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에도 명절풍경이라는 것이 있긴 하다. 우선 몇 가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공문이 날아든다. 00 명절 종합 대책. 말 그대로 긴 연휴 기간 대시민 불편이 없도록 상시 관리해야 하는 각종의 것들이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도로교통, 사회‧산업 안전망, 재해 대비망, 병의원 포함 응급의료시설 준비태세부터 가족 단위 나들이를 위한 각종 행사나 축제까지 총망라된 종합 대책이다. 깨알 같은 대책 속에 들어 있는 내용들은 당연히 관련 업무 소관 종사자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인데 상시 대비되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긴 연휴 기간 대시민 공공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니 결국 주의당부. 압축하자면 관할 시설들에 불미스러운 문제가 없도록 알아서들 잘하시오 정도가 아닐까.
공공기관 사업부서 대부분은 고유한 소관 업무와 그에 따른 관할 시설이 있다. 이를 테면 교통본부는 지하철 운행 자회사와 버스‧택시 등 보조금을 지원하는 민간 법인‧단체 정도까지가 관할일 것이며 업무 소관은 보행, 자전거 같은 기타 교통수단과 물류까지 포함하니 그보다 방대할 것이다. 아무튼 명절 종합대책에 따르려면 소관 시설에 문제가 없도록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미리미리 사전 점검을 하는 수밖에는 없다. 개인적으로 근무했던 부서 중 하나는 지정 기념물이 소관 대상이었다. 소속 기관은 지역 특성상 타 지자체에 비해 지정 기념물이 현저히 많아 명절 전이면 부서 전 직원이 동원되어 2인 1조 3개소 이상을 점검하곤 했다. 주요 점검 내용은 복무. 기념물을 포함한 주변 시설이야 상근 하는 직원이 순찰하며 이상 유무를 상시 확인하고 있으니 결국 핵심은 사람에 대한 점검인 것이다. 그곳에 배치된 근무자는 문화재 지킴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으로 선발, 일정 기간 소정의 급여를 받고 일하고 있었다. 한적한 곳, 순찰 같은 단순반복 업무 특성상 주로 은퇴 시기 전후의 고령 남성이 종사하고 있었는데 그런 만큼 각별한 복무점검이 필요했다. 늦은 시간 한적한 곳은 타인의 눈을 피해 마시기도, 수면을 취하기도 좋은 곳이며 실제 과거 몇 차례 복무불량이 적발되기도 했던 것이다. 2인 1조가 3개 시설을 점검하는 스케줄이니 소요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주로 오후에 시작,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결국 우리 조의 마지막 점검도 제법 야심한 시각 시작되었다. 마지막 점검지는 한 문인의 생가를 이유로 지정된 기념물이었고 추후 사적으로 승격될 정도였으니 보존가치는 꽤 높은 곳이었다. 허나 겨울밤 늦은 시간, 생가 일대의 산을 끼고 공원 산길을 오르는 이에게는 그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제발 지킴이분이 시설(초소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내에 멀쩡히 계시기를, 제발 제발. 손난로를 주무르며 산길 끝에 다다르자 다행히 초소 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비교적 젊으신 지킴이분이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맞이해 주셨고 순찰 대장이며 장비도 꼼꼼히 보여 주셨다. 더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근무 잘 부탁드리며 명절도 잘 보내시라는 짧은 인사를 건네고 속히 점검지에 서명 날인, 다시 산 길을 내려왔다. 10분 점검에 도보 왕복만 40분. 시대적 지향이 가리키듯 안전에는 마땅히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시간이든 돈이든.
명절 시기, 민간회사만큼은 아니지만 관공서에도 직원 복지 풍경이 조금은 보인다. 소액이나마 명절상품권을 나눠주고 사전에 신청받아 탑승하는 귀성차량도 운행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절 수당. 언젠가 동료 중 한 분이 공공기관 종사자는 수당으로 먹고 산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근속해 보니 실제로 그러하다. 생활인으로 한 달을 살아내자면 본 급여로는 아쉬울 때가 많다. 가정을 꾸려 가족 수가 늘어나면 더더욱 그러하며 휴가나 명절에도 자연스레 체감한다. 한국 명절이 아무리 축소되었다지만 소비도 축소된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물가는 마음 시리도록 오르고 귀성길이나 가족모임 대신 여행을 가려면 몇 배 더 지출이 필요하다) 여기저기 인사치레라도 하려면 평상시 대비 추가 지출은 필수. 그러니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일지언정 명절 수당 입금 내역이 보이면 반갑기 짝이 없고 조금쯤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명절이 오긴 왔구나 하며.
그 기분, 그 따뜻한 마음으로 빌어본다. 전국 방방곡곡 어느 곳에서도 사건사고가 없길. 그래서 긴 연휴 일선에서 수고 중인 모든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무탈하길. 휴일근무가 평화로우시길.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