



조쉬가 자전거에서 내려 곧장 혜진에게 걸어갔다. 앤디는 신기한 표정으로 조쉬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곧 긴 자전거를 끌고 저쪽으로 혼자 걸어갔다. 조쉬가 들뜬 표정으로 혜진에게 말했다.



[“너무 재밌었어요. 자전거를 정말 오랜만에 타봤어요.”]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네요.”]



조쉬가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곳은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워요. 한국엔 이런 곳이 더 있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혜진이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이런 곳? 이런 곳이…정확히 어떤 곳을 말하는 걸까? 음…우리나라에 이렇게 생긴 곳이 많나? 적나? 있다면 어디가 있지? 뭐, 어딘가 있긴 있겠지.’

[“네…”]

[“멋져요.”]



조쉬가 입구로 먼저 들어갔다. 혜진은 뒤돌아 앤디가 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조쉬를 따라 안으로 걸어갔다. 낮은 담장을 지나면 잔디밭 한 가운데 첨성대가 있었다.



‘첨성대가 이랬나?’



혜진은 첨성대를 책과 티브이에서 수천 번은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보니 묘한 느낌이었다. 천문기구라 생각하면 예상보다 작은 것 같기도 한데, 또 보다 보니 이정도면 꽤 큰 것 같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복잡하고 웅장한 모습이었다.



‘……’



게다가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과 연두색 잔디 사이에 우뚝 선 이 건축물은, 단단한 윗부분부터 절묘한 곡선을 타고 내려오는 아랫부분까지 숨 막히게 균형적인 것 같았다.



‘예전에도 주변이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테지. 옛날엔, 이 근처에 나무나 숲처럼 더 복잡하고 지저분한 것들이 많았을지 몰라. 그러니 그런 걸 생각하면 내가 지금 너무 과장되게 느끼는…’

[“너무나 멋져요.”]



혜진이 옆을 보았다. 앤디가 그녀 옆에 서 있었다.



[“훌륭하군요.”]

“……”



혜진이 앤디를 흘끗 보았다. 그의 수려한 옆모습이 보였다. 그토록 키가 큰 사람인데 얼굴이 이렇게 잘 보이다니, 분명, 그는 상체를 약간 숙이고 있는 것이리라. 이 사람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상대를 위한 매너를 갖추는 것으로 자신의 지위를 증명하는 그런 종류의 서양 사람이었다. 혜진도 첨성대로 시선을 옮겼다. 조쉬가 혜진과 앤디를 향해 걸어왔다.



[“오케이, 이제 뭘 하죠?”]

[“설명을 준비해 온 게 있어요. 읽어드릴게요.”]

[“좋아요. 전 잘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혜진이 가방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 첨성대 부분을 읽었다. 앤디와 조쉬가 흥미롭게 그녀의 설명을 들었다. 길지 않은 글이었지만 혜진이 다 읽기도 전에 조쉬는 휴대폰으로 첨성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후 혜진이 책을 가방에 넣었다. 그녀가 조쉬를 향해 걸어갔다.



[“휴대폰 주세요. 사진 찍어드릴게요.”]

[“벌써 다 읽으셨나요?”]

[“네.”]

[“너무 재밌었습니다.”]



혜진이 웃었다. 혜진은 첨성대를 배경으로 조쉬와, 조쉬와 앤디 둘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었다. 한참 후 혜진이 조쉬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조쉬가 물었다.



[“오케이, 이제 말해봐요. 아까 그 특별한 책은 어디서 가져왔나요? 당신이 쓴 건가요?”]

[“아니요. 빌려왔어요.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어제 공부를 했어요.”]

[“그 귀여운 모자도 같은 곳에서 빌려왔나요?”]



조쉬가 혜진의 모자를 가리켰다. 혜진은 탐험가들이 쓸 것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머리 위에 꽤 큰 노란색 꽃 모형이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웃었다.



[“관광객들이 많아서 저를 찾기 힘드실까 봐 특별히 준비한 모자예요.”]

[“저희를 위해 준비해 주셨군요. 멋져요. 고맙습니다.”]



혜진은 작게 웃었다. 그녀는 속으로 앤디와 조쉬의 모자도 이 모자 못지않게 특별하고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이 다음엔 어디로 가죠?”]

[“저쪽으로 크게 한 바퀴 돌 거예요. 저 뒤쪽으로 돌아오면 해자가 있어요. 중세 시대 유럽에서 성을 둘러 해자를 만든 것과 비슷해요. 오래전 방어 목적으로 만든 것인데, 지금 성벽은 잘 보이지 않아요. 가볍게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어요. 오래 걸리진 않아요.”]



저 멀리 관광객용 전기 기차가 지나갔다. 기차 안에 사람들이 빽빽이 앉아 있었다.



[“정말 관광객들이 많군요.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네, 따라오세요.”]



그들은 다시 자전거를 탔다. 혜진이 먼저 출발하고 앤디와 조쉬가 그 뒤를 따랐다. 자전거 운전이 익숙해지자 앤디는 여유가 생겼다. 생각지 못한 동승인 덕에 다리가 무겁긴 했지만, 한적한 길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만으로 앤디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전거를 타기 딱 알맞은 곳이야.”]

[“네,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이곳이 좋아요. 그리고, 앤디, 고마워요. 앤디 코넬이 자전거를 태워 주다니, 하하하. 이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

[“……”]



앤디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시 일하고 싶어 했던 건 조쉬의 뜻이었지만, 어쨌든 매일 도움을 받는 것은 앤디였다. 아주 오래 전, 다리가 저려 잘 걷지 못하던 그를 불평 없이 업어준 이도 조쉬였다.



