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것은 내 경우 속에 있는 그 비위 상함, 감각+감정의 것이 직장 문제나 인간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습고도 한편 심각하게 (생애 거의 유일했던)부동산 투자 영역에서 벌어진 적이 있었다. 평소 불필요한 고집이 세다고 지적받는 편인데 어찌 그 때만은 그렇게 시류에 편승했는지, 너도나도 수익형 부동산을 찾아 투자 붐이 일던 때였다. 그 끄트머리라도 탑승하고자 이리저리 조사 중이었는데 최종 두 개 매물이 물망에 있었다. 둘 중 한 군데를 먼저 임장했다.
가보니 그곳은 예상보다도 훨씬 좁아 비주거형임에도 무슨 고시원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현관에 두 발을 들이는 순간, 바로 그 내 속에 있던 어떤 감각이 짠하고 켜져 버렸다. 젠장, 켜지지 말았어야 할 감각이 켜져 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결국 다른쪽 매물에 남들에게는 소액, 나로서는 소중한 액수를 투자해 버렸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반대의 선택이 옳았음을 1년도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준공 후, 한참을 소위 말해 공실로 속을 끓였고 이익은 커녕 반년 이상 상당한 액수의 이자를 감수하며 손실에 손실을 거듭했다. 천신만고 끝에 어찌어찌 수습 국면에는 이르렀으나 지금까지도 원금 회수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잘못된 투자는 가족사의 오점이며 개인적 흑역사가 되어 지금도 일정 정도 심적, 경제적 악영향을 미친다. 한 달에 한 번 지출 요구가 올 때 마다 속 한 구석이 얼얼해지는 것 같고, 집 안에서는 생애 최초 대출(까지는) 아닌, 생애 최초 배우자 눈치라는 것을 보게 만들었다. 아무튼 그 잘못된 결정과 판단에 유일한 이유가 된 것이 바로 그 몹쓸 감각의 턴온(!)이다.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건드려졌으면 그 때부터는 정도와 참아 내는 기간의 문제이지 다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 사실 그런 종류의 감각 하나쯤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언가가 내 안의 어떤 감각을 건드렸고 이제는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만 막연히 알고 있다. 뼈저린 후회를 또 하게될지, 아닐지 이후의 시간이 어디로 또 어떻게 흘러갈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감사)