[“앤디, 그거 알아요? 저는 저 여자분도 마음에 들어요.”]

[“그래?”]

[“이 작은 소풍에 딱 맞는 분이에요.”]



조쉬는 A&L에서 직원을 보내준다고 하는데도 앤디가 굳이 공항에 연락해 이 직원에게 물어봐달라고 하는 것이 처음엔 이상하고 못마땅했다. 하지만 나무 아래에서 꽃 모자를 쓰고 그들에게 수줍게 인사하는 이 중년의 여인을 보고 조쉬는 바로 마음이 풀어졌다. 생각해 보면, 젊고 프로답고 활기찬 통역사들이 저마다 가진 의욕으로 도리어 그들을 불편하게 했던 적이 없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이 시간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자전거가 노란 흙길을 부지런히 달렸다. 길가에 파란색 모자를 쓰고 파란색 조끼를 입은 한 사람이 바퀴 달린 천 가방을 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앤디, 이 길에 쓰레기 하나 없는 것 보이세요?”]

[“그렇군.”]

[“자주 청소를 하는 거겠죠?”]

[“응.”]

[“하지만 사람들 자체가 쓰레기를 길거리에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것 같군.”]



양쪽으로 잔디밭, 꽃밭, 갈대밭이 지나갔다. 앤디는 이 순간이 즐거웠다.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엉덩이가 좀 아프네요.”]



조쉬가 중얼거렸다. 앤디는 웃음이 나왔다. 저 앞에 혜진이 자전거를 세우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그들도 혜진 옆에 멈췄다.



[“여기는 작은 박물관이에요. 제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다 있어요. 천천히 관람하세요.”]



혜진이 가방에서 작은 물병 두 개를 꺼내 앤디와 조쉬에게 건넸다. 그들이 혜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것도요. 원하신다면.”]



혜진이 앤디와 조쉬에게 작은 초콜릿과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들이 공손히 간식을 받았다.



[“기분이 상쾌해질 수 있게 준비했어요.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같이 들어가시나요?”]

[“아니요.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두 분이 편하게 보세요. 아시겠지만, 시간제한은 없어요. 저는 여기 앉아 있을 테니 천천히 다녀오세요. 아, 안에 화장실도 있으니 필요하시면 다녀오세요.”]

[“오…케이.”]

[“고마워요.”]



앤디와 조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혜진은 입구 근처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다음에 갈 곳을 확인했다.



‘둘 다 나이가 꽤 있어서, 계속 다니면 힘들 거야. 틈틈이 쉬게 해줘야지.’



혜진이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히 앉았다. 고요한 풍경에 머릿속이 나른해졌다. 귓가에 따뜻한 봄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박물관 안은 쾌적했다. 밖은 따뜻했지만, 시원한 실내에 들어오니 정신이 맑아졌다. 앤디와 조쉬는 커다란 화면에서 나오는 지도를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이 어디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앤디가 물을 마셨다.



[“여기서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만큼 걸렸으니 나머지 길도 그리 멀진 않군.”]

[“이 다음엔 어디를 간다고 했죠?”]

[“여기서 멀지 않다고 했어. 그것도 한두시간이면 될 거고.”]



앤디가 다음 전시관으로 걸어가자, 조쉬가 따라갔다. 어두운 방 안에서 화려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멋지네요.”]

[“응.”]

[“엄마가 준 걸 먹어야겠어요.”]



조쉬가 아까 받은 사탕을 입에 넣었다. 앤디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는 정말 저 여자분이 좋아요.”]

[“그래, 알아.”]



조쉬가 웃으며 남은 초콜릿도 먹었다. 앤디는 자기가 받은 초콜릿과 사탕도 조쉬에게 마저주었다.



[“뒤에 앉아만 있는 게 그렇게 힘들던가?”]

[“하하하. 네, 피곤했어요.”]



조쉬가 초콜릿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자전거는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뒤에 앉는 게 더 피곤하네요.”]

[“음…어? 자전거 운전을 할 줄 알아?”]

[“지금은 못 하고요. 어릴 적이에요.”]

[“어릴 적에는 자전거를 탔어?”]

[“엄청나게 잘 탔죠.”]



앤디가 이상한 눈빛으로 조쉬를 보았다.



[“그런데 왜 오늘은 안 탔나?”]

[“너무 오래간만이어서요.”]

[“그게 무슨 뜻이지?”]

[“오랜만에 타려니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다 잊어버린 것 같아요.”]

[“하! 그건 말이 안 되네. 자전거 같은 건 한 번 탈 줄 알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아니에요.”]

[“맞아.”]

[“아니에요.”]

[“맞다니까.”]



앤디가 황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조쉬가 앤디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앤디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앤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지?”]

[“앤디…”]



조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면, 휴가를 써야 할 것 같아요.”]

[“……”]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요.”]

[“병원?”]

[“재발했대요.”]



가슴 위로 큰 돌이 떨어지는 듯한 충격에 앤디의 숨이 턱 막혔다.



[“언제? 언제 연락을 받았어?”]

[“출발하기 전에요.”]

[“왜 말하지 않았나?”]



조쉬가 옅게 웃었다.



[“하기 싫어서 안 했어요.”]

[“오, 세상에.”]

[“미안해요. 앤디.”]

[“오…오…안돼…”]



앤디가 조쉬를 안았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조쉬가 앤디의 등을 토닥였다.



[“진심으로 미안해요.”]





*한국어 대화와 영어 대화를 구분하기 위해 영어 대화는 [ ] 기호로 표시하겠습니다.

*통화음, 방송음 등의 기계에서 나오는 대화는 < > 기호로 표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